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황의 늪' 대형마트 매출 8분기 연속 하락
국내의 A 식품회사는 최근 모든 사업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을 고려해 각 부문 경영계획을 다시 짜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회사 한 고위 임원은 “지금은 어떤 기업이라도 내년 사업계획 확정이나, 5~10년 단위 신규 투자 계획을 세울 엄두도 못 낼 상황”이라며 “수시(월 단위)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짜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유통기업들이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을 앞두고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든 ‘시장 흐름’으로 인해 ‘시계 제로’ 상태에 빠져있다.

10월 추석 연휴가 길어 잠시 소비 심리가 반등했지만 여전히 유통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격적인 경영 보다는 다소 보수적인 경영에 무게가 실린다.

이러한 내실경영은 국내 모든 유통업체의 내년도 사업계획을 살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먼저 롯데백화점은 "올해 제2롯데월드 에비뉴엘 완공, 수원역 쇼핑몰, 아울렛 등 신규 출점이 많아 내년에는 투자보다는 안정화"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올해 세일즈백리스 방식으로 롯데백화점 포항점·동래점, 롯데마트 동래점·성정점, 군산점 등 총 5개 점포에 대한 매각을 진행하고 5000억원을 마련했다.

지난 8월 KB자산운용의 부동산펀드에 일산과 상인 등 백화점 2곳, 부평·당진·평택·고양·구미 등 마트 5곳 등 7개 점포를 6017억원에 매각한 금액과 더하면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생겼다.

회사측은 "이를 통해 내년에는 좀 더 재무건전성 강화와 신규출점 점포에 대한 투자 등을 진행할 것이며 또 백화점의 경우 4분기(10~12월)가 1년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올 4분기 향방에 따라 내년 사업계획의 구체적인 모습도 결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내년에는 해외 진출이나 신규 점포 출점에 대해 딱히 가시화 된 것은 없다”면서 “현재 유통 쪽 분위기가 다소 침체돼 있어 올해 출점한 곳에 대해 내실을 기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다”고 말했다. 

또 “신규 오픈 1년차가 가장 중요한 만큼 신규 출점 점포에 대한 마케팅 비용에 자금이 많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1년차에 매출을 제대로 올리고 안정적으로 점포를 운영해야 3~5년 간 성장이 꾸준히 이어진다”고 말했다.

대형 마트의 경우도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사업 계획 세우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지난 3년간 경기침체와 더불어 출점 제한, 의무 휴업 등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온 대형 마트는 내년에는 반드시 플러스 성장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큰 상황이다.

이마트는 12월1일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후 본격적인 내년도 사업 계획을 구상할 계획이다.

회사측은 "올해 유통업계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했지만 10월 들어 전년 대비 플러스 성장을 거두면서 내년 상반기 분위기 반전에 조금의 기대를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아직 조직 개편 등이 이뤄지지 않아 내년도 신규 사업에 대해 특별히 나온 것은 없다”면서 “신규점 오픈의 경우 올해 안에 하려다가 늦어진 세종시나 김포시 등이 있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도 올해 어려운 시장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부문별 사업 계획 세우기에 한창이다. 여전히 신규 매장 오픈 등이 힘들지만 그나마 역 신장 폭이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줄어든 상황이라 희망을 가지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올해 수원과 빅마켓 킨텍스점까지 총 3개 정도 오픈했는데 내년 역시 그 정도 수준으로 신규 출점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지만 올해보다는 경기가 풀리길 기대하면서 사업 계획을 구상 중이다”고 전했다.

이러한 유통업체의 변화는 식품업계도 마찬가지다

장기불황에다 소비침체로 사면초가에 빠진 식품업계도 내년 경영계획을 짜느라 분주하다. 신성장 동력 확보와 해외 사업 역량 강화에 나서는 한편, 주력 사업을 중심으로 내실과 보수 경영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대상은 2015년 국내 식품산업 시장이 성숙기에 도달한 상황에서 지속적인 혁신을 추진하고 한 발 빠른 실행력을 강조해 성장의 발판을 다진다는 방침이다. 또 품질제일주의 방침을 고수해 선제적 예방활동을 강화하는 등 식품안전 관리에 만전을 다할 계획이다.

특히 차별화된 신제품 개발 및 신사업·해외사업 확대를 위해 기존 식품사업에서 순창고추장·홍초·카레여왕 등 주력제품을 중심으로 1등 제품을 육성하는 데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내년도 바이오 사업부문에서 메치오닌(동물 사료에 첨가되는 필수 아미노산), 사료사업부문은 글로벌, 식품사업부문은 메가브랜드 육성과 연어캔·건강기능식품인 CJLP133에 주력할 예정이다.

내년 초 완공예정인 말레이시아공장을 통해 CJ제일제당은 내년부터 메치오닌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말레이시아 메치오닌 공장은 연간 메치오닌 7만 톤(t)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글로벌 사료 시장 공략을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R&D) 경쟁력을 바탕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사료’를 적극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2020년까지 글로벌 사료 기업 순위 10위 이내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세워, 국내와 중국·베트남에 있는 R&D 센터를 통해 현지 시장을 선도하는 첨단 사료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경제 전망 등의 예상치를 내놓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겠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차를 줄이느냐 하는 것인데 지금은 누구도 자신의 예상치를 자신할 수 없는 단계”라고 말했다.

동원F&B의 내년도 기본전략은 ‘계획대로 실행’이다. 계획한 대로 생산하고 판매함으로서 재고를 줄이는 SCM 강화를 통해 경영효율을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품질과 연구개발 관련 부문에의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품질력 강화를 꾀할 계획이다.

사업부문에서는 연어를 비롯한 전략제품들에 대한 투자를 통해 일등제품들을 늘여나가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킬 계획이다. 식자재사업·온라인몰·해외수출 등에도 힘쓸 계획이다.

농심은 해외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2015년9월 백산수 신공장 준공을 기점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생수 시장 공략을 통해 ‘백두산 백산수’를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시킬 계획이다.

이러한 식품,유통업체의 내실경영으로의 방향선회는 들쭉날쭉한 주요 곡물 국제 가격도 사업계획을 변경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3월 인도분 옥수수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0.6% 내린 부셸당 3.965달러, 콩 1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1.6% 내린 부셸당 10.33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밀 3월 인도분 선물은 전날보다 1.9% 오른 부셸당 5.6675달러에 거래됐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현재 연초에 세운 경영 목표를 달성했는지 여부를 체크하고 있고, 내년 경영계획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지만, 큰 틀에서 보면 내년에도 경기침체와 저성장 기조가 예상되는 만큼 무리한 사업 확장을 자제하고 내실 경영에 초점을 맞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다른 업체 관계자는 “내년도 원자재 가격을 올해 수준으로 보고 사업계획을 짰다가는 가격이 추가 인상될 경우 한계 상황에 봉착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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