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저먼윙스 여객기를 고의 추락시킨 안드레아스 루비츠 부기장의 정신질환에 대한 보도가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과도한 낙인찍기가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루비츠 부기장 관련 보도는 연일 신문의 탑을 장식하고 있다.

독일 빌트지는 28일(현지시간) 지난 24일 프랑스 산악지대에 추락해 150명의 생명을 앗아간 독일 저가비행사 저먼윙스 4U 9525편을 고의 추락시킨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부조종사 안드레아스 루비츠는 "언젠가 모든 사람들이 내 이름을 알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었다고 그의 전 여자친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마리아 W라고만 밝혀진 26살의 전 여자친구는 스튜어디스로 지난해 5개월 간 루비츠와 비행기를 함께 타면서 친구가 됐으나 루비츠가 공격적인데다가 건강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 헤어졌다.

그녀는 루비츠가 지난해 "언젠가 모든 시스템을 바꿀 어떤 일을 할 것이다. 그러면 모든 사람들이 내 이름을 알게 되고 나를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고 밝혔다.

그녀는 사고 소식을 듣고 매우 충격에 빠졌다면서 루비츠가 고의로 비행기를 추락시킨 것이 사실이라면 자신의 건강 문제로 인해 오랜 꿈이던 루프트한자의의 기장이 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루비츠의 동료비행사 프랭크 보이트는 독일 공영방송 WDR에 출연해 “내가 기억하는 루비츠는 A380(2007년 취항한 초대형 여객기)을 몰고 싶다는 꿈으로 가득 차 있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건강 문제로 꿈이 무산될 위기에 몰리자 자살비행을 했다는 추측이다.

빌트지도 루비츠의 옛 여자친구 말을 빌려 “장거리 노선에 대형 여객기를 몰고 싶었지만 꿈이 좌절되자 이런 일을 저지른 것 같다”고 보도했다.

한편 독일 디 벨트지는 조사관들이 루비츠가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며 루비츠가 몇몇 신경전문의사 및 정신과 의사로부터 치료를 받았었다고 보도했다.

조사관들은 루비츠의 집에서 우울증 치료제 등 정신질환을 치료하는데 쓰이는 약품 몇 가지를 발견했지만 루비츠가 약물이나 알콜 중독이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익명의 한 조사관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미 뉴욕 타임스는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루비츠가 시력 문제로 치료를 받으려 했다"고 전했다.

프랑스 조사관 장-피에르 미셸은 "루비츠의 성격이 현재 조사의 가장 중요한 초점이지만 유일한 조사 대상은 아니다"라면서 그가 왜 이 같은 행동을 저질렀는지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특별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독일 검찰은 루비츠의 집에서 그가 사고 당일 비행 근무를 하면 안 된다는 의사의 지시문을 찢어 감춘 것을 찾아냈다. 루비츠는 이 같은 사실을 회사에 알리지 않은 채 비행에 나섰고 결국 고의로 여객기를 추락시킨 것이다.

루비츠의 전 여자친구 마리아는 "루비츠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짐에 따라 그와 헤어졌다"면서 "그는 악몽에 시달려 왔으며 때로는 '추락 중이다'라고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나곤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루비츠가 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는 것으로 보였다며 "그는 열악한 근무 조건과 적은 보수, 계약 해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많은 압박을 받았었다"고 덧붙였다.

뒤셀도르프의 한 병원은 루비츠가 최근 그 병원에서 치료받은 사실을 확인했지만 그가 우울증을 앓은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저먼윙스는 루비츠가 비행 적합 판정을 받아 부조종사로 비행에 나섰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루비츠는 20대 초반이던 2009년 비행훈련 중 우울증 등으로 훈련을 중단했으며 18개월의 치료 후에야 훈련을 재개했다고 빌트는 루프트한자의 의료 기록을 인용해 전했다. 그는 2013년 조종사 자격을 획득했지만 2013년부터 2015년까지의 의료기록에는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은 채 정기적인 특별검사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다. 그는 2015년 2월에는 뒤셀도르프 대학병원에서 밝혀지지 않은 질병 진단을 받았다. 병원 측은 그러나 그가 우울증은 아니라고 말했다.

한편 루비츠가 비행훈련을 받은 비행학교의 한 관계자는 루비츠가 비행기가 추락한 프랑스 산악 지역에서 휴일 때 글라이딩을 해 이 지역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메트로지 역시 루비츠가 어린 시절 부모들과 함께 추락 지점 인근 비행학교에서 휴가를 보냈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