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 9년 전 아시안컵 결승에서 눈물을 흘렸던 태극전사들이 호주를 상대로 설욕을 노린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일 오전 0시30분(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호주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을 치른다.

조별리그 E조 2위(1승2무·승점 5)로 16강에 오른 한국은 세계적인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이탈리아) 감독이 이끈 사우디아라비아와 연장전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혈투 끝에 4-2로 승리했다.

0-1로 끌려가다 패색이 짙던 연장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조규성(미트윌란)의 극적인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뒤 승부차기에서 조현우(울산) 골키퍼의 선방으로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상대는 조별리그 B조를 1위(2승1무·승점 7)로 통과한 뒤 16강전에서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를 4-0으로 완파한 '사커루'(호주 축구대표팀 애칭) 호주다.

유럽의 피지컬을 갖춘 호주는 조별리그부터 16강까지 4경기에서 8골 1실점으로 탄탄한 경기력을 자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전까지 7골을 내준 한국의 뒷문과는 분명 대조된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인 한국은 호주(25위)보다 두 계단이 높다. 하지만 역대 전적에선 8승11무9패로 열세다.

다만 최근 2차례 맞대결에선 1승1무로 앞선다. 가장 최근 맞대결인 2019년 6월 부산에서 치른 친선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아시안컵에선 호주와 9년 만의 리턴매치다.

당시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이정협(성남)의 결승골로 호주를 1-0으로 눌렀던 한국은 결승에서 다시 만나 연장 끝에 1-2로 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호주와 결승전에서 뛰었던 선수 중 이번 아시안컵에 나서는 선수는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측면 수비수 김진수(전북)밖에 없다. 차두리는 클린스만호 코치로 호주와 다시 만난다.

손흥민은 호주와 2015년 대회 결승에서 0-1로 끌려가던 후반 추가시간 천금 같은 동점골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연장전에서 결승골을 내주며 져 눈물을 흘렸다.

손흥민에게는 9년 전 아픔을 설욕할 기회다.

이후 손흥민은 세계 최고 무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에서 월드클래스 공격수로 성장했다.

2021~2022시즌에는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EPL 득점왕(23골)에 올랐고,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는 한국을 역대 두 번째 원정 월드컵 16강으로 이끌었다.

이번 아시안컵에선 페널티킥으로 2골밖에 넣지 못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호주의 골망을 가를 준비가 돼 있다.

손흥민은 "분명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다. 호주가 상당히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2015년 이야기를 꺼내기는 그렇지만, 마음 아팠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