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
19일 통합진보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해산 결정으로 진보진영의 재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치권은 "진보진영의 한축을 담당했던 진보당이 해산됨에 따라 진보진영의 재편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우선 당장은 야권 전체의 움직임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종북'이라는 워낙 민감한 사안에 휩싸였기 때문에 행보 자체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정해진 정치 일정과 향후 새누리당의 공세 수위에 따라 야권 재편 논의가 생각보다 빠르게 전개될 수도 있다는 것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의원직을 상실한 통합진보당 전 의원들의 행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지금은 사실상 정치적 입지 자체를 잃은 상태이지만, 오늘 기자회견에서 진보 정당 재건의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또 통진당 해산으로 원내 제 3당의 지위를 얻게 된 정의당도 변수이다.

일단 진보진영은 정의당을 중심으로 다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노회찬 전 공동대표와 천호선 대표, 심상정 원내대표 계열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진보진영에 차세대 리더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미 전국적 명성을 얻은 이들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의당의 경우에도 2004년 민주노동당의 약진을 통해 정계에 진출한 노회찬·심상정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진보정당 재편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치권에서 진보진영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기 위해서는 원내진입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진보진영은 19대 총선이후 선거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지난 7·30재보궐선거에는 야권연대를 이뤘지만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진보진영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도 선전할 가능성이 없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진보당의 지지층들이 정의당으로 옮겨가거나 이들을 포괄하는 새로운 진보정당이 출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진보당 해산 심판 사건을 계기로 진보정당 재편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사실 한국정치에서 진보정당이 차지하는 위상과 정치적 영향력은 미비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주요선거에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진보정당의 위기론을 부채질했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을 제외하고 정의당, 진보당, 노동당, 녹색당 등 다른 진보정당들은 독자적으로 후보를 당선시킬 만큼 역량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당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정당해산이라는 결과물을 받게되자 진보진영의 생존을 위한 재편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이수호,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등 진보진영 인사 20여명은 다음달 초 '새로운 대중적 진보 정당 건설'에 대한 제안문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안문에는 현재 정의당, 노동당 등으로 분열된 진보정당의 재편과 통합에 대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대중적 진보 정당 노선을 강조하고 있지만 내용에서는 노동자 중심주의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함세웅 신부, 명진 스님, 손호철 서강대 교수, 송주명 한신대 교수 등과 함께 최근 진보 노선 강화를 주장하고 새정치연합 정동영 상임고문도 참여시키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통합론이 다시 떠오를지도 관심사다. 7·30재보선 패배이후 새정치연합을 중심으로 야권 통합의 필요성이 고개를 들었다. 야권단일정당으로 여당과 맞서야 경쟁력이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논의는 진척되지 못한채 수면아래로 가라앉고 말았다.

당장 통합론이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내 혼란을 수습하고 혁신을 이뤄내야 하는 새정치연합의 현재 상황과 정의당 등 진보진영이 독자노선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다는게 이유다.

하지만 총선과 대선 등 주요 선거가 다가올수록 야권 통합론은 다시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 승리와 대선에서의 정권교체를 위해 여야간 1대1 구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통합을 전제로 최소한 연대의 기틀은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진보당 해산으로 새로운 공안정국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겠지만 진보진영의 재편이 가능하게 되는 등 단기악재, 장기호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진보당 해산이 홀로서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진보진영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 관심이 모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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