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3회국회(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4.02.21.​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3회국회(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4.02.21.​

[김민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공천 파동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당 지도부가 비공식 여론조사 실시 등 공천 논란을 일부 인정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비이재명계는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며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특히 27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은 홍영표 의원이 이재명 대표에게 "본인 가죽 안 벗나"고 거세게 압박한 데 이어 "조정식 사무총장 사퇴" 요구도 나오면서 난장판이 됐다.

이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최근 공천 심사 과정에 문제 제기하는 의원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세 시간 가까이 진행된 의총에서 27명의 의원들이 발언했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들도 날선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박홍근 의원은 “200석 얘기하더니, 150석, 지금은 100석이나 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임종석 건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할 건가. 잘못하면 다같이 공멸한다”고 했다. 송갑석 의원은 “문재인 없이 이재명만으로 총선 치를 수 있느나”고 말했다. “명문이 아니라 멸문 정당이 됐다”는 반응도 나왔다고 알려졌다.

6선 박병석 의원은 당 지도부를 향해 "냉정하게 판단해 고칠 것이 있으면 고치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라"고 일침했다. 그는 "정권은 유한하고 권력은 무상하다"며 "바른 길로 가라"고 조언했다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설명했다.

오영환 의원은 "이대로 정상적인 선거를 치를 수 있냐"며 "지도부는 이대로 또 나가서 시스템공천이 잘 되고 있다고 이야기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고 한다.

공천 심사를 총괄 관리하는 조정식 사무총장과 김병기 사무부총장을 향한 사퇴 요구도 나왔다. 오 의원은 "모든 갈등을 책임지고 수습하기 위해 조 사무총장과 김 사무부총장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수습의 시작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불공정 조사 의혹으로 논란이 됐던 한 여론조사업체와 관련해선, 중앙당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정필모 의원은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가 문제가 되는 업체를 끼워 넣었다. 허위 보고로 나도 속았다"며 "더 이상 공정한 선거관리를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사퇴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명계 중진 홍영표 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공천과 혁신을 하다보면 가죽을 벗기는 아픔이 있지 않는데, 당대표는 자기 가죽을 벗기지 않고 본인 손만 피범벅"이라고 직격했다. 이 대표는 발언하지 않고 의견을 듣기만 했다고 한다.

홍 의원은 그간 제기된 각종 공천 의혹에 대해 진상 조사를 하고 책임자를 처벌하자는 요구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훈 의원은 탈당 선언에 앞서 이 자리에서 고별사를 전했다. 앞서 설 의원은 '현역 평가 하위 20%' 통보를 받은 데 대해 '비명 학살'이라고 주장하며 탈당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의원들의 성토가 빗발치며 회의가 과열 양상을 띠자 "거친 표현을 자제해달라"고 홍익표 원내대표의 주문이 나오기도 했다.

홍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밀실 사천 논란을 보면서 민주당의 총선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며 "'명문(이재명·문재인) 정당'이 아니라 '멸문 정당'이 되고 있고, 이것은 총선 승리와는 멀어진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도부가 너무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하고 있다"며 "윤 정부를 심판하기 위한 총선 승리가 목표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전해철 의원과 함께 의총 직후 홍 원내대표를 따로 만나 전반적인 공천 과정에 대해 재차 문제 제기하기도 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직후 브리핑에서 "오늘 나왔던 내용을 다시 정리해서 사무총장과 협의해 설명이 부족한 부분, 오해가 있는 부분을 수정해서 바로 잡아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