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박근혜 정부의 두 번째 국무총리로 지명됐다가 친일 논란에 휩싸여 사퇴한 문창극이 책 '문창극의 역사 읽기'를 내놨다.

저자는 국무총리로 지명되기 전까지 서울대학교 학부생을 대상으로 '국가와 정체성'이라는 교양과목을 진행했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에 대해 말해 주고 싶었다.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아는 것, 그것이 바로 국가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시발"이라며 강의 이유를 밝혔다.

'문창극의 역사 읽기'를 내놓은 이유 역시 서울대에서 강의를 맡은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내 개인의 시련은 개인적인 일로 끝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사건의 밑바탕에는 잘못된 국가관과 역사관들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고치지 않고는 이 나라의 장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의 생각은 우리나라의 장래와 직결돼 있으므로 나는 내가 생각하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그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전한다.

저자는 일제강점기에 민족이 각성하면서 독립정신이 싹트고 독립운동이 본격화하면서 비로소 위대한 세대가 시작됐다고 본다. 그들이 꿈꾸던 나라는 현재 우리의 DNA에 아로새겨져 우리의 정체성으로 자리잡았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을 근대국가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헌신한 선각자들이 비로소 나라의 방향을 바로잡았다는 것이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6.25전쟁으로 한반도는 다시 잿더미가 된다. 그리고 전후의 폐허에서 나라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국민들이 분연히 일어나면서 두 번째 위대한 세대가 시작된다. 이 세대가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의 중견국가로 도약을 주도한다.

저자는 첫 세대가 꿈을 꿨고 두 번째 세대가 꿈을 이뤘다고 본다. 이들의 고난과 영광을 우리의 공동기억으로 삼아 후손들에게 넘겨주자는 게 골자다.

이 책은 1부 '조선시대와 일제 강점기의 어둠(暗) 속에서'와 2부 '광복, 건국과 근대화의 불빛(明) 속에서' 두 파트로 구성됐다. 그러나 책을 관통하는 것은 우리의 웃어른, 즉 앞서 이 세상을 산 인물 이야기를 통해 한국인의 아이덴티티를 찾자는 것이다.

저자는 이 같은 의도에 대해 "위인들의 삶은 우리를 자극한다. 젊은 시절은 더욱 그러하다. 나라의 운명이 험난했던 시절, 우리의 선각자들이 나라를 어떻게 사랑했는가를 배움으로써 그들의 길을 따라갈 수 있는 것이다"고 설명한다. 책의 부제로 '그들이 꿈꾸던 나라'를 붙인 건 이 때문이다. 316쪽, 1만1500원, 기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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