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 수술 무기한 연기…재활하다 전원"
"생명 다루는 의사들의 파업 이해 안 가"
"마취과 전공의 없어 응급 수술 외 취소"

서울 대형 종합병원 빅5(서울대, 서울아산,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 소속 전공의 2,700여명이 오는 19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하기로 한 가운데 1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환자가 의자에 앉아있다.
서울 대형 종합병원 빅5(서울대, 서울아산,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 소속 전공의 2,700여명이 오는 19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하기로 한 가운데 1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환자가 의자에 앉아있다.

[신소희 기자] "자기 가족이 아프다고 하면 파업을 하겠어요?"

지난 18일 정오께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자녀의 재활 치료를 위해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는 유모(60)씨는 2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지가 마비된 자녀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유씨는 "아무리 자기 이익이 중요하다지만,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의 파업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응급실이나 소아병동 같은 데에서 생명을 다투는 친구들은 어떻겠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19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움직임으로 인해 환자와 가족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전날(18일) 뉴시스가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환자와 가족들의 얼굴에는 수술 등 치료가 미뤄지는 일을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곳에서 만난 환자 A씨는 "전공의들이 갑자기 없어져 버리면 환자들에게 어떤 피해가 갈지 모른다"며 "정부와 전공의 모두 강경한 입장이라던데 예상치 못한 일에 타격이 있을 수 있어서 환자들은 불안하다"고 했다.

파업 직전 수술을 받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이들이 있는 한편, 실제 수술이 지연돼 불편을 겪는 이들도 만날 수 있었다.

지난 14일 대장암 관련 수술을 받고 월요일에 퇴원한다는 김모(67)씨는 "(다른 환자가) 수술이 뒤로 밀려서 괴로워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수술 못 받는 사람들은 괴롭다. 암은 다른 병과 달리 하루 이틀 밀려도 더 속상하다"고 했다.

혈관 관련 질환을 앓는 74세 환자의 간병인이라는 박영일씨는 "수술 예정일이 20일이었는데 파업 때문에 지연됐다"며 "수술은 안 되고 재활만 가능하다고 해서 재활을 유지하다 다음 달 5일에 맞춰서 전원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환자들은 다른 병원에 전원해서 진료받아야 하는데 이런 일정도 다 다시 조정해야 해서 난처하다"고 토로했다.

간호사들 역시 전공의의 집단행동으로 의료 공백이 생기거나 과중한 업무가 지워질까 봐 우려하고 있었다.

세브란스병원의 한 간호사는 "마취과 전공의가 없어서 응급 수술 외에는 다 취소하고 있다"며 "보통 수술을 하고 나면 통증이 심하니까 환자 동의서를 받고 정맥주사로 진통제를 넣는 PCA(자가통증조절장치)를 단다. 마취과 전공의들이 없어서 이것도 못 달아줄 것 같은 상황이다"고 전했다.

한림대병원 간호사 B씨도 뉴시스에 "긴급 수술 외에는 예약된 수술들을 빼고 있다"며 "환자들한테 전화를 돌려서 통보했다. 정규 수술은 이렇게 줄이더라도 응급 수술이 생기면 대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다른대학병원 간호사는 "같은 과에 있는 전공의 중에서도 누구는 사직서를 낸다고 하고 누구는 안 낸다고 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의사들은 사직서를 내고 (병원에) 안 나오면 끝이지만, 수술을 미루는 건 전담 간호사들이라 의사들 집단행동 때문에 욕먹는 건 결국 간호사들이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날 의료계에 따르면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은 이날까지 집단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는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강행하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집단행동 즉시 '업무개시명령'으로 환자 곁을 지키게 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최종적으로는 면허를 박탈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 16일 출근하지 않은 4개 병원 전공의 103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으며 100명은 복귀했다. 그러나 서울성모병원 1명, 부천성모병원 1명, 대전성모병원 1명 등 3명은 업무개시명령에 응하지 않아 정부는 불이행 확인서를 징구했다.

'빅5' 전공의들이 실제 근무를 멈출 경우 환자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빅5' 전공의는 총 2700여 명(각 500명 안팎)으로 '빅5' 병원 의사 중 37%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미 지난주부터 빅5 병원의 수술 연기와 취소 사례가 속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