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주주환원정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주가가 단숨에 120만원대를 회복했다. 배당 상승 등 주주에게 돌아올 몫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큰 기대를 갖고 있지 않아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쨌건 삼성전자의 경영 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주식 실적은 양호한 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올해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이 났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주가는 오히려 4.5% 상승하면서 1년 만에 하루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지난달 31일 주가는 장중 한때 5% 더 올랐다. 지난 29일 이후 주가는 14% 상승하면서 시가총액은 22조 원이 늘어났다.

홍콩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테크놀로지 마켓 리서치(CTMR)’의 애널리스트인 닐 샤가 ‘노키아 짝 나고 있다(doing a Nokia)’고 표현한 회사치고는 괜찮은 성적이다.

이처럼 경영 실적과 주가 실적이 '따로국밥'인 이유는 뭘까?

삼성전자가 둔 악수에 대해서 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벌할 기회가 이미 충분히 많았다는 것이 한 이유일 것이다. 삼성전자의 오판은 이미 널리 알려졌으며 임원진도 인정한 바 있다.

그 결과, 주가는 올해 대부분 기간 동안 하락세를 보였다. 6월 초순에서 지난주 사이에는 무려 26% 급락했다. 홍콩 소재 번스타인리서치의 애널리스트인 마크 뉴먼은 이런 맥락에서 주가가 14% 반등한 현상은 지나친 매도세가 어느 정도 조정된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나쁜 소식은 이미 알려질 만큼 알려졌으니 실제로 접한 소식이 예상했던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마크 뉴먼은 30일(목)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삼성 관계자들이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하는 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자신감에 차 있었다고 부연했다.

요컨대 주가를 움직이는 중요한 요소는 ‘기대치’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미 몇 주 전에 바닥을 쳤다.

IT•모바일(IM)부문 무선사업부의 수익성이 둔화된 터라 삼성전자가 가까운 장래에 회생하리라고 예상하는 투자자들은 거의 없다.

하지만 최근에 종료된 분기가 최저점 중에 최저점일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은 적지 않다. 반도체와 부품 사업부 전망은 암울하지 않다. 투자자들은 기대치를 조정하고 기꺼이 인내심을 가지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경영 실적과 주가 실적이 불일치하는 이유를, 완전히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

올 여름부터 삼성전자를 비관적으로 전망해온 다니엘 김 맥쿼리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 그룹 차원에서 나타나는 행보에 주목했다. 김 연구원은 창업주 일가가 이재용 부회장에 경영권을 승계하는 작업에 속도를 높인 것이 아니냐고 추정했다.

애널리스트들은 경영권 승계가,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로 얽힌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본다.

올해 9월 삼성 SDS는 연내 11억 달러(1조1,566억5,000만 원) 규모로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SDS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다.

지난 주 초,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소수 지분 인수와 관련해 법적 검토를 요청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삼성 계열사 주가가 최근 며칠 사이에 상승했다고 김 연구원은 지적했다. 삼성생명 주가는 지난달 31일 5.4% 상승했다. 삼성생명 주가는 지난 6 거래일 동안 13% 급등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삼성화재 주가도 같은 기간 동안 3.7% 오르며 사상 최고치에 근접할 기세다.

경영권 승계가 정말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면,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640억 달러(67조2,960억 원) 규모의 현금이 배당과 자사주 매입의 형태로 주주들에게 환원될 수도 있다. 그간 많은 투자자들이 배당 확대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일각에서는 배당 정책이 변화할 것이라고 벌써부터 낙관하고 있다.

이명진 삼성전자 IR팀장(전무)은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초 4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노무라 증권의 C.W.정 연구원은 "경영진이 주주 환원 정책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며 "적절한 단계에 배당 정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정 연구원은 지난달 31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40만 원으로 하향조정했다. 벌써 다섯 번째 연속 하향조정한 것이다. 물론 낙관론이 비교적 잦아들긴 했다. 새로운 목표주가는 지난 번 목표주가보다 겨우 2% 높다.[월 스트리트 저널 인용]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