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병용 사장
[이미영 기자]GS건설의 재무 개선 작업이 막바지에 들어섰다.

지난 2013년 사상 초유의 적자 사태로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동생인 허명수 GS건설 최고경영자(CEO)의 퇴진 사태로까지 비화됐던 GS건설은 신임 임병용 사장의 주도아래 경영 개선에 속도를 높였다.

덕분에 불과 1년만인 지난해 경영 실적을 흑자를 기록, 정상 궤도에 진입하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미분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문제,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소송전 등 산적한 과제가 많아 현금난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 임 사장의 대처에 관심이 모아진다.

21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년여간 GS건설의 경영 효율화 작업에 몰두해온 임병용 사장은 최근 파르나스호텔의 우선협상대상자로 GS리테일을 선정, 조만간 7000억원 이상의 현금 확보가 가능해질 전망"이라고밝혔다.

앞서 임 사장은 지난달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국토교통부 주재로 열린 '주택·건설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 참석, "(파르나스호텔) 매각 작업을 마무리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그동안 시장에서 우려하고 있던 파르나스 호텔 매각 문제를 약속대로 이달 중 마무리 지으면서 시장의 기대에 부응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GS건설은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막혔던 돈맥이 트이면서 그동안 11곳에 달했던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공사 재개의 기대감이 높아지며 정상궤도에 진입하는 모양새다.

GS건서른 제일 먼저 재무개선 작업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임 사장은 서울대 법학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한 법무통이지만 재무쪽에도 일가견이 있다.

그는 사범시험뿐 아니라 공인회계사(CPA) 시험에도 합격한 이력의 소유자. 검사 출신인 그는 1991년 LG구조조정본부 상임변호사로 재계에 투신한 이후, LG텔레콤 영업마케팅본부장, GS 상임법률고문, GS사업지원팀장, 경영지원팀장을 거쳤다.

임 사장은 재무쪽에서도 역량을 발휘, 2008년 GS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참여했을 때는 인수팀을 직접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또 GS건설 대표로 취임하기 직전 CFO(재무담당최고책임자)를 맡아왔다.

임 사장을 새로 맞아들인 GS건설은 지난 2013년 '9355억원 적자'라는 사상 초유의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 지난해 51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흑자 전환했다. 당기순이익도 전년 8273억원 적자 상태에서 지난해 9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특히 기업의 미래 먹거리를 가늠할 수 있는 신규 수주에서 성과를 냈다. 지난해 GS건설은 11조2160억원어치의 일감을 확보, 신규 수주액이 2011년 이후 3년만에 1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GS건설이 지난 2013년에 부실을 키웠던 '저가 수주' 기조를 배제하고 최대한 이익을 낼 수 있는 프로젝트만 수주하겠다는 '선별 수주'로 방침을 선회했음에도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GS건설은 특히 이라크 카르발라 프로젝트와 쿠웨이트 클린 퓨얼 프로젝트 등 5조8300억원의 해외 신규 수주고를 올리며 해외에서 더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또 국내 건축·주택부분도 방배 5구역, 신반포6차 등 주요 지역 재개발·건축 수주전에서 선전하며 3조2380억의 수주를 달성하며 일거리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임 사장이 취임 이후 해외사업총괄, 경영지원총괄, 국내사업총괄 등으로 나뉘어있던 조직을 CEO직할체제로 전환하는 등 경영 효율화 작업이 차츰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임 사장은 지난해 6월 55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으면 재무통으로서의 진가도 입증했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이번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GS리테일은 GS그룹의 유통 계열사로 주력은 편의점, 홈쇼핑 등. 모바일, 온라인 쇼핑몰에 비해 성장세는 주춤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단 GS리테일은 그동안의 소매유통 경험과 상업시설 운영 노하우 등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해 호텔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포부지만 호텔 업계도 경쟁이 치열한 마당에 쉽지 않은 길을 택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시장은 그룹 차원의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GS건설의 지분 11.02%를 보유하고 있는 허창수 회장을 지원하기 위해 GS리테일이 부담을 떠앉은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다.

앞으로 매각가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임 사장은 "예상보다 매각가가 높게 나올 것"이라며 시장의 기대감에 불을 붙인 상태다. 결과적만 놓고 봤을 때 임 사장이 GS그룹에 크게 빚진 셈. 임 사장의 성과 창출은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GS건설은 파르나스호텔을 매각해 확보한 현금으로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사업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GS건설의 미착공 PF 규모는 11개 사업장 1조 2000억 원이다. 이 중 경기 오산 부산동, 김포 한강센트럴자이 2차, 평택 동삭2지구 1·2차, 고양 식사2 등 총 7635가구 4개 사업장이 올해 착공 전환한다. 4개 사업장 PF대출 규모는 약 35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PF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될 수 밖에 없다는 점.

일반적으로 미착공 PF는 재무적으로 봤을 때 큰 부담이 없다. 사업을 시작하지 않은 지역이라 회계상 드러나는 손실(대손충당금)이래봤자 금융비용 정도뿐이다. 하지만 앞으로 부실이 감지되는 시점에 대규모의 대손충당금이 필요할 수도 있어 재무적인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일단 GS건설이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부채비율을 낮추는 등 긍정적인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고 있지만, 올해도 실적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이는 임 사장이 취임한 이후 GS건설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무던하게 애를 썼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이유와도 궤를 같이 한다.

GS건설은 최근 2년간 본사사옥으로 사용해 온 서울역 인근 역전타워(1700억원), 서울 송파구 문정동 소재 롯데마트 송파점(2000억원)을 매각한 데 이어 10~20년 책임임차 조건으로 '그랑서울'을 준공 전 코람코자산신탁에 매각하는 등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55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실시했다.

사옥마저 팔았지만 확보된 현금은 그리 많지 않다.

GS건설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현금 및 예금'은 2조1510억원으로 전년말 1조8660억원 대비 285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현금에 단기금융자산 및 기타자산 1조3150억원을 포함하더라도 3조9190억원 수준의 차입금보다 낮은 상황이어서 불안감은 여전하다.

또 PF대출잔액 역시 지난 2013년말 1조4808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말 기준 1조3697억원으로 줄었지만 그래도 높은 수준. 특히 올해 보증기간 만료가 몰려 있어 위기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올해 안에 보증기간이 만료되는 채무금액은 9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3년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도 '아직 위기는 진행중'이라는 평가다.

서울지방법원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박형준)는 지난 13일 개인투자자 15명이 GS건설을 상대로 낸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허용했다.

앞서 GS건설은 지난 2013년 3월 사업보고서를 통해 '지난해(2012년) 160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공시했으나, 불과 12일만에 1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535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말을 바꿨다.

투자자들은 GS건설이 수주한 해외 도급 공사의 영업이익을 과대계상해 사업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소송을 진행 중이며, 법원이 집단소송을 허용한 상태다.

일단 투자자는 15명, 피해보상 요구액은 4억2600만원정도지만 집단소송이라는 점에서 GS건설이 패소할 경우 향후 수백억원 규모까지 보상액이 늘어날 전망이다.

결국 GS건설은 이번 소송을 준비하기 위해 수백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할 수밖에 없어 현금난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이번 파르나스 지분 매각과 부동산 추가 매각 등으로 1조원 가량의 현금이 추가로 확보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여타 보유 부동산들의 매각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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