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림, 2014 한국 경영대상 마케팅 종합대상 수상
[이미영 기자] 식품업계가 경기 침체로 악화된 경영여건을 이겨내기 위해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신사업 도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구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식음료에 대한 소비 증가율도 정체되고 있고 이미 국내 시장은 포화인 상황에서 해외 시장 진출과 이종 산업과의 결합으로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1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지난 12일 법정관리 중인 국내 최대 벌크선사 '팬오션(STX팬오션)' 지분 58%를 1조80억원에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하림그룹은 닭고기 가공업체로 잘 알려진 하림 외에 양돈·사료 전문 기업인 선진과 팜스코, 홈쇼핑 업체인 NS홈쇼핑 등을 거느린 총자산 4조8000억원 규모 중견기업.

하림이 해운업체인 팬오션을 인수한 것은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림은 곡물 판매로 연매출 1조4000억여 원을 올릴 정도로 국내 판매망이 탄탄하다. 하지만 곡물 운송작업은 외국 해운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그동안 비용 부담이 컸다.

이에 팬오션 인수를 통해 세계 곡물시장을 장악한 '카길'의 뒤를 잇는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하림 관계자는 "해운회사인 팬오션의 물류망과 결합해 글로벌 곡물 1위 기업인 카길사와 같은 세계적인 곡물 메이저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세계 6~7위 곡물 수입국이지만 조달 과정을 외국 곡물 유통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팬오션 인수로 곡물 운송과 국내 유통까지 일원화할 수 있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해태제과는 최근 매물로 나온 만두류 냉동식품 제조업체인 '새아침'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해태제과 외 삼립식품 삼양식품, 우방건설산업, 나우IB캐피탈도 LOI를 냈다.

앞서 해태제과는 이탈리아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제조업체인 '빨라쪼 델 프레도'를 약 5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반면 새아침 매각가는 200~300억원대로 빨라쪼 인수가의 4~5배에 달한다.

이 정도 규모의 딜은 해태제과가 지난 2005년 크라운제과에 인수 된 이후 10년 만이다. 이처럼 해태과 M&A에 적극적인 것은 최근 해태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정체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립식품의 경우도 수년전부터 M&A를 통해 성과를 내고 있는 업체 중 하나다. 삼립식품은 2012년 말 밀다원을 인수한 효과로 2013년 1조662억원 매출을 기록해 전년 대비 27.9% 늘었다. 2013년 7월에는 알프스식품도 인수하면서 보폭을 넓혔다.

햄·소시지 등 육가공업체인 진주햄도 최근 수제 맥주 제조회사인 '카브루(KA-BREW)'를 인수하고 크래프트 비어(소규모 수제 맥주) 시장에 진출했다. 카브루는 지난해 매출 42억 원을 기록했다. 진주햄은 육가공업체의 장점과 레스토랑과 카페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수제 맥주를 결합시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겠다는 전략이다.

빙그레도 지난해 웅진식품의 인수전에 적극 뛰어들면서 '음료' 부문을 강화해 외형 성장을 이루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재무적 투자자(FI)에게 밀려 인수전에서 고배를 맞았다. 향후 M&A 업계에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야쿠르트 역시 골프장·건강식품·의료기기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지난해에는 교육 사업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베네세 코리아'를 인수하기도 했다.

SPC는 종합식품회사로 변신을 하기 위해 육가공 시장에 진출했다. 육가공 업체 '알프스식품'을 인수한 SPC는 크고 작은 냉동·냉장 업체들의 매물을 살피고 있따.

동원그룹은 미국의 참치캔 제조사 '스타키스트'를 인수하면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스타키스트는 매출 규모는 작지만 영업이익이 동원그룹 전 계열사 중 가장 높은 핵심계열사다.

동원그룹이 지난 2008년 미국 델몬트로부터 약 4500억 원을 주고 인수한 회사다. 이후 동원그룹은 스타키스트의 수익성 개선에 주력해 스타키스트를 지난해까지 전 계열사 중 이익을 가장 많이 내는 회사로 키워냈다.

롯데제과는 해외법인을 설립하거나 현지 제과업체를 인수하는 방법으로 중국과 러시아, 인도 베트남 등지에 진출해 왔다. 지난해에는 카자흐스탄 제과 업계 1위 업체인 라하트(Rakhat JSC)를 인수한 바 있다.

오리온 역시 최근 국내와 해외업체를 가리지 않고 M&A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관계자는 "오리온이 4000억 원 수준의 실탄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M&A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다만 현재 구체적으로 M&A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없고 매물이 나올 때마다 스터디를 하는 차원으로 준비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러한 식품업계의 M&A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일본·중국 기업들도 세계 유명 식품업체들을 잇따라 사들이면서 해외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일본 조미료 대기업인 미쓰칸홀딩스는 영국 유니레버로부터 북미 파스타 소스사업을 2180억엔(약 2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산토리홀딩스는 미국 최대 위스키업체인 '빔'의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산토리를 빔 인수를 통해 일본 식음료 업계 1위 기린홀딩스를 제치기도 했다.

중국 대표 곡물기업인 중량그룹은 28억 달러를 들여 아시아 최대 곡물상 노블그룹 지분 51% 지분을 인수했다. 이는 중국 곡물업계 사상 최대 인수합병 건이다.

지난해 중국 육류가공업체 솽후이는 미국 최대 육가공업체인 스미스필드 푸드를 71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중국 기업의 미국기업 인수합병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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