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숙 기자]'기술금융'이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기술금융이란 유·무형의 기술이나 연구결과물(R&D)에 대한 사업화에 필요한 자금을 기술신용평가(TCB)를 통해 지원해주는 것이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담보가 없거나 재무구조가 좋지 못하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여건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말 현재 기술신용평가(TCB)를 기반으로 한 대출 잔액은 8조9247억원으로 집계됐다.

제도 도입 초기인 지난해 7월 한 달 동안 1922억원의 대출이 집행된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나 다름없다. TCB 대출 규모는 ▲2014년 10월 1조7000억원 ▲11월 2조3000억원 ▲12월 3조원 등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TCB는 민간 기술평가기관인 한국기업데이터, 나이스, 기술보증기금 등을 통해 이뤄진다. 이 세 기관은 대출희망 기업에 대한 기술평가 이후 보증서를 끊어주며 회사는 이 평가서를 갖고 은행 등을 찾아 자금을 빌린다.

은행권의 자율 대출이 늘어나면서 전체 TCB 대출 규모가 확대됐다. 대출금액 기준으로 은행 자율대출은 6조2000억원(69%)으로 기술보증기금 보증부 대출 1조3208억원(15%)을 앞섰다.

특히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기술신용대출에 적극적이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말까지 모두 2조2165억원( 4064건)의 기술금융취급 실적을 올렸다. 이 가운데 은행자율 대출은 1조2772억(1831건)원에 달했다

산업은행의 경우 지난해 1753억원(148건)의 기술신용대출을 집행했다. 은행자율 대출은 1118억원(68건)을 기록했다.

한편 은행간 경쟁이 과열될수록 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금융당국의 기술금융 확대 의지가 은행권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출 실적 평가를 통해 우수 은행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말 현재 TCB 기반 대출(건수 기준) 가운데 신용대출이 80%를 차지한다. 신용대출의 경우 부실화되면 은행이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성과에 대한 압박이 강하게 작용할 경우 대출을 받으려는 기업에 기술금융상품을 우선 소개하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며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 부실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신용대출을 받아도 되는 기업이 기술금융을 이용할 경우 평가 수수료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며 "고객도 불필요한 비용을 떠안을 뿐 아니라 자금을 확보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술신용평가 시스템상의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 최근 TCB에 접수되는 평가의뢰 수요에 비해 TCB의 보유 인력이 부족해 평가를 받는 데 걸리는 시간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평가 과정에서 '병목현상'이 벌어지는 셈이다.

높은 기술신용평가 수수료도 부담 요인이다. 현재 수수료는 건당 50만원~100만원으로 비교적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선 평가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추고나서 확대를 추진하는 게 순서"라며 "기업의 기술력에 대한 냉정한 평가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신용대출과 다를 게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신용정보법 개정을 통해 '기술신용조회업'을 신설, 현재 3개에 불과한 TCB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 기술신용평가시장이 조성될 때까지 한시적인 재정 지원을 통해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올해 기술신용대출 규모를 3만2100건, 20조원 수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 올해 말까지 성장사다리펀드를 통해 '기술가치 평가 투자펀드'를 총 3000억원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올해 목표는 기술신용대출 신규 취급 실적을 지난해 하반기보다 10% 늘리는 것"이라며 "우수한 기술, 혁신적 아이디어를 보유한 기업에 자금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기술금융'이 대세인 그런 시대에 이미 발을 디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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