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세 국가유공자, 업무방해 벌금 300만 원
유공자증 보이고 탑승…요금 내라하자 욕설
약식명령 벌금 500만 원→1심서 300만 원
"예전엔 유공자증으로 충분…모르고 범행"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버스정류장.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버스정류장.

[신소희 기자] 버스에 타면서 국가유공자증을 보여준 뒤 요금을 내지 않겠다며 버스 기사와 실랑이를 한 70대 노인.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

A(78)씨는 국가유공자다. 그는 지난해 8월11일 경북 경산시에서 국가유공자증을 보여주면서 시내버스에 올라탔다.

요금을 내지 않는 그에게 버스 기사가 '국가유공자라도 요금을 먼저 내야 한다'는 취지로 안내하자, A씨는 "나는 국가유공자인데 요금 못 낸다. 빨갱이 ○○야"라며 욕설을 했다.

A씨가 버스에서 내리지 않고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이 버스는 20여 분 동안 멈춰 섰고, 결국 승객 12명이 다른 버스로 갈아탄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약식기소했고, 법원에서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이 내려졌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1심 법원은 업무방해 혐의 유죄로 봤지만 벌금액이 다소 과하다고 판단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형사2단독 이원재 판사는 지난 1월30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욕설을 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위력으로 시내버스 운행 업무를 방해해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본래 국가유공자는 버스 탑승 시 국가유공자증을 보여주면 버스 요금을 결제하지 않아도 됐던 제도가 일단 국가유공자의 자비로 결제한 버스요금을 나중에 보전받는 내용으로 변경된 것을 인지하지 못해 범행에 이르렀다"며 "약식명령의 형은 다소 무거워 부당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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