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재고 요청에 이재명 "철회 없다"
21일 후보 등록 시작…공천 번복 어려워
이종섭·황상무 공세 속 "막말 악재될까" 노심초사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예비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총선 후보자 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예비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총선 후보자 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논란 등 과거 발언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의 공천을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정치인에 대한 비판은 공천을 취소할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인데 당내에서는 양 후보의 막말이 계속 드러나고 있어 총선에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20일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안산갑 공천을 의결한 후 이와 관련한 추가 최고위 소집 계획이 없는 상태다. 공천 번복 계획이 없다는 얘기다.

이재명 대표가 공천 철회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다 후보 등록이 21일 시작되는 것을 고려하면 공천 번복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5일 심야에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양 후보에 대해 "정치인이 정치인에 대해 말하는 게 무슨 문제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최고위는 경기 안산갑 공천을 의결했다.

이 대표는 지난 16일  하남시장 현장 기자회견에서도 "정치인에 대한 비판은 표현의 자유"라고 일축했고, 18일 마포구 유세 현장에서는 "발언이 지나쳤지만 책임은 국민들이 판단할 거"라며 기존의 입장을 유지했다.

대통령이나 정치인을 향한 비난을 공천이 취소된 정봉주 전 의원의 '목발 경품'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도태우 국민의힘 후보의 '5·18 폄훼' 등과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없다는 게 이 대표의 판단이다.

이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상당수는 문제가 없다는 태도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양 후보의 막말이 계속 나와서다.

양 후보는 2007~2008년 언론 기고 칼럼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량품' '매국노' 등의 표현으로 비난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인 2009년 6월엔 '서거로만 먹고사는 민주당'이라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안산갑 현역인 전해철 의원을 향해 "수박 그 자체인 전해철과 싸우러 간다"고 발언해 당직 자격정지 3개월 징계를 받았다. 수박은 '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을 뜻하는 은어로, 강성 지지자층인 '개딸'이 주로 비명계를 비하할 때 사용한다.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방송 등에서도 비명계를 바퀴벌레라고 하는 등 인격을 훼손하는 발언을 지속해서 게시했다.

이러한 논란에 공천관리위원회 도덕성 검증 소위에서도 양 후보를 컷오프(공천 배제)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재직 시절인 2011년 KT로부터 강남 룸살롱 접대를 받은 일도 재소환됐다.

논란이 확산하자 김부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공개적으로 당 지도부를 향해 양 후보 재검증을 요청했다. 그는 전날에도 향 후보의 공천 문제가 전체 선거에 미칠 영향이 분명히 있다며 공천 재고를 재차 촉구했다. 특히 중도층과 수도권의 민심 이반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수도권 지역 후보는 "이종섭 주호주대사 부임 논란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으로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는데 양 후보 막말이 발목을 잡지는 않을까 우려된다"며 "황상무는 사퇴한다고 했는데 이종섭까지 소환되면 타깃이 또 민주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총선이 이제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누가 실책하지 않느냐가 관건"이라며 "정치인이 아닌 사회적 약자나 국민을 무시하는 발언이 나오면 민심이 요동칠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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