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밤샘 협상 결렬…오전 4시부터 파업
운행 중단률 98%…정류장엔 '대기' 빨간불
지하철역선 "딸 버스로 출근하는데 어쩌나"
헛걸음한 시민들 분개 "왠지 안 오더라니"

사진은 26일 서울역을 지나는 서울 시내버스와 이용객들 모습.
사진은 26일 서울역을 지나는 서울 시내버스와 이용객들 모습.

[신소희 기자] 서울 시내버스가 노사 협상 결렬로 12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한 28일 출근길 서울 시민들은 '버스 대란'에 발을 동동 굴렀다.

28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버스 기사 1만8,000여 명이 소속된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이날 새벽까지 임금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서울 버스 노조는 오전 4시 첫차부터 서울버스 운행을 중단했다. 일부 노선은 정상운행하지만 총 61개사 7,000여 대, 전체 버스의 98%가 멈춰 서게 됐다.

이날 오전 6시께 서울 금천구의 한 버스 정류장 전광판에는 대부분의 노선에 빨간 글씨로 '차고지' '종료' 안내가 떠 있었다.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경기권 시외버스와 마을버스는 여전히 버스전용차로 위를 다녔지만 시내버스인 초록, 파란버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인근 지하철 1호선 금천구청역은 평소처럼 출근길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렸다. 한 시민은 가족에게 전화한 듯 "서울 버스가 파업했대. 마을버스만 탈 수 있어"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신도림까지 간다는 김향자(64)씨는 "어제부터 버스 파업한대서 일찍 지하철 타러 왔다"며 "딸이 버스로 출퇴근하는데 아침에 괜찮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오전 7시께 혜화역 인근 버스환승센터의 시민들도 전광판에 뜬 '시내버스 파업. 지하철 이용' 문구를 보고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 시민은 "오는 거 아무거나 타야겠다"며 한숨 쉬었다. 이윽고 간선버스 한 대가 도착하자 대여섯명이 올라탔다.

김모(50)씨는 야근 후 퇴근하고 있다며 "버스 파업 얘기는 못 들었다"며 "용두동에 있는 집까지 가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네"라고 토로했다.

사당역 버스 정류장도 헛걸음 한 시민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었다.

흑석동까지 출근한다는 한모(51)씨는 "오늘 파업한 줄 몰랐다. 왠지 안 오더라"며 "지하철 타야겠다"고 정류장을 빠져나갔다.

분당으로 출퇴근하는 김태경(27)씨는 서울시가 대체 투입한 셔틀버스를 타러 왔다며 "셔틀 타는 곳까지 원래 버스를 타는데 오늘은 파업이라 20분 넘게 걸었다. 비도 오는데"라며 "또 집 갈 때 걸어가야 하지 않을까. 퇴근하고 힘들 텐데 벌써 짜증 난다"고 했다.

서울시는 28일 오전 4시 첫차부터 비상 수송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하철은 출퇴근 시간대 1시간을 연장 운행한다. 심야 운행 시간은 익일 오전 2시까지 1시간 연장된다. 지하철역과의 연계를 위해 25개 자치구에서 총 119개 노선에 무료 셔틀버스 480대를 투입했다.

다산콜재단, 교통정보센터 토피스, 서울시 매체, 정류소의 버스정보안내단말기는 실시간 교통 정보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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