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서린상사 경영권 갖겠다"는 입장
영풍, "서린상사 인적분할 합의 깨"
고려아연, "검토만 했을 뿐 합의한 적 없어"
서린상사 28일 주총 가능할지 주목

[정재원 기자] 고려아연이 최대주주이지만 영풍이 경영권을 갖고 있는 비철금속 무역업체 서린상사의 인적분할을 놓고 양측이 또다시 심각한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풍에 따르면 서린상사의 인적분할로 신설된 법인 지분 100%를 고려아연이 갖고, 존속법인 지분 100%를 영풍이 보유하는 방식으로 인적분할을 추진 중이었다.

이 안에 따르면 신설 법인이 고려아연 원료 수입과 제품 판매를 맡고, 영풍과 관련된 사업은 존속법인이 담당한다. 한마디로 고려아연과 영풍이 서린상사 경영권을 나눠 갖는 것이다.

그러나 영풍 측은 이 같은 인적분할 안을 고려아연이 마지막에 일방적으로 반대하고 있다며 반발한다. 영풍은 특히 고려아연이 이미 양측이 합의한 인적분할 대신 서린상사 경영권 전체를 장악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서린상사의 인적분할 합의를 일방적으로 깼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애당초 인적분할 합의는 없었다며 반박한다. 고려아연 주총에서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표 대결까지 갔는데, 이제 이 불똥이 서린상사로 옮겨 붙는 모양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고려아연이 최근 인적분할 합의를 일방적으로 중단해 합의를 깼다"고 밝혔다.

영풍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지난해 하반기에 서린상사의 인적분할을 제의해 양측 합의 하에 인적분할 작업을 6개월간 공동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영풍은 지난해 11월 서린상사 사내이사로 선임된 이승호 고려아연 부사장도 인적분할을 위한 인물이었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풍 측은 이 인적분할 합의가 깨진 만큼, 이제 이 부사장도 사내이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고려아연은 이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은 서린상사 인적분할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서린상사 인적분할은 서린상사 경영권 조정을 위해 검토한 여러 방안 중 하나"라며 "영풍과 인적분할에 합의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서린상사 이사회 구성에 대해서도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이승호 부사장 사내이사 선임을 지렛대 삼아 이사회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고 본다.

영풍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이승호 사내이사 사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4명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추진해 이사회 장악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영풍 측에 따르면 당초 서린상사 이사회 구성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 3명(최창걸·최창근·노진수)과 영풍 장형진 고문 측 3명(장형진·장세환·류해평)으로 이사회가 균형을 이뤘다. 그러나 이 부사장이 새롭게 이사회에 진입하며 이 균형은 4대 3으로 고려아연 측으로 기울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영풍의 일방적인 반대로 이사회와 주주총회 자체를 열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사회 장악을 시도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반면 영풍 측은 "고려아연 측에 당초 14일 이사회를 소집하자고 통보했는데 고려아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28일 임시 주총도 이미 고려아연 측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그러나 "영풍의 일방적인 반대로 28일 주총을 계획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의 서린상사 경영권 분리 시도에 대한 입장차도 양측이 확연히 다르다.

고려아연은 측은 "서린상사가 영풍 위주로 원료 구매와 제품 판매에 나서고 있어 경영권 분리를 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66%에 달하는 지분율만 앞세워 서린상사 이사회를 장악하려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편 서린상사 인적분할의 주요 인물로 등장한 이승호 부사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 부사장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모건스탠리, 스탠다드차타드 등을 거쳐 투자은행(IB)업계 경험이 풍부한 인수합병 전문가로 알려졌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고려아연 투자전략본부장(부사장)으로 합류했고, 지난해 12월부터 고려아연 재경본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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