심일보 대기자/편집국장
심일보 대기자/편집국장

"어떤 당도 지지하지 않았던 저도 지금은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을 위해 일한다는 명확한 기준과 신념을 보여준 국민의힘을 진심으로 지지합니다. 우리 같이 4월 10일을 꼭 승리로 이끌었으면 좋겠습니다."(장서정 비상대책위원)     "제가 한달동안 1표는 가져온 것 같습니다."(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이 해소 국면에 접어든 지난 25일 열린 첫 비상대책회의 한장면이다. 

다음 날 응답자 절반 이상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역할 수행을 긍정평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공교롭게 2012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이끌었던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52%와 같은 수치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이 같은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그해 총선과 대선에서 모두 승리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23~25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에게 '한 위원장이 당대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가'라고 물은 결과 응답자의 52%는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대로 '잘못하고 있다'는 40%로 이보다 적었다. 직전 국민의힘 당대표인 김기현 전 대표의 경우 지난해 11월 21~23일 한국갤럽 조사에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가 26%에 불과했다. 약 두 달 새 당대표에 대한 평가가 뒤집힌 셈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중도층과 무당층은 약 70%가 윤 대통령에게 부정적 평가를 내린 반면 한 위원장에 대한 긍·부정 평가는 각각 40%로 동일했다.  또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갈등을 벌였음에도 국민의힘 지지자 가운데 89%가 한 위원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점은 눈여겨 볼 만하다. '잘못하고 있다'는 답은 9%에 불과했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번 조사에서 보듯 '지지율 52%'는 여당 사령탑에 오르면서 과제로 주어진 '윤석열 아바타' 꼬리표 떼기에 일정 부분 성과를 낸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윤-한 갈등' 봉합 이후 중도층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답변은 중도층과 무당층에서 긍정이 40%를 넘지 않았다.

중도층은 이 대표의 직무 평가에 대해 37%가 '잘한다', 55%가 '잘못한다'고 답했다. 무당층에선 긍정 평가가 26%, 부정 평가가 59%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자 기준 69%가 이 대표에 대한 지지를 보낸 반면, 중도·무당층에선 지지세가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4월 총선을 진두지휘해야 하지만 중도·무당층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할 경우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란 관측을 내고 있다. 정책, 인물 등 민주당만의 어젠다는 물론 혁신과 같은 정무적인 측면에서도 주도권을 잃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또 이 대표가 당 통합에도 지금껏 소극적이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해 당내 인사의 이탈과 비명과의 공천 갈등 등 잡음에도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윤 대통령의 사퇴를 거부하고 '자기 길을 가겠다'고 한 것은 국민의힘에 엄청난 힘이 될 것"이라며 "국민에게도 '윤석열 아바타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라는 평가를 받게 됐는데, 이 효과로 총선에서 '정부 심판론'을 밀어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 위원장의 취임 한 달을 평가하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볼 수 있고, 이는 국민의힘 지지율을 어느 정도 끌어올릴 것"이라며 "야당에도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제 한 위원장에 남은 숙제는 '공천'을 국민 눈높이에 맞추느냐다. 그간 공관위 출범 직후 공천, 경선룰이 연이어 발표된 것은 앞서 사무총장과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던 이철규 의원 영향력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있다. 기존에 이 의원이 준비했던 공천안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총선까지 70여 일 남았다. 한동훈이 공천이라는 '산 (山)'을 슬기롭게 넘는다면 지금의 지지율 52%는 쉽게 넘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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