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매직짐 휘트니스에서 러닝머신을 이용하는 중, 화면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공천 관련 기자회견 모습이 보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매직짐 휘트니스에서 러닝머신을 이용하는 중, 화면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공천 관련 기자회견 모습이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이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이재명 사당(私黨)’ 완성으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당 지도부에선 공천 불신 해소를 요구해 온 고민정 최고위원이 사퇴했고 의원총회에서는 친명·비명 간 감정싸움이 폭발하는 등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친명계 의원이나 ‘대장동 사건 변호사’ 등 이 대표의 ‘호위무사’들은 대부분 공천자로 확정됐거나 후보 경선 혜택을 받았고 컷오프된 홍영표 의원은 “이 대표가 남의 가죽을 벗기느라 자신의 손에 피칠갑을 하고 있다”고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총선을 40여 일 앞둔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오차범위 밖으로 앞선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정치권은 '차기 당권과 대권 가도의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을 내고 있다. 

그럼에도 이 대표에게선 '당을 친명 중심으로 물갈이하더라도 공천 시기만 지나친다면 총선에서 정권심판 여론이 민주당으로 결집될 것'이라는 인식이 엿보인다. 지금의 '공천 파동' 역시 일시적으로 여기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같은 '자신감'과 '독기'는 어디서 오는걸까

이 대표의 세 개의 트라우마가 있다. 하나는 2021년 10월 10일 민주당 대선 경선 마지막 날의 기억이다. 전날인 9일까지 54% 안팎 득표로 여유있게 앞서가던 이 대표는 마지막 날 국민, 일반 당원 투표에서 이낙연 전 대표에게 28% 대 62% 더블 스코어 이상으로 대패했다. ‘대장동’ 효과가 마침내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그 결과 불과 0.29%포인트 차이로 결선 투표를 피하고 대선 후보가 됐다. 이조차 송영길 당시 대표가 유권해석을 유리하게 해 준 덕이었다.

다음은 지난해 9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까스로 가결된 것에 대한 악몽같은 기억이다. 체포동의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149명, 반재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체포동의안은 가결됐다. 재적의원 298명 중 이재명 대표와 박진 외교부 장관, 수감 중인 무소속 윤관진 의원을 제외한 295명이 표결에 참여한 결과 과반인 148명보다 1명 많은 149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가결 처리됐다. 이는 야권에서 최소 29명에서 최대 39명이 체포동의안에 찬성을 한 것으로 대통령을 꿈꾸는 이 대표로서 당 내 비이재명계의 '숙청'은 필연적 과제로 자리잡았을 것이다.

또 하나의 트라우마는 명색이 국회의 압도적 과반 의석을 점유한 원내 제1당의 당 대표임에도 법원에서 영장전담 판사 앞에 서야만 했던 경험이다. 아마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트라우마로 이 대표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을 것이다.

그는 지난번 정치 테러를 당한 뒤 복귀하면서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거울에 비치는 이 목의 흉터가 자꾸 끔찍하게 느껴진다. 와이셔츠 깃이 없었으면 어떤 결과가 났을까, 얼핏 그런 생각이 나는 것도 일종의 트라우마일 수 있겠다."고 했다.

이어 "지금 우리 사회는 적대감이 넘쳐나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회는 갈등한다. 각자가 이익을 추구한다. 또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에 갈등은 필연적이다. 이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바로 정치의 역할이다. 갈등을 조정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수용할 수 있는 합의에 이르는 것이 바로 정치 본연의 역할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어쩌면 당시 이같은 발언이 정치적 수사(修辭)로 생각, 모두의 기억속에 지워졌겠지만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수용할 수 있는 합의에 이르는 것이 바로 정치'라는 대목은 지금의 '비명횡사' 예고편 아니었나도 싶다.

오늘 한 언론은 "이 대표의 궁극적 목표는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대통령이 되려면 다음 대선 때까지 방탄이 돼야 하고, 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해 후보가 돼야 한다."고 했다. 기자의 생각도 같다.

과연 이재명의 생각이 맞는지 이제 총선까지는 41일이 남았다. (심일보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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