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로서 언제나 의뢰인 위해 최선"
"국민이 바라는 눈높이와 달랐던 듯"
"제가 완주한다면 논란 계속될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서울특별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류삼영(오른쪽) 동작을 후보, 조수진(왼쪽) 강북을 후보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03.2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서울특별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류삼영(오른쪽) 동작을 후보, 조수진(왼쪽) 강북을 후보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03.20.

[김민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4·10 총선 강북을 후보로 결정됐던 조수진 변호사가 오늘(22일) 새벽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을 꺾고 후보로 확정된 지 사흘 만이다.

조 변호사는 이날 오전 0시46분께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전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이 입법권력까지 독점하는 폭정은 막아내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시작했다"며 "출사표가 어떤 평가를 받건 그것보다 이번 총선이 중요했다"고 했다.

이어 "저는 변호사로서 언제나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국회의원이 되면 똑같은 자세로 오로지 강북구 주민과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려고 했다"며 "그러나 국민들께서 바라는 눈높이와는 달랐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제가 완주한다면 선거기간 이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하더니 "더 이상의 당에 대한 공격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또 그는 "짧은 시간 유례없는 압도적 지지로 성원해 주셨던 당원 여러분 감사했다"며 "어제와 오늘 따뜻하게 맞아줬던 강북을 주민 여러분, 부디 당에 대한 지지를 계속 보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4·10 총선 승리해달라. 우리는 꼭 이긴다"고 덧붙였다.

공천 후 성범죄, 임금체불 변호 등 각종 논란

조 변호사는 강북을 후보로 뽑혔던 정봉주 전 의원이 '목발 경품' 발언 논란으로 공천 철회 처리되면서 현역 박용진 의원과의 경선을 치러 후보자에 올랐다.

그러나 공천 후 성범죄, 임금체불 변호 등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여성 단체는 물론 여당, 자당 내에서도 후보직 사퇴 촉구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무현재단 이사 등을 역임하며 자신을 '인권변호사'라고 소개해 왔다. 하지만 그가 다수의 성범죄자 변호건을 수임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과거 아동 성범죄 가해자를 변호하며 "다른 성관계를 통해 성병에 감염됐을 수 있다"는 논리로 피해자 아버지가 가해자일 가능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2차 가해 논란이 일었다.

조 후보는 지난해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체육관 관장의 2심 재판 변호를 맡았다. 피해 아동은 2017년 관장에게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해 인유두종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등 성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 변호사는 변호 과정에서 피해 아동이 "다른 성관계를 통해 성병이 감염됐을 수도 있다"며 피해 아동의 아버지를 가해자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범죄 2018년 합숙소에서 함께 생활하던 고교생을 성추행한 강사를 변호했으며, 2021년에는 여성 200여 명의 신체를 불법 촬영하고 보관한 남성을 변호했다. 또한 블로그에 10세 여아의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학대한 사건 가해자를 변호해 집행유예를 받아냈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더해 조 변호사는 '성범죄 국민참여재판으로 하면 유리할까' 등의 게시물을 올려 성범죄자 감형 논리 등을 주장했지만 해당 게시물이 논란이 되자 블로그 게시물들을 전부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와 함께 선거인명부 작성 기준일인 이달 19일 이후 전입 신고를 해 정작 후보로 나선 지역구에서 유권자로 투표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논란이 불거지자 여권부터 제3지대 정당, 민주당 내부까지 지적이 쏟아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에 2차 가해를 했던 행동들이 저 당에선 용인될 수 있는 것"이라며 "우린 용인하지 못하겠다. 우린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의 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중앙여성위원회, 제22대 총선 여성후보자 전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변호사를 자처하던 조 후보의 이중성에 국민들은 큰 충격과 배신감을 느낄 것"이라며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조 후보자는 공직 후보자로서 자격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장혜영 녹색정의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범죄자 감형 전문 변호사를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하는 민주당에게 '여성인권'이란 대체 무엇이냐"고 했다. 이동영 새로운미래 선임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민주당은 당장 자격 없는 조 후보의 공천을 취소하고 피해자와 국민에게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조수진 변호사의 문제적 언행은 우리당에 심각한 해악을 끼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조 변호사가 스스로 사퇴해야 마땅하다. 그것이 당에 끼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이자 우리당을 사랑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조 후보는 지난 20일 논란이 불거진 후 "당원과 국민께 송구하다"며 "국민들 앞에 나서서 정치를 시작하는 국회의원 후보로서 심려를 끼친 것에 사과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제가 과거 성범죄자의 변론을 맡은 것과 블로그를 통해 홍보를 한 것은 변호사로서의 윤리규범을 준수하며 이루어진 활동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법보다 정의를, 제도보다 국민 눈높이를 가치의 척도로 삼겠다"며 "변호사에서 국민을 위한 공복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조 변호사가 후보직을 내려놓으면서 민주당은 후보 등록 마감일인 오늘 안으로 새로운 후보를 공천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총선 후보 등록 마지막 날 조 변호사가 자진 사퇴하면서, 앞서 두 차례 경선에서 패했던 박용진 의원이 다시 후보로 정해질 지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