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푸틴, 모든 것 잃고 책임져야"
EU 집행위원장 "푸틴 누군지 상기하는 사건"
러 "사인 조사 중인데 서방은 이미 결론 내려"

16일(현지시간) 러시아 솔로베츠키 제도 강제수용소 기념물에서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포스터에 "파시스트 정권에 살해된 알렉세이 나발니"라는 글귀가 적힌 종이가 꽃과 함께 놓여있다.
16일(현지시간) 러시아 솔로베츠키 제도 강제수용소 기념물에서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포스터에 "파시스트 정권에 살해된 알렉세이 나발니"라는 글귀가 적힌 종이가 꽃과 함께 놓여있다.

[김승혜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옥중 급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서방 지도자들이 일제히 비난에 나섰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뮌헨안보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한 자리에서 "(나발니는) 푸틴에 의해 살해된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은 누가 죽든 상관하지 않고 오직 본인 자리만 지키려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모든 걸 잃고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탄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나발니의 용기를 높이 평가하며 "그의 죽음으로 (푸틴 정권이) 어떤 정권인지 분명해졌다"고 비난했다.

나발니는 2020년 비행기에서 신경작용제에 중독돼 의식을 잃었을 당시 독일에서 5개월간 치료를 받았었다. 숄츠 총리는 당시 나발니를 베를린에서 만났다고 전하기도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푸틴과 그의 정권이 무엇인지 상기시키는 암울한 사건"이라며 "독재에 맞서는 사람들의 자유와 안전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투쟁에 단결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는 점점 더 권위적인 국가가 되고 있으며, 수년 동안 야당 탄압을 해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나발니 사인에 대한 답을 하라고 촉구했다.

뮌헨을 방문 중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도 "푸틴의 잔인함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라며 "분명히 말하지만, 그들이 어떤 얘길 하든 러시아에 책임이 있다"고 규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은 "푸틴의 러시아는 나발니를 투옥하고 혐의를 조작하고 독살하려 했으며, 북극 형무소로 보내더니 이젠 비극적으로 죽었다"며 푸틴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나발니는 민주주의와 자유, 러시아 국민을 위하던 강력 투사"였다며 "푸틴과 크렘린에 맞섰기 때문에 죽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확신했다.

에드가르스 린케비치 라트비아 대통령도 엑스(X, 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나발니가 크렘린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한 게 사실이다"라며 "현 러시아 정권의 실체에 대해 알아야 할 사항"이라고 푸틴 대통령을 비판했다.

친정권 성향의 '정의러시아당' 대표 세르게이 미로노프는 "어떤 경우든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악명 높은 '야당 인사'가 급사한 건 러시아 적들에게 유익한 일"이라며 "외부에서 우릴 압박하고 국내 상황을 흔들기 위해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도 "나발니 죽음에 대한 나토 지도자들의 즉각적인 반응이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 형태로 나타난 건 스스로를 보여준 꼴"이라며 "나발니 사인은 아직 조사 중인데 서방은 이미 결론을 내렸다"고 힐난했다.

러시아 연방 교정청은 이날 시베리아 북극권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수감 중이던 나발니가 산책 후 의식을 잃고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나발니 팀은 사망이 아직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선 그었다. 나발니의 측근인 이반 즈다노프는 "당국이 24시간 내 (사망 소식을) 가족에게 통보해야 하지만, 아직 통보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나발니의 배우자 율리아 나발나야도 "푸틴과 푸틴 정부를 믿을 수 없어서 믿을지 말지 모르겠다. 그들은 항상 거짓말을 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사실이라면 푸틴과 주변 모든 사람은 그의 정부가 러시아, 내 가족, 내 남편에게 한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알길 원한다"며 "그날이 곧 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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