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무덤'이지만 일찌감치 표심 다지는 원희룡

4·10 총선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가 8일 오후 인천 계양구 계양산전통시장에서 구민들과 인사 하고 있다.
4·10 총선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가 8일 오후 인천 계양구 계양산전통시장에서 구민들과 인사 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이른바 '명룡대전'을 앞둔 인천 계양을은 민주당의 대표적 텃밭으로 통한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계양갑·을로 분구된 이래 2010년 보궐선거를 제외하면 20년간 한 번도 보수정당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는 곳이다. 송영길 전 대표가 내리 5선을 지낼 정도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지만 2022년 송 전 대표가 돌연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철옹성 같았던 지역 민심에도 금이 생겼다. 송 전 대표의 빈 자리는 이 대표가 채웠지만 지난 20년간 민주당을 밀어줬던 주민들 마음에는 적잖은 상처가 생겼다.

10일 계양산전통시장에서 만난 한 어르신도 "우리 동네도 좀 발전해야 하는데 송영길, 이재명 다 당 대표인데 해준 게 없다"고 푸념했다. 야권의 거물급 정치인이 연달아 왔지만 정작 바뀐 게 없다는 것이다. 

전날 계양산전통시장을 찾은 원 전 장관은 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목도리를 매고 상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생과자를 파는 한 상인은 원 전 장관에게 "정들었어. 떠나면 안 돼"라고 말했다. 이렇게 걸으니 200m 정도 되는 길을 통과하는 데만 1시간 30분가량 걸렸다.

이날 시장 방문이 10번째라는 게 원 전 장관 측의 설명이다. 개인적으로 찾은 것까지 더 하면 횟수는 더 늘어난다. 그래서일까. 험지를 찾은 야권 정치인에게 으레 들려오는 폭언이나 고성은 없었다. 원 전 장관의 후원회장인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 이천수씨도 지역 주민과 거리를 좁히는데 한 몫 했다.

최근 원 전 장관 선거 캠프는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이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졌다는 여론조사가 나오면서다. 한 캠프 관계자는 "7~8% 정도 예상했는데 오차 범위 내로 좁혀졌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한국갤럽이 뉴스1 의뢰로 지난 7일 인천 계양을 선거구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지율 조사 결과를 보면 '내일이 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45%가 이 대표, 41%는 원 전 장관이라고 답했다. 두 후보의 격차는 오차 범위 내(95% 신뢰 수준에 ±4.4%p)인 4%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원 전 장관은 "계양은 인천과 서울, 경기 북부와 남부의 중심지임에도 특정 정당의 텃밭으로 여겨지며 발전이 정체됐다"며 "'빵공약이나 하는 '말로만' 후보가 아니다. 잃어버린 계양의 25년을 되찾아 명품도시 계양을 진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날 뉴시스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떨떠름한 반응도 있었다"고 전했다. 일부 주민은 이 대표의 악수를 거부하거나 지지자와 취재진에 몰린 것에 불만을 토로했다는 것. 이 대표가 방문한 한 횟집 사장은 "점심 장사 준비 하느냐 정신 없었는데 (이 대표가) 갑자기 들어왔다"며 "맨날 TV에 나오는 양반이라 반가울 것도 없었다"고 불평했다 한다.

현재까지 지역 판세는 이 대표에게 유리한 구도다. 선거구 경계 조정에 따라 계양갑의 표밭으로 꼽히는 작전서운동까지 계양을에 편입된 상황이다. 작전서운동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유동수 의원에게 62.11%(3851표차)의 몰표를 던진 곳이다. 하지만 민심이 흔들릴 여지는 남아있다. 지역 개발 수요가 그 중에 하나다

계양을은 오래된 아파트가 많아 재개발·재건축 요구가 높은 편이다. 지역을 가로지르는 봉오대로를 중심으로 작전 현대아파트, 동아아파트 등이 있는데 대부분 1990년대에 준공된 건물이다.

일찌감치 선거에 뛰어든 원 전 장관은 과거 장관 이력을 살려 이 부분을 적극 파고 있다. 지역 맞춤형 공략과 함께 수도권광역급행열차(GTX)-D 노선 작전서운역 추가, 지하철 2·9호선 연장 등을 제시했다.

원희룡 후보는 전날 ‘재정비촉진지구 지정을 통한 계산역•임학역 역세권 통합개발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계양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 단지는 대부분 소규모라서 인접 단지 및 인접 단독주택과의 결합 개발이 필요한데다, 특히 공항과 문화재로 인해 이중 고도제한까지 받고 있다. 계산택지를 제외한 계양구 내 모든 역 주변 구역에 개발과 정비가 시급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 원 후보는 우선, 계산역, 임학역을 포함한 대규모 개발구역을 설정해 ‘재정비촉진지구’ 지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원 후보는 “규제완화 패키지를 이용해 종상향, 용적률 상향, 고도제한 완화가 가능하다"며 “촉진지구 지정시 최대 국비 1,000억 원 지원이 가능하며, 지방비 300억 원까지 매칭이 가능한 만큼, 자기개발분담금과 기부채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원 후보의 설명이다.

이어 “지난 25년간 개발이 정체됐던 만큼 더 빠르고, 더 좋은 방식으로 계산역, 임학역 역세권을 통합개발하겠다"며 “계양 발전의 이익이 최대한 많은 주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통합 주민 준비위원회를 설치해 소외 없는 재개발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달 남은 총선 기간 동안 원 전 장관이 바닥 민심을 얼마나 끌어올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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