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제역 이후 최고치 기록한 삼겹살
'삼겹살이 비쌀까. 오겹살이 비쌀까?'

이에 대해 정육 관계자들은 "국민 대표 먹거리 삼겹살 인기가 식을 줄 모르면서 최근 오겹살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다면 가격은 어떨까. 삼겹살에 껍데기(콜라겐)가 붙어있는 오겹살 가격이 음식점에서는 당연히 비싸다.

그런데 '오겹살'이 '삼겹살'보다 원가가 낮은데, 음식점에서는 더 비싸게 팔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삼겹살은 직장인들의 회식이나 가족 나들이, 각종 모임에서 단연 빠지지 않는 서민들의 단골메뉴다.

"돼지 한 마리에서 삼겹살이 차치하는 비중이 10%에 불과하고,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탓에 전 세계에서 수입할 정도로 국민들이 가장 즐겨 먹는 대표음식"이라는 말이다.

삼겹살은 돼지의 갈비뼈에서 뒷다리까지의 복부 부위다. 오겹살은 삼겹살과 부위는 같지만 껍질을 제거하지 않은 상태다. 오겹살에 붙어있는 껍질과 일부 지방층을 제거하면 삼겹살이 되는 것이다.

몇 해 전부터는 오겹살을 찾는 소비자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돼지 껍질이 붙어있는 오겹살에는 콜라겐 함량이 많아 피부에 좋다는 속설까지 퍼지면서 오겹살에 대한 수요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에는 삼겹살과 오겹살을 함께 팔고 있는 음식점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성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음식점에서 원가가 더 저렴한 오겹살을 삼겹살보다 비싸게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음식점에서 실제 판매되고 있는 삼겹살과 오겹살의 가격 차이는 실제 얼마나 날까.

서울 영등포구와 마포구, 일대 음식점 10곳을 비교한 결과 가격이 동일한 단 한 곳을 제외하고, 모든 음식점에서 오겹살이 삼겹살보다 비싼 것으로 확인됐다.

음식점 마다 가격 차이는 있지만 100g 당 적게는 500원에서 많게는 1000원 이상 차이 났다. 심지어 2000원 이상 차이 나는 음식점도 2곳이나 됐다.

오겹살이 삼겹살보다 더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오겹살은 삼겹살에 비해 지방층이 얇고, 살코기와 지방이 골고루 섞여 있는 고급육이라는 게 음식점 업주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55·여)씨는 "오겹살은 삼겹살보다 더 귀한 부위로 삼겹살에 비해 살코기와 지방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맛이 더 좋다"며 "비쌀수록 더 맛있는 게 음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음식점 업주 최모(46)씨는 "오겹살의 도매가격이 삼겹살보다 비싸다보니 오겹살이 더 비쌀 수밖에 없다"며 "오겹살이 비싼 만큼 반찬 가짓수도 다르고, 오겹살을 주문한 손님들에게는 고기를 조금 더 넉넉하게 제공한다"고 전했다.

이에 '축산물 거래 내역서'를 보여 달라고 거듭 요청하자 최씨는 "음식 가격은 업주가 자유롭게 결정하는 사안이지 누가 간섭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하지만 축산물 도매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도매업자들의 설명은 전혀 달랐다.

오겹살은 삼겹살처럼 껍질과 일부 지방층을 제거하는 추가 공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저렴하다는 게 도매업자들은 설명이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10년 가까이 축산물 도매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62)씨는 "오겹살과 삼겹살은 돼지 뱃살 부위로 껍질 제거 작업 여부에 따라 이름만 달라지는 것"이라며 "오겹살은 껍질 제거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삼겹살보다 더 저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도매업체 사장 한모(47)씨는 "가격은 업주의 재량에 따라 결정한다고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원가가 더 저렴한 오겹살을 삼겹살보다 비싼 가격으로 먹는다고 한다면 어느 누가 이해할 수 있겠냐"며 "심지어 가격이 저렴한 일반 돼지 오겹살을 사서 손님들에게 제주산 흑돼지 오겹살로 속여 파는 음식점도 적지 않다는 게 축산물 유통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귀띔했다.

마장동 일대 축산물 유통업체 10곳을 돌며 직접 확인한 결과 등급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1㎏당 오겹살이 삼겹살보다 500~1000원 정도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었다. 또 동일한 가격을 책정한 곳도 3곳이나 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선량한 소비자와의 신뢰를 져버리는 음식점 업주들의 지나친 상술이라고 지적했다.

이승신 건국대학교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음식점 업주들은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된다"며 "원가가 더 저렴한 오겹살을 갖가지 상술을 동원해 삼겹살 보다 비싸게 파는 행위는 선량한 소비자를 우롱하는 지나친 상술"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비자가 쉽게 파악할 수 없는 정보를 감추거나 기만하는 영업 행태가 반복되다 보면 가장 중요한 소비자와의 신뢰 관계를 잃을 수밖에 없고, 한번 잃은 신뢰는 좀처럼 회복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이윤 추구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익만을 중시한 나머지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일부 음식점들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며 "축산물 가공에서부터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까지 관련 있는 유관기관이나 지자체 등은 상시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문제점이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 사무처장은 이어 "소비자들을 봉으로 생각하는 그릇된 상술과 의식을 지닌 일부 음식점 업주들에 대해 관계기관은 제재를 가하고,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찾을 수 있는 확실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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