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종 수사결과 브리핑하는 김철준 수사부장
[김민호 기자]경찰이 마크 리퍼트(42) 주한 미국 대사를 습격한 김기종(55)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은 이날 "피의자 김기종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55)가 사전 계획을 통해 리퍼트 대사를 공격한 것으로 판단, 살인미수·외교사절폭행·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이날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사건 수사본부장인 김철준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은 이날 오전 종로경찰서에서 수사결과 발표 브리핑을 열고 “김씨는 평소 반미 감정을 갖고 있었고 ‘리퍼트 대사가 미국을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이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서울경찰청 미대사피습사건 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10시 종로경찰서 회의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김씨의 범행동기, 준비 및 실행과정, 살인 고의 및 계획성 등에 대해 밝혔다.

왜 리퍼트 대사 습격했나.

브리핑에 나선 김철준 서울청 수사부장은 "김씨는 평소 반미감정을 갖고 있었는데 리퍼트 대사가 미국을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이기 때문에 범행대상으로 삼았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과거 행적과 현장 발언 등을 볼 때 평소 갖고 있던 반미성향이 미 대사를 공격하는 극단적 행위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997년 서울시민문화단체연석회의 설립을 비롯해 우리마당 통일문화연구소 대표 등을 중심으로 통일, 반미활동을 전개해왔다.

지난해 5월에는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이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경찰을 향해 신발을 투척하다가 연행되는 등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활동 중 폭력행사전력도 다수 확인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 부장은 "특히 1999년부터 2007년까지 7회에 걸쳐 북한을 다녀온 사실이 있고 2011년 12월에는 김정일 분향소 설치를 시도하는 행사에 참가하기도 했다"며 "2013년 이후에는 이적단체인 범민련남측본부 소속 단체가 추진한 기자회견 등에 6차례 참여한 전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행 직후에는 한미연합훈련 때문에 통일이 안 된다는 취지의, 북한과 동일한 주장을 하고 있다"며 "조사과정에서 '우리나라는 미국에 예속된 반식민지 사회이고 북한은 자주적인 정권으로 생각한다'고 진술하는 등 북한 동조 및 반미 성향이 이번 범행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범행을 준비했나.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달17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으로부터 자신이 대표로 있는 서울시민문화단체연석회의 앞으로 발송된 초청장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어 같은달 24일 민화협에 행사참석의사를 밝힌 후 미국 대사관 앞에서 진행된 한미연합 훈련반대 촉구 및 대북전단 살포 반대 행사에 참여했다.

이후 김씨는 민화협 행사장에서 배포할 목적으로 범행 3일전인 이달 2일 국회도서관서 '남북대화 가로막는 전쟁훈련 중단하라' 등의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만들었다.

범행일인 5일에는 25㎝ 과도와 커터칼을 자신의 상의 우측 주머니에 넣고 집을 나와 세브란스 병원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세종문화회관 정류장에 하차, 당일 오전 7시36분께 세종홀에 들어갔다.

세종홀에 들어간 피의자는 행사장 내 6번 테이블에 잠시 앉았다가 7시40분께 일어나 이동하면서 5번 테이블에 앉은 노모 교수의 가방에 미리 준비한 유인물을 던져놓고 헤드테이블에 앉아있던 리퍼트 대사를 향해 뛰어갔다.

이후 오른손으로 우측 주머니에 있는 칼을 꺼내 칼날이 아랫쪽을 향하도록 쥔 채 위에서 아래로 대사의 얼굴과 팔 부위를 2회 이상 찌른 후 주변 참석자와 현장에 있던 경찰관에 검거됐다.

경찰은 김씨가 "민화협 초청장을 받은 직후 대사를 보면 어떤 행동을 취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진술했으며 칼을 소지한 이유에 대해서는 "평소 느꼈던 반미감정을 근거로 챙겼고 뜻이 이뤄지지 않으면 물리력을 쓰려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리퍼트 대사 살인 고의 있었나.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리퍼트 대사에 대해 "살인 의도는 없었다"며 고의성 여부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김씨가 리퍼트 대사에 위해를 가하고자 칼을 가지고 갔다고 진술한 점 ▲대사를 발견하자마자 실행에 착수한 점 ▲칼을 머리 위까지 치켜든 후 내리치듯 가격했다는 목격자의 진술 ▲공격을 막기위해 들어올린 대사의 팔이 관통될 정도로 강한 공격이 최소 2회 이상 이어진 점 ▲위험한 신체부위인 얼굴에 길이 11㎝, 깊이 3㎝의 상해가 형성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살인에 고의있다고 판단했다.

또 김씨는 한미연합 키리졸브 훈련이 시작된 이달 2일 1시간 가량 자신의 집에서 리퍼트 대사의 블로그와 '오바마 키', '키리졸브 훈련', '형법' 등의 검색어로 대사와 관련된 검색활동을 벌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에 경찰은 "'형법', '오바마 키' 등을 검색한 것은 관련 처벌 조항에 대해 확인하고 리퍼트 대사의 키에 대한 정보가 인터넷상에서 확인되지 않자 비교하기 위해 검색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김씨가 기자회견이나 거리캠페인을 통해 훈련중단을 요구했음에도 예정대로 훈련을 진행하자 이에 분노, 구체적 범행을 결의한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지난 3월5일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한 84명 규모의 미대사피습사건 수사본부를 설치했다.

이후 김기종을 비롯해 사건 당일 행사 주최측인 민화협 관계자 및 참석자 등 35명을 조사하고 김씨의 주거지 겸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과 함께 김씨의 과거행적, 통화기록, 거래계좌 내역 등에 대해 수사를 진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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