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법원, 권도형 미국 송환 결정
8개 혐의로 기소…혐의별 형량 합산해 처벌
SEC 제소 재판 3월25일…권 씨 결정 항소할 듯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24일(현지시각)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2023.03.25.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24일(현지시각)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2023.03.25.

[신소희 기자]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 핵심 인물인 테라폼랩스 대표 권도형(32)씨의 미국 송환이 결정되면서, 향후 미 사법당국으로부터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

뉴욕남부연방지방검찰청(SDNY)은 지난해 3월 권 씨에게 상품사기, 인터넷뱅킹 이용 금융사기, 시세 조작, 증권사기 등 8개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권 씨는 인터뷰와 누리소통망(SNS) 등을 통한 허위 정보 유포 혐의도 받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동시에 복수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병과주의를 적용하고 있다. 각 혐의에 대한 형량을 합산해 최종형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8개 혐의를 받고 있는 권씨에게 징역 총 100년형 이상도 가능하다.

유사 사례로 세계 최대 규모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창립자 샘 뱅크먼-프리드도 최대 징역 115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외신은 분석하고 있다.

뱅크먼-프리드는 전신 금융사기 및 사기 공모, 증권 사기 공모, 상품 사기 공모, 자금세탁 공모 등 7가지 혐의로 기소됐으며, 유죄가 인정돼 현재 최종 형량 결정을 앞두고 있다.

반면 한국은 유죄로 인정된 여러 개의 혐의 중 형량이 가장 높은 혐의를 기준으로 가중 처벌한다. 이 때문에 권 씨가 한국으로 송환될 경우 최대 징역 40년형 수준의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1조원대 펀드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도 징역 40년형을 선고받아 2022년 7월 형이 확정된 바 있다.

권씨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소한 소송에도 처해있다.

SEC는 지난해 2월 권 씨가 투자자들에게 최소 400억 달러(53조 5,800억 원) 규모 손해를 끼쳤다며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를 상대로 증권법 및 증권거래법상 미등록 증권 권유 판매 등 혐의로 맨해튼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유죄가 인정되면 권 씨와 테라폼랩스는 징벌적 성격의 벌금을 내게 된다. 이에 대비해 테라폼랩스는 지난달 21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상태다.

몬테네그로 현지 매체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이날 권 씨를 한국으로 송환해달라는 요청을 기각, 미국 송환을 결정했다.

다만 권 씨에게 3일 내로 항소할 권리가 있다고 밝히면서 실세 송환 시점은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권 씨가 그간 미국보다 한국 송환을 희망해온 만큼 항소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권 씨의 현지 변호사도 이번 판결은 불법이라며 항소를 예고했다.

송환 절차가 지연되지 않을 경우 권 씨는 이르면 다음달 25일 예정된 SEC 제소 재판에 출석하게 될 전망이다.

권 씨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 약 1년간 해외 도피 생활을 하던 중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체포됐다.

함께 도주한 한창준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는 지난 5일 한국으로 송환, 지난 2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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