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 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20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에서 한 환자가 진료 취소를 우려하며 검사 예약 안내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4.02.20.
전공의 집단 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20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에서 한 환자가 진료 취소를 우려하며 검사 예약 안내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4.02.20.

[신소희 기자] "검사가 취소되면 어떡하죠?"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따른 전공의 집단 행동이 본격화된 20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진료 중단 등 집단 행동 여파를 걱정하고 원무과 업무 개시 전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복잡한 표정을 숨기지 못햇다.

조금이라도 일찍 오면 반드시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병원을 찾았지만 내심 몰려온 불안감이 한숨으로 새어나왔다.

이들은 손에 들린 검사 예약 안내문과 시계를 번갈아보며 오매불망 원무과 업무 시작만을 기다렸다.

걱정을 뿌리치지 못한 한 환자는 당직 안내 자원봉사자를 향해 진료 가능 여부를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원무과 업무 시작 전까지는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였다.

오전 8시 원무과 업무가 시작되고 진료 접수 절차가 이어졌으나 환자들의 걱정이 완전히 해소될 수는 없었다.

종종 "교수님 만날 수 있는가" "오늘 검사 받을 수 있는가"를 묻는 환자들의 질문에 원무과 창구에서는 '"들어오는대로 (처리) 하는거라 어떻게 될 지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병원 의료진도 원무과를 지나며 전공의 집단 행동에 대한 우려가 담긴 대화를 나눴다. 어느 의사는 지인과 통화하며 병원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집단 행동 여파에 대해) 아직 모르겠다. 오늘 첫날이라서"라고 말을 흐리거나 "추가 당직 근무를 서야 하는 것 아닌지"라고 답하면서 병원 상황을 설명했다.

환자들은 정상적인 진료를 받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언니와 형부의 병원 접수를 돕기 위해 이른 아침 병원을 찾은 노모(69·여)씨는 "전공의 집단 행동으로 정상 접수가 어렵다며 개인 병원에서 진단서를 받아오라고 돌려보냈다"며 "개인병원의 과잉진료가 우려돼 대학병원같은 전문 기관을 찾았지만 정상적인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전남 영광에서 온 최모(72·여)씨도 "원무과에서는 접수는 해주나 실제 진료로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한다. 시키는대로 일단 시간 맞춰 교수를 찾아가려 한다"며 "내시경 수술이 시급한데 전공의가 부족해 일정이 뒤로 밀리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해남에서 병원을 찾아온 양모(70)씨도 "이날 9시 20분 치료가 예약돼있어 병원을 찾았지만 전공의 집단 행동 날짜와 겹쳐 실제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평소같지 않은 병원 분위기에 적잖이 당황스럽다. 사태가 잘 마무리돼 더 피해를 보는 경우가 없길 바란다"고 했다.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인 19일 기준 거점 상급종합병원이자 3차 의료기관인 전남대병원 내 전공의 319명 중 70.2%에 해당하는 224명(레지던트 153명·인턴 71명)이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또 다른 3차 의료기관인 조선대병원 역시 전공의 142명 중 108명(레지던트 77명·인턴 31명)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비율로 따지면 전체 전공의의 76%가 진료 중단 행렬에 합류했다.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에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은 이날 오전 현재 모두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