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11일 전국에서 농·수·산림조합장 선거가 동시에 진행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농협 1115곳 , 수협 82곳, 산림조합 129곳 등 전국 1326곳에서 새로운 조합장을 뽑게 된다. 이들 조합은 오는 19일 선거공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선거체제로 돌입한다.

9일 조합 관게자는 "전국에서 동시에 조합장 선거를 진행하는 것은 과거 조합별로 선거를 시행하다 보니 1년 내내 선거가 이어지면서 부정선거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 지난 2011년 3월 농협법을 개정해 전 지역조합장의 임기를 2015년 3월20일로 조정, 동시선거를 위한 틀을 마련했다.

이번 동시선거에서는 과거에 비해서는 과열·혼탁 양상이 줄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지역에서는 과거와 비슷한 혼탁 양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과거에는 선거인을 매수해 경운기로 실어 나르는 이른바 '경운기 선거', 5억원을 쓰면 당선되고 4억원을 쓰면 낙선한다는 '5당4락'이 공공연한 비밀로 통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말이 쏙 들어갔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1426개 농·수·산림조합장 선거에서 불법 선거혐의로 2185명이 입건되고 126명이 구속됐다. 조합당 입건은 평균 1.53명, 구속은 0.09명인 셈이다.

반면 올해 조합장 동시선거에서는 불법 선거 양상이 과거보다는 줄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1326개 조합장 선거에서 입건 83명, 구속 5명으로 조합당 0.06명, 구속은 0.004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법 타락선거가 완전히 근절되지는 않고 있다. 돈을 써서라도 조합장이 되면 그 이상의 실익을 거둘 수 있는 데다 돈을 요구하는 조합원들도 많기 때문이다.

최근 충남 논산의 모 조합장으로 출마하려 했던 예비후보자가 조합원 150여명에게 1억4000만원을 뿌린 사건이나 전북 전주의 예비후보자가 상대후보에게 선거 불출마를 댓가로 2700만원을 건냈다가 구속된 사건들은 '빙산의 일각'으로 지적된다.

농협은 불법 부정 선거를 근절키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협은 부정 선거 신고 포상금을 1억원으로 올리는 한편 선관위 및 검·경과의 협력 강화, 대학생서포터즈 운영 등을 통해 공명선거를 위해 심혈을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깜깜이 선거, 무자격자 조합원 논란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금품 살포 등 부정적 양상은 과거보다 상당히 개선됐다. 하지만 이번 선거도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깜깜이 선거' 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현행 조합장 동시선거의 근거가 되는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은 선거운동 주체·기간·방법 등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현직 조합장이 선거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지적된다.

현행법에서 선거운동은 후보등록일 이후부터 선거일 하루 전까지 13일간으로 제한된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에서 선거운동기간은 2월26일부터 3월10일까지다.

선거운동방법은 선거공보나 선거벽보, 전화·문자(음성·화상·동영상 제외) , 공개된 장소에서 명함배부, 어깨띠·윗옷·소품 활용 , 정보통신망 이용(조합 홈페이지에 글·동영상 등 게시, 전자우편 전송)등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과거에 허용했던 합동연설회, 공개토론회 등이 없어졌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제대로 후보자들을 검증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농협은 인적유대가 강한 협동조합 특성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협은 "조합원 선거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조합장의 능력이나 인품 등은 선거운동기간 동안 충분히 검증할 수 있다"며 "선거운동기간이 짧아 자신을 알릴 기회가 없다는 주장은 후보자 스스로 각종 사업 및 조직 참여활동에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농협 관계자는 "옛 시·군 선관위 주관의 합동연설회나 공개토론회는 인력여건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데다 청중동원 과정에서 금품수수 등 불법선거운동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아 공직선거에서도 제외됐다"며 "현직 조합장이 되려는 사람은 현직 조합장을 능가하는 활동과 능력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번 선거가 끝난후 합동연설회나 공개토론회의 선거운동방법 포함 여부, 공정성 담보 및 조합원의 알권리 충족 가능을 대체할 수 있는 선거운동방법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무자격 조합원이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도 해결 과제로 꼽힌다.

고령 등으로 휴경하는 농업인이 늘어남에 따라 조합원 자격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저렴한 대출이자 등 조합원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크기 때문에 무자격 조합원을 솎아내기가 만만치 않다. 지난 3년간 정리된 무자격 조합원만 34만명에 달한다.

농협은 지난 2일부터 시·도 검사인력 200여명을 총동원해 무자격 조합원을 걸러내는데 힘쓰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대전의 한 지역농협선거에서는 무자격 조합원을 이유로 한 투표 무효 소송에서 1,2위가 바뀌기도 했다.

또한 무자격자를 적발하더라도 지역조합의 이사회에서 탈퇴를 결의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시간이 빠듯하다는 한계도 있다.

이에 따라 농협은 무자격조합원 정비를 하지 않는 조합에 대해서는 임직원 직무정지 및 면직,  농협 자금지원 중단, 신용점포 설치 제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김재온 농협선거관리사무국 팀장은 "농식품부에서도 무자격 조합원을 정리하지 않은 조합에 대해서는 농협법내에서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며 "선거명부가 확정되는 3월1일까지 농식품부와 합동으로 무자격자를 걸러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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