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을 방문해 박승일 병원장 등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을 방문해 박승일 병원장 등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심일보 대기자] "It’s the economy, stupid"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1992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대선 판도를 바꿔놓은 이 말은 당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참모 제임스 카빌의 머리에서 나왔다. 당시의 사회문제 핵심이 경제에 있다는 의미였다. 결국 도전자인 클린턴은 조지 부시 현직 대통령을 이겼다. 이후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구호는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이 자신만이 경제를 살릴 것이라 유권자를 설득하는 케치프레이즈로 이용됐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등장한 수많은 민주주의 국가의 포퓰리즘 정당과 정치인들은 이제 “정체성이 경제를 이긴다”(Identity trumps the economy)고 외친다.

지난해 Economy Insight에 실린 <문제는 경제라고? 바보야, 정체성이 문제야!>라는 제목의 글에 따르면 정체성 정치의 원조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다. 경제 관점에서 보면 당시 정황상 브렉시트는 절대로 뽑으면 안 되는 선택지였다. 그럼에도 2016년 영국 유권자 다수는 유럽연합 탈퇴를 선택했다. 브렉시트로 영국이 경제적 타격을 입으리라는 경고가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옹호자에게 브렉시트 구호 ‘주권 되찾기’(Take back control)는 중요했다. 영국다움을 지키는 것이 브렉시트 지지자들에게는 경제성장률보다 중요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승리 이후 경제정책과 관련해 자신을 지지하던 유권자의 이해관계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 시절 공화당은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 세계화 패자들, 뒤처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으로 자리잡았다. 그렇게 공화당은 하위 중산층 유권자들의 표를 얻을 수 있었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수백만 명에 이르는 고졸 이하 저학력·저임금 백인 남성들은 2020년 대선에서도 트럼프에게 다시 몰표를 줬고, 지금도 여전히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이 현시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통할 수 있을까 

4.10 총선이 20여 일 앞둔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위기의 경제', '정체성'의 해법조차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중도층이 이탈하고 소위 '좌파정당'의 책임론에 무기력한 모습만 연출하고 있다. 작금의 분위기는 집권 3년 차를 맞는 윤석열 정부 중간평가 성격과 21대 국회를 장악해 ‘입법 폭거’를 서슴지 않은 민주당에 대한 심판 구도로 치러지는 선거지만 민심의 흐름은 '윤석열 탓'으로 기울고 있다.

그렇다면 이같은 '전세'를 뒤집는 '신의 한 수'는 있는 것인가

첫째,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어떤 가치에 얼마나 비중을 두고 있는지 파악해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을 보여야 한다. 둘째, '내가 대통령이야!'라는 오만과 독선을 버려야 한다. 국민은 '경험없는 대통령'과 '무능력'에 지쳐 있다. 셋째,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에 대한 솔직한 입장을 말해야 한다.

“사람은 있는 그대로일 때 가장 솔직하지 못하다. 가면을 건네주면 그는 진실을 말할 것이다.”

굳이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인용치 않더라도 지금의 보수적 사고를 기진 이들은 대통령에게 가면이라도 던져주고 대통령과 토론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각설하고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고 지금이 그 때"요, 늦었지만 '무능경제'와 '정체성'을 회복할 타이밍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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