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성 중앙대 두산중공업
[김민호 기자]중앙대학교 교수들이 이른바 '막말 이메일' 파문으로 사퇴한 박용성(74) 전 이사장을 검찰에 고소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파문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이들 교수들은 이용구 총장의 사임도 촉구했다.
중앙대 교수대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교수협의회(협의회)는 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캠퍼스 교수연구동(305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이 밝혔다.

중앙대 교수들은 박 전 이사장에 대해 사립학교법 위반과 명의도용 교사죄, 모욕·협박죄 등 4가지 혐의로 형사고소키로 하고, 현재 변호사와 고소 시점을 조율 중이다.

이는 박 전 이사장의 사퇴 발표 직후인 전날 오후 7시30분께 개최한 비상회의에서 합의된 사항이라는 게 교수들의 설명이다.

비대위원장 김누리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박 전 이사장의 행태는 사과와 사퇴로 넘어갈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대학의 학사 운영에 개입해 사사건건 지시하고 명령한 행위는 명백한 사립학교법 위반이고, 학생들의 명의를 도용해 타 대학 교수들과 학생을 모욕하도록 문건으로 지시한 행위는 명의도용 교사죄에 해당한다. 교수들에게 퍼부은 막말에 대해서는 모욕죄와 협박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리를 추구하고 정의를 세운다는 대학의 정신에 입각해 박 전 이사장의 불법적 행위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비대위는 학사구조 개편 추진 과정에서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총학생회 성명서를 조작한 혐의로 대학본부 홍보팀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상태다.

교수들은 또 박 전 이사장이 이사 직책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두산그룹이 중앙대 학교법인 경영에 참여하는 데는 문제삼지 않았다.

김 교수는 "박 전 이사장은 명목상 이사장직만 물러났을 뿐, 이사 직책을 유지하면서 여전히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사로 남아 학사 운영에 관여하겠다는 것은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케한다"고 지적하면서 "사학법의 유권 해석 범위가 넓어 사립대를 마치 자기 소유물인양 전횡하고 있는데, 대학을 지원하되 지배하지 말아야 한다. 경영과 학사 운영의 구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 점진적으로 개혁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협의회 부회장 방효원 의과대학 교수도 "재단의 역할만 충실히 한다면 누구가 됐든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두산과 같이 가는 데 개의치 않는다"고 언급했다.

교수들은 이 총장도 즉각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김 교수는 "현 재단 이사진도 박 전 이사장의 전횡을 제어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특히 이 총장은 진심으로 학교가 조속히 정상화되길 바란다면 즉각 사임해 새로운 행정체계를 구축하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전날 학내 커뮤니티 중앙인(人)에 "정리가 되는 대로 이 모든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남겨 정상화 후 총장직에서 물러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협의회장 이강석 생명과학과 교수는 협의희 대표로 박 전 이사장과 이 총장, 재단 측에 이번 사태의 전말과 향후 계획에 대해 묻는 공개질의서를 전달했다.

비대위는 중앙대 교수협의회 전·현직 회장들과 교수평의원회 전직 의장들로 구성돼 있다. 학과제 폐지를 골자로 한 학사구조 개편 원안과 학부·학과제를 유지하되 전 모집 단위를 광역화하는 1차 수정안에 대해 주도적으로 반대해왔다.

지난 16일에서야 2016학년도 입시의 정시모집에 한해서만 모집단위를 광역화하는 2차 수정안을 도출하고, 학사구조 개편 대표자회의에서 합의하면서 학내 갈등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박 이사장은 전날 이 총장과 보직교수 등 20여 명에게 학사구조 개편안에 반대한 교수들을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목을 쳐주겠다"는 내용의 막말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자 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당초 수림과학관(104관) 문헌정보실에서 열 예정이었으나, 대학본부 측의 장소 사용 승인 불허로 교수연구동(305관) 복도에서 진행됐다.

이러한 가운데 박용성 전 중앙대 이사장이 21일 '막말 파문'으로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면서 후임 중앙대 이사장이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중앙대 관계자에 따르면 "중앙대를 둘러싼 검찰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학내에서는 구조조정을 둘러싼 갈등이 봉합되지 않아 후임 이사장의 역할은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일단 검찰 수사와 학내외 여론 악화로 우선 두산 일가에서 이사장이 나오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학교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전혀 예측하기 어렵다"며 "박용만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남미 순방에서 돌아오면 어떤 식으로든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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