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김태호·조해진 이어 김기현 '차출론'도
이원모·주진우 등 윤 측근 지역구 조정 가능성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KTX 플랫폼에서 귀성객과 셀카를 찍고 있다. (공동취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KTX 플랫폼에서 귀성객과 셀카를 찍고 있다. (공동취재)

[김민호 기자]  당내 중진 의원들에 대한 여당 지도부의 공개 '험지 차출' 요구가 용산 대통령실 참모 출신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참모 후광론에 대해 "총선 특혜는 불가능하다"고 밝히면서 이러한 관측에도 힘이 실렸다.

일단 장 총장이 공개적으로 험지 출마를 제안한 중진들은 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기류다.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이 지역구인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은 8일 오전 “낙동강 벨트를 총선 승리의 교두보로 만들어달라는 당의 요청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경남 양산을 출마 의사를 밝혔다. 전날 서병수 의원에 이어 이번 총선 최대 승부처 중 하나인 부산·울산·경남(PK)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지역구로 옮겨가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조해진 의원도 장 총장의 공개 제안에 긍정적인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세 의원 모두 장 총장이 매일 오전 공개 브리핑을 자청한 뒤 공개적으로 지역구 이동을 제안한 경우다. 이 같은 ‘선공개 후수용’ 방식은 지역구 이동 대상 중진 의원에게는 ‘당의 요청’이라는 명분을 주면서 동시에 자연스럽게 지역구 재배치가 이뤄지는 ‘윈-윈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게 당 안팎의 판단이다. 

8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앞서 장동혁 사무총장이 거론한 서병수·김태호·조해진 의원 이외에 공식적인 험지 출마 요구는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추가적인 차출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은 당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에는 김기현 전 대표가 꼽힌다. 현재 지역구인 울산 남구을에서 북구로 옮겨달라는 요청이 있을 것이라는 비교적 구체적인 방안도 정치권에서 돌고 있다.

장 사무총장은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에 대한 질문에 "(서병수·김태호·조해진 의원) 세 분을 기준으로 보면 기존에 있던 곳, 옮겨간 곳 두 곳 모두를 이기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금까지 말을 한 것"이라며 "그런 기준에 의해 당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는 개별적으로 확인해주지는 않겠다"고 답했다.

김 전 대표 측도 당 지도부 지역구 조정과 관련된 제안을 받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김 전 대표는 본인의 지역구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 전 대표 측은 통화에서 "울산 북구 출마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용산 참모 출신을 대상으로 하는 '험지 차출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그간 참모들이 양지만 골라 출마 도전장을 내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인 4선 박진 의원과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리는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동시에 야당 텃밭인 서울 강남을에 공천을 신청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실제로 이후에는 윤 대통령이 이러한 행태에 불쾌함을 드러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후 이 전 비서관은 "공천과 관련된 어떠한 당의 결정도 존중하고 조건 없이 따를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나아가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의 지역구가 바뀔 수 있다는 말도 돈다. 주 전 비서관은 3선 하태경 의원이 서울 중·성동갑 출마를 선언하면서 비워진 부산 해운대갑에 공천을 신청한 바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주장하는 '헌신'이 윤 대통령의 측근들까지 적용될지도 관심이다. 이날 한 국민의힘 의원은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당 안팎에서는 이철규 의원이 애초 그렸던 공천 밑그림이 계속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주도하고 있는 게 장 총장이고 이는 자연스레 한 위원장의 구상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 취재진에게 "공천은 당이 하는 것이고 이기는 공천, 설득력 있는 공천, 공정한 공천을 할 것"이라며 "그건 제가 보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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