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마취나 약물 투여할 필요 없어
항우울제 치료와 병행 시 57% 개선

가천대 길병원 허준무 정신건강의학과 일반의가 경두개직류자극술을 시현하고 있다. (사진= 가천대 길병원 제공)
가천대 길병원 허준무 정신건강의학과 일반의가 경두개직류자극술을 시현하고 있다. (사진= 가천대 길병원 제공)

[김승혜 기자] 가천대 길병원은 우울증 환자의 치료 선택지를 늘리고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경두개직류자극술(tDCS)를 도입해 운영한다고 17일 밝혔다.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가 지난달 도입해 운영 중인 경두개직류자극술은 전극을 통해 일정 시간 동안 미세한 전류로 뇌피질을 자극해 막전위에 변화를 일으키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별도의 마취나 약물을 투여할 필요가 없어 임산부도 특별한 부작용 없이 안전하게 치료 받을 수 있다. 매일 30분씩 일주일에 5회, 총 4~6주 치료를 받으면 우울증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주요 우울장애 개선 효과로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강승걸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은 다양한 환자의 상황에 맞는 맞춤 치료가 필요하다"면서 "경두개직류자극술은 단독 혹은 기존 치료와 병행 사용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임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두개직류자극술을 6주 동안 12회 적용했을 경우 항우울제 수준으로 우울 증상 개선 효과가 있었다. 또 항우울제 치료와 병행했을 경우 치료 효과가 57%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한 해 우울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은 사람은 100만32명이었다. 우울증 환자는 최근 5년간 연평균 7.4%씩 증가했고, 2018년과 비교하면 4년 새 33% 급증했다.

우울증은 ‘천의 얼굴’을 가진 병이라고 불릴 정도로 증상이 다양하다. 주된 증상은 우울한 기분, 일상생활에서의 흥미 저하가 있다. 식욕과 체중의 변화, 불면, 피로, 자기비하나 무가치감, 집중력 저하, 반복적인 죽음에 대한 생각 등이 동반된다.

특히 우울증은 감정, 생각, 신체 상태 나아가 행동 변화까지 유발할 수 있다. 개인에게 광범위한 변화를 유발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삶에 악영향을 끼친다. 환자 대부분인 90% 정도에서 불안 증상을 느끼고, 5분의4 정도는 수면 장애를 겪는다. 환자의 3분의2는 자살을 생각하기도 한다.

우울증은 흔히 ‘의지가 약해서’, ‘마음이 여려서’ 생긴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우울증은 개인의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맞춤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강 교수는 “현대인들에게 우울증은 감기와 같이 누구에게나 다양한 원인과 증상을 가지고 찾아 온다”며 “우울증은 일상 생활과 직업 활동 등 삶의 전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환자가 적절한 시기에 전문화된 치료를 받고 상태가 호전되는 것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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