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기 국민추천포상 수여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03.15.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기 국민추천포상 수여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03.15.

[심일보 대기자] 드디어 신나는 그림 대회 날이에요.

평소에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규은이는 오늘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림 그리는 것도 좋지만 친구들과 함께 모처럼 자연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설렜지요. 어제는 엄마에게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몇 번씩 되풀이하기도 했답니다. 규은이는 들뜬 마음에 아침 일찍 대회장에 도착했어요. 그리고 커다란 나무 밑에 앉아 친구들을 기다렸지요.

드디어 대회가 시작되어 도화지를 받았습니다. 규은이는 무엇을 그릴까 구상하고는 스케치를 한 뒤 꼼꼼하게 색칠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과 서로서로 잘 그렸다고 칭찬도 하면서요. 그런데 아까부터 저쪽 잔디밭에서 남자아이들이 왔다 갔다 하며 대회장을 휘젓고 다니는 거예요.

규은이는 다른 사람의 그림을 보면서 시시덕거리는 남자아이들이 못마땅했습니다. 그러나 마감 시간까지 끝내려고 그림에만 몰두했지요. 

드디어 진한 색까지 다 칠하고 물감이 완전히 말라서 제출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그 순간, 시시덕거리던 남자아이 중 한 명이 뛰다가 그만 규은이의 물통을 차 버렸습니다. 물감을 헹군 물이 규은이의 그림 위로 왕창 쏟아져 버렸지요. 애써서 그린 그림이 다 된 밥에 재가 뿌려진 것처럼 순식간에 엉망이 되고 말았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속담 <다 된 밥에 재 뿌리기> 이야기이다.

"대통령실이 정권 심판론 자초하고 있다"

18일 조동중 보수지는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여론 악화로 지지율 하락이 감지되자 ‘도피 출국’ 논란이 있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즉각 귀국과 ‘회칼 테러’ 발언을 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자진 사퇴를 촉구한 것에 대해 이같이 한 목소리를 냈다.

조선일보는 1면에 한 위원장 발언을 실은 데 이어 4면에 <輿 출마자들 아우성에도… 말 없는 대통령> 기사를 냈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에서 우려 목소리가 계속 커지고 있다”며 “총선이 3주 남짓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원인을 제공해 ‘정권 심판론’ 확산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대통령식 ‘1인 결단’ 시스템이 근본 문제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18일 논설실장 칼럼 <“부르면 귀국” 아니라 “당장 귀국”이 답이다>에서 “문제의 본질은 왜 야권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민감한 사건의 핵심 피의자를 서둘러 해외로 내보내려 한 건지, 일선 부처의 1급 실장 인사를 놓고도 한두 달씩 검증을 하는 판에 출금 여부조차 알아보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는 건지, 혹시라도 기소되면 외교적 망신의 뒷감당은 어찌하려 했는지 하는 점”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회칼 테러’ 운운 황상무 수석, 자진 사퇴하라> 사설을 통해 이종섭·황상무에 대한 한동훈 장관의 요구를 놓고 “만시지탄이다. 총선과 무관하게 당연히 취해야 할 조치들”이라고 했다. 이어 “말은 평소 의식의 소산인 만큼 이번 사건(황상무 수석)은 단순한 설화가 아니라 황 수석을 비롯한 권력 핵심들의 언론관이 어떤 수준인지 의문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며 “이종섭 대사 역시 즉각 귀국해 수사 프로세스에 응하는 게 마땅하다. (중략) 누구보다 법치에 철저해야 할 정부가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피의자 신분인 그를 서둘러 대사에 임명하고 내보낸 점은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정당"

이같은 지적에 오늘 대통령실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피의자인 이종섭 주 호주대사 임명 및 출국 논란과 관련해 인사는 정당했으며, 출국금지를 수차례 하고서도 소환 수사를 하지 않은 공수처의 처분이 문제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공수처의 소환 요청에는 즉각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또 이 대사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고발 내용을 검토한 결과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고 공수처도 고발 이후 6개월간 소환 요청을 한번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또 "이 대사는 출국 전 스스로 공수처를 찾아가 4시간 가량 조사를 받았고, 언제든 소환하면 귀국해서 조사를 받겠다고 했고, 이에 공수처도 다음 기일 조사가 준비되면 소환통보하겠다고 했다"며 "아울러 법무부에서만 출국금지 해제 결정을 받은 게 아니라 공수처에서도 출국 허락을 받고 호주로 부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사건' 언급에 대한 사실상 첫 공식 입장 발표다. 다만 이날 입장문에서도 황 수석의 거취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사건'과 관련해서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우리 정부는 과거 정권들과 같이 정보기관을 동원해 언론인을 사찰하거나 국세청을 동원해 언론사 세무사찰을 벌인 적도 없고 그럴 의사나 시스템도 없다"며 "언론의 자유와 언론기관의 책임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이라고했다.

오늘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4주 만에 30%대로 내려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당 지지도도 국민의힘 37.9%, 민주당 40.8%로 역전됐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11∼15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4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2.0%포인트)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38.6%를 기록했다. 일주일 전 조사보다 1.6%포인트(p) 낮아진 수치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리얼미터 측은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된 이종섭 전 장관의 도피성 인사 논란, 과일·채솟값 등의 인상 여파에 따른 장바구니 민심 악재 등이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총선이 24일 앞으로 다가온 오늘, 여당의 총선 승리 노력에 '재 뿌리는' 대통령을 본 적이 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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