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
알리페이 '세금 환급'내세워 고객 유치
전주와 대출자 연결하는 'P2P'서비스
온라인 MMF상품인 위러바오도 선풍
11일부터 '뱅크월렛카카오'도 선보여

금융시장이 혁명에 휘말렸다. 우리는 이제 '유비쿼터스(Ubiquitous) 금융' 시대를 맞고 있다. 문자 그대로 언제 어디서나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휴대폰과 금융이 결합된 '모바일 금융 혁명'의 결과다.

주변부는 중심을 끊임없이 위협한다. 그게 인간의 역사다. 모바일 금융혁명도 주변부에서 시작됐다. IT 기업들이 모바일 기술을 바탕으로 금융업으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 '아차'하는 순간 금융회사는 조연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

금융업, 특히 은행은 신용을 핵심 가치로 추구한다. 따라서 일정한 규제는 필수적이다. 신용 질서를 유지하는데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친 규제는 혁신을 짓밟는다. 혁명의 싹도 잘라버린다.

삶의 질을 높이면서 신용질서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안정적 경제발전도 가능하다.  '모바일 금융혁명'의 현황과 과제를 기획 시리즈를 통해 점검했다. <편집자 주>


서울 명동 주변에는 '알리페이를 이용해 세금을 환급받자'는 내용의 중국어 광고가 넘쳐난다. 알리바바는 내년부터 자사의 간편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로 확대할 방침이다.

금융 산업이 큰 변화에 휘말렸다. SNS등으로 무장한 이종(異種) 기업들이 속속 금융시장으로 진출하며 판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 애플, 스퀘어, 중국의 알리바바 등은 저렴한 수수료, 편리한 서비스 등을 내세워 은행이 주도해온 지급결제 분야를 잠식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8억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는 '펀드 상품'까지 선보였다. 온라인 머니마켓펀드(MMF) 상품인 '위러바오'를 통해 9개월 만에 가입자 8000만명에 83조원의 자금을 모았다. 알리바바는 인텨넷 전문 은행 설립을 추진하는 한편 한국 간편결제 시장도 노크하고 있다.

미국, 중국 등에서는 은행을 배제한 채 전주(錢主)와 대출자를 연결해주는 'P2P 대출 서비스' 업체도 성업중이다. 중국 탄센트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은 영화표 예매나 공연 티켓 구매, 음식점 결제, 택시 예약 앱인 '디디다처'의 결제도 지원한다. 금융과 IT기술을 결합한 핀테크(Fintech) 기업들은 결제 서비스를 통해 금융시장에 진출한 뒤 외연을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김건우 LG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구글, 알리바바, 아마존, 탄센트를 비롯한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그쪽(금융)으로 가는 이유는 명확하다. 비즈니스 모델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가치 사슬을 만들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으로서는 '위협'이자 '기회'

국내 은행산업은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가 3000만명에 달하는 회원들을 상대로 11일부터 간편 결제 선불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수료 수입 기반을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으로서는 카카오의 등장으로 수수료 수입 감소는 물론 핀테크 기업들과 경합을 벌이는 일부 서비스가 존폐 기로에 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들여 개발한 모바일 뱅킹 전용 애플리케이션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 출범으로 은행에서 출시한 앱의 사용이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회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은행권이 이런 위협에도 불구하고 카카오 주도의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에 동참하기로 한 것도 그만큼 위기의식이 크다는 방증이다.

은행 관계자는 "뱅크월렛카카오가 양날의 검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은행이나 신한은행, 기업은행 등이 각자 월렛을 만들었지만 시장에는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면서 "은행권도 개별 은행이 따로 움직이면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신한·우리·하나 은행 등 시중은행 16곳이 참가하는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는 은행 계좌와 연동된 뱅크월렛카카오에 최대 50만 원을 충전, 한 번에 10만 원까지 송금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인터넷 전문 은행 등장할까

일각에서는 카카오 등 인터넷 기업들의 시장 진출은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자, 정보통신 분야의 강자들이 앞으로 인터넷 전문 은행 등을 설립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지적된다. 은행 산업의 판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2001년 일본에서 소니뱅크, 세븐뱅크를 비롯한 산업자본이 설립한 인터넷 은행의 등장을 염두에 둔 것이다. 미국에서도 제조업체나 금융사들이 설립한 인터넷 전문 은행들이 영업 중이다.

국내에서는 금산분리 규정이 관건이다. 산업자본의 은행산업 지분 보유 한도가 4%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은행법을 고쳐 인터넷 전문은행을 도입하려고 했지만, 무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미국, 유럽 등에서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운영되고 있다. 미국은 제조업체가 은행업에 뛰어들고, 일본에서는 은행과 공동으로 경영하기도 한다”며 “가능성이 높아보이지는 않지만 규제만 철폐되면 네이버나 삼성도 은행업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세계 IT산업을 주도하는 '빅4'의 금융업 진출설도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들이 수 억 명에 달하는 회원 정보를 바탕으로 간편 결제 시장 등으로 진출하면 무서운 파괴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김건우 선임연구원은 “금융기관과 비(非)금융기관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금융 소비자들을 보면 현금도 사용하지 않고 은행 지점도 방문하지 않는 등 비대면 채널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면서 "IT 기업들이 은행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보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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