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
해마다 파업을 겪고 있는 A자동차 회사는 노사 단체협약을 통해 정년퇴직 후 1년 이내인 근로자의 자녀를 우선 채용 하도록 하고 있다.

타이어업체인 B사도 정년퇴직자 직계가족을 우선 채용하고 업무상 사망 또는 장애로 퇴직한 자의 직계가족 1인을 특별채용하도록 한 단협 규정을 두고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 대기업 10중 3곳에서 고용세습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청년실업에 ‘취업절벽’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다른 편에서는 높은 연봉과 복리후생을 누리는 양질의 일자리 대물림이 버젓이 일어나는 게 대한민국의 노동시장 현실인 것이다

11일 고용노동부가 노동연구원을 통해 ‘단체협약 실태조사’를 한 결과 “600개 기업 가운데 30%가 단체협약에 우선 채용과 특별채용 조항을 넣어 기존 근로자가 회사를 떠나도 그 가족이 뒤를 이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직접 단체협약에 대해 조사를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A자동차의 경우 정년퇴직자나 25년 이상 일한 직원의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것이어서 취업 세습을 용인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자동차 회사에서는 정년퇴직 후 1년 안에 자녀나 손주를 우선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능력에 따라 채용이 되고 직무성과에 합당한 임금을 받아야 하는데 장기근속 조합원이나 정년퇴직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특별 채용을 하는 것은 상당히 불합리하다”며 “취업희망자 가운데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어 단체협약에 대한 지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단체협약을 통해 ‘밥그릇 챙기기’에 나서는 모습은 노동조합의 힘이 강한 대기업에서 주로 목격되고 있다.

일부 대기업 노조는 임단협 과정에서 가산점을 비롯한 새로운 고용 세습 조항을 넣을 것을 요구하는 일이 빈번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파업으로 인한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결국 20대 신입 직원 채용을 경직되도록 만드는 요인이 돼 세대간의 갈등까지 야기시키는 독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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