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 통상임금 관련 소송 '사실상 승소'
[이미영 기자]현대자동차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법원이 일부 근로자에 대해서만 통상임금을 인정한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 산업계에선 기대감과 함께 우려를 나타냈다.

한마디로 기대 '半',우려 '半'의 표정이다.

경제단체에서는 법원 판결이 통상임금의 고정성을 명확히 밝혀 소송확산 우려를 해소한 것은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신의칙 원칙을 적용하지 않고 사업장 현장에서 새로운 갈등을 야기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6일 논평을 통해 "통상임금의 고정성을 명확히 밝힌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경총은 "이번 판결은 그동안 하급심에서 대법원의 취지를 반영하지 못하고 엇갈린 판결을 내렸던 것과는 달리, 통상임금의 고정성을 명확히 밝힌 것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은 것은 종전의 관행과 합의를 무책임하게 뒤집은 판결"이라며 "법원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노조 소속 근로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기업의 인력 운용 부담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서울중앙지법의 현대자동차 통상임금 1심 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시한 '고정성' 요건에 따라 명확히 판단한 것"이라며 "최근 일부 하급심의 일관성 없는 판결로 야기될 수 있는 소송확산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전경련은 "극히 일부 근로자들의 상여금만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함에 따라, 현장에서 새로운 갈등이 야기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라 임금이 대폭 상승할 경우 중소·중견 부품업체와의 임금격차 심화로 인한 양극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완성차업체에서 늘어난 인건비 부담이 협력업체에 전이될 경우 제조업 전체 평균보다도 낮은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는 중소부품업체는 고사할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중기중앙회는 "더 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정부는 조속히 통상임금 범위를 기간 내 소정근로의 대가로 명시하는 법개정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기업들은 "이번 현대차 통상임금 소송의 판결에 따른 영향이 없지만 자사의 재판 결과를 예의주시하겠다"며 고심하는 눈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임금단체협상에서 사측은 이미 상여금의 700%를 통상임금으로 포함하겠다고 제시해 잠정합의안을 낸 적이 있다"며 "합의안이 부결되긴 했지만 통상임금 문제가 조합원들의 반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울산지법에서 통상임금 관련 1심 소송이 진행 중"이라며 "재판 결과를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5월 전직 아시아나 승무원 등 29명이 낸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미지급 수당과 퇴직금 등 9959만원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원고, 피고 모두 항소해 2심을 진행중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 내용과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이번 판결에 따른 영향을 평가할 수 없다"면서 "재판부의 판결을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SK그룹 관계자는 "SK는 고정성이 있는 비용을 통상임금에 선제적으로 포함시킨 경우가 많아서 통상임금 관련 리스크가 적은 편"이라며 "이번 판결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현대차 통상임금 판결이 나오기 이전부터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 현대차가 사실상 승소한 것으로 보여 파급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한화는 현대차처럼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큰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통상임금과 관련해 합의를 마친 상태다. 삼성전자는 비연봉제 직원은 정기상여금을, 연봉제 직원은 월급여 가운데 전환금을 각각 통상임금에 포함키로 했다. LG전자의 경우 노사가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에 따라 정기상여금 전액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기로 합의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이번 판결 결과가 다행스럽다"면서 "자동차산업 경쟁구조가 혁신경쟁에서 원가경쟁(가격경쟁 강화)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면서 "국내 자동차 및 부품업체들이 통상임금 범위가 확정되면 임금인상 요인이 생겨 원가경쟁과 수익성이 해외업체들 보다 떨어져 혁신역량 저하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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