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대기자
심일보 대기자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이들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에 출마한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공정을 해친 사람이 정치를 한다는 것 자체가 보기 안 좋다. 혐의가 어느 정도 확인이 된 상황이고 잘못한 게 있으면 처벌을 받고 자숙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정계 진출이라니 우리 정치를 희화화시키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제22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4·10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총선에 출마한 '피고인들'이 국회를 피난처로 삼아 재판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이같은 비판에도 불구, 각종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들의 출마가 잇따르고 있다.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수십만 개의 화살이 비 오듯 쏟아지는 전쟁터라 해도 두려움 없이 맞서겠다”며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저도 확실하게 출마할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로 국회의원직을 중간에 그만두면 저의 동지들이 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민주당 돈봉투 수수 의혹'의 최정점으로 지목돼 구속 수감 중인 송영길 전 대표의 신당인 '소나무당'이 6일 창당했다. 이날 예정된 돈봉투 의혹 사건 두 번째 공판에서는 "정치할 기회를 달라"며 보석을 신청하기도 했다.

'대장동·위례 신도시·성남FC‧백현동' 사건 등으로 재판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단수 공천됐다. 이 대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및 제3자 뇌물, 위증교사 등의 혐의로 기소돼 무려 3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 측은 총선 출마로 인해 내달 법정에 출석이 어렵다는 뜻을 밝혔으나 재판부는 원칙대로 하겠다며 이 대표 측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대표는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경기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면서 김만배 씨가 대주주로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등 민간사업자에게 사업 정보를 제공하는 등 특혜를 줘 이익 7,886억 원을 얻게 한 혐의(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대표는 또 정 전 실장과 공모해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청탁에 따라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사업에서 배제해 200억 원의 손해를 입히고 민간업자 등에게 이익을 몰아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성남FC 제3자 뇌물 혐의도 적용했다. 이 대표가 네이버·두산건설·차병원그룹 등에게 토지 용도변경 등 특혜를 주고 시민구단으로 운영되던 프로축구단 성남FC에 후원금 총 133억 원을 내게 했다는 게 공소사실 골자다.

한 때 이 대표의 측근이었던 ‘대장동 키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도 정계 진출을 선언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달 14일 "이재명보다 범죄도 적고 일 잘할 자신이 있다"며 이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출마를 선언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에 입당한 유 전 본부장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들 '피고인들'이 '배지'를 단다면 최종 선고가 나오기 전에 더 당당하게 각종 입법에 참여하고, 면책ㆍ불체포특권을 이용해 지금보다 더한 자기방어에 나설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민심'이 사법정의가 되는 그런 날이 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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