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 1월 31일 이재명 대표(왼쪽사진), 2월 14일 원희룡 전 장관이 각각 당사에서 열린 후보자 면접장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사진은 지난 1월 31일 이재명 대표(왼쪽사진), 2월 14일 원희룡 전 장관이 각각 당사에서 열린 후보자 면접장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김민호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38일 남은 가운데 역대급 대진표가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인천 계양을의 '명룡대전'을 시작으로 동작을, 광진을, 마포을 등이 '빅매치' 지역으로 떠올랐다. 여야 공천이 핵심 지역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어서 빅매치 지역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계양을 '원희룡-이재명' 확정 최대 관심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일 이재명 대표를 인천 계양을에 단수 공천하기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이번 총선 최대 빅매치로 꼽히는 이 대표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명룡대전' 대결이 성사됐다.

계양을은 민주당계 전통 텃밭으로 분류되는 지역으로 '보수정당의 무덤'이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또 지역구 분리·신설 이후 계속 법조인(변호사)이 차지해왔다는 특징도 있다. 

'명룡대전'이 확정된 직후 경쟁자간 조우도 이뤄졌다. 이 대표와 원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 계양구 박촌성당에서 만나 짧은 인사를 나눴다. 원 장관은 "결국 오셨군요"라고 했고, 이 대표는 "무슨 말씀인지"라며 지나쳐갔다.

경기 성남분당갑에서는 '대권주자'와 '원조 친노'의 빅매치가 이뤄진다.

지역구 현역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알려진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이 맞붙는다. 여기에 제3지대 개혁신당으로 옮긴 류호정 전 의원도 분당갑 출마를 선언했다.

분당갑은 2000년 지역구가 확립된 이래 진행됐던 7번의 총선 중 6번이 보수 정당이 승리했다. 다만 20대 총선에서는 김병관 민주당 후보가 권혁세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를 상대로 승리했고, 21대 총선에서는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과 김병관 후보의 득표율이 0.72%p(포인트), 1,128표 밖에 나지 않았던 접전지다.

서울 마포을, '운동권 빅매치' 성사

서울 중성동갑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인구 미달이 된 중구와 성동갑 일부 지역이 합쳐져 처음 개설된 지역구다. 현 지역구 의원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로, 20~21대 총선에서 모두 당선됐으나 총선을 앞두고 홍 원내대표가 서초을 출마를 선언하면서 새 경쟁자가 뛰어들고 있다.

당초 중성동갑에는 민주당 후보로 임 전 실장의 공천이 유력해보였다. 임 전 실장은 지난 16~17대 총선 당시 성동에서 재선을 하며 입지를 쌓았다. 하지만 민주당의 선택은 전현희 전 위원장이었다.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임 전 실장을 공천배제(컷오프)하고 그 자리에 전 전 위원장을 전략공천했다.

국민의힘은 임 전 실장의 대항마로 윤희숙 전 의원을 단수공천했다. 윤 전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경제전문가로 대표적 '운동권' 세대로 꼽히는 임 전 실장과의 대결 구도를 부각하기 위한 의도였다. 실제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임종석과 윤희숙, 누가 경제를 살릴 것 같나"라며 운동권 청산에 나서는 경제 전문가 이미지를 부각시키도 했다.

중성동갑의 선거 판세는 임 전 실장의 향후 행보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실장이 당 결정에 불복해 무소속, 혹은 제3지대 입당 후 출마하게 될 경우 야권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인도 탈당하지는 않겠다고 했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서울 동작을은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과 류삼영 전 총경이 맞붙는다. 민주당은 지난 1일부터 2일 새벽까지 이어진 장시간 회의 끝에 류 전 총경을 서울 동작을에 전략공천하기로 결정했다. 동작을은 지난 15대 총선부터 선거 당시 여당인 정당의 후보자가 계속 당선되는 징크스가 있다.

서울 마포을이 '명룡대전'에 버금가는 최대 격전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전통적으로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이지만,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국민의힘의 바람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지역구 현역인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을 저격해 함운경 민주화운동 동지회장을 전략 공천했다.

두 사람은 모두 운동권 출신이다. 정 위원은 강성 운동권이자 친명계로 불리운다. 함 회장은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으로 1985년 '민족통일·민주 쟁취·민주 해방 투쟁위원회(삼민투)' 공동위원장 당시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 사건을 주도하다 투옥된 바 있다.

만약 마포을에서 민주당 기세가 꺾인다면, 마포갑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마포는 총선 전체 성적표를 좌우하는 '한강벨트'에 속한 만큼 여야 모두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마포갑의 현역은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다. 민주당은 해당 지역구에 영입 인재 이지은 전 총경을 전략적으로 공천했다. 국민의힘은 신지호 전 의원과 조정훈 의원의 2인 경선으로 후보를 정할 예정이다.

한강벨트의 동쪽에 자리한 서울 광진을에서는 오신환 전 국민의힘 의원과 지역구 현역인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맞붙는다. 광진을은 성동구 병에서 분구된 이후 민주당이 계속 의석을 차지했던 지역이다.

다만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높게 나왔고, 지방선거에서는 12년만에 보수정당 광진구청장이 탄생했다. 이에 따라 주요 격전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 동대문을에서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김경진 동대문을 당협위원장과 장경태 의원을 각각 단수공천하면서 친윤(친윤석열)계와 친명(친이재명)계 인사 간 대결이 성사됐다. 

현재 동대문을 현역 의원은 초선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현재 민주당 최고위원을 맡고 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이혜훈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의원은 당내에서도 대표적인 ‘친명(친이재명)계’ 의원으로 꼽힌다. 이 대표가 여론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마다 ‘소방수’를 자청하며 이 대표를 돕고 있다.

낙동강 벨트 두고 벌어질 ‘빅매치’

낙동강 벨트는 영남권이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인 만큼 여당의 우세지역은 아니다. 국민의힘은 이름 있는 중진들을 이곳에 재배치해 7곳 공천을 마무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부산 사상구만 경선지역으로 놓고 나머지 8곳은 공천을 끝냈다.

낙동강벨트 중 한곳인 경남 양산을에서는 전직 경남지사간의 빅매치가 이뤄진다. 국민의힘은 이곳을 탈환하기 위해 김태호 의원을 전략공천했고, 민주당은 현역인 김두관 의원을 단수 공천했다.

양산은 8년전 갑을로 분구됐으며 이후 두 번의 총선에서 민주당이 양산을에서 승리했다. 다만 대선때과 지방선거 당시 양산을 6개동 모두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다.

부산 지역을 살펴보면 북강서갑에서는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과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맞붙게 됐다. 현재 부산 진구갑에 지역구를 둔 서 의원은 부산에서만 5선을 했으며 부산시장을 지내기도 했다. 전 의원은 이 지역에서만 재선이다. 부산 북강서을에서는 현역인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과 변성완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이 붙는다.

친윤(친윤석열) 핵심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부산 사상에는 장 의원과 가까운 김대식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후보로 나선다. 민주당은 김부민 전 부산시의원, 배재정 전 의원, 서태경 전 청와대 행정관이 경선에 올랐다. 부산 사하갑의 경우 국민의힘은 이성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민주당은 현역인 최인호 의원을 공천했다. 사하을은 현역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정호윤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경선에 올랐으며 민주당에서는 이재성 전 NC소프트 전무가 공천됐다.

충청,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VS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충청권 정치1번지라 불리우는 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서는 지역구 현역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과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대결한다. 이 지역구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고향(부여)이었던 만큼 보수성향이 강한 곳이다.

두 사람은 20대와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미 두 차례 대결한 바 있으며 모두 정진석 의원이 승리했다. 두 번의 선거 당시 공주시에서는 박 전 수석이 우세했고, 부여군과 청양군에서는 정 의원의 지지율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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