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창희 시사플러스 회장
여야의 공무원연금개혁 합의사항에 대해 청와대가 시큰둥하다 못해 불쾌감을 표시했다.

여권내에서도 ‘소통’이 심각한 상태라는 생각이 든다. 새누리당 지도부와 청와대가 소통부재라기 보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가 권력투쟁을 하는 느낌마저 든다.

청와대는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개혁을 조속히 마무리 짓도록 압박을 가하면서도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국민연금 등 연금의 제반문제점에 대해 여당인 새누리당과 사전에 충분한 의견교환을 하지 않았단 말인가.

합의내용을 두고 청와대의 반응은 한마디로 김무성 대표가 무식하다는 뉘앙스다. 사전에 아무런 교감이 없었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청와대가 좀 비겁하다는 느낌이 든다. 나무에 올려놓고 흔드는 것처럼 보인다.

달리 생각하면 4.29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승리로 김무성 대표가 인기가 올라가자 박대통령이 시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김대표가 보궐선거의 승리감에 도취되어 자만심과 공명심에서 오버했을 수도 있다. 여하튼 국민들 보기에 좋지 않다.

국가간의 협상이나 조그만 단체간의 협상도 협상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사전에 충분한 자료를 제공한다. 또 합의사항은 손해를 보더라도 지키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고, 신의(信義)다. 청와대의 반응이 적절치 못하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확대의 타당성보다도 여권 지도부끼리도 소통이 되지 않는 ‘불통’이 국민들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

성완종 자살과 비리의혹파문도 여권내부의 소통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만약 2개월 전에 성완종이 자살하고 비리의혹파문이 이리 커질 줄 알았다면 이완구 총리를 비롯하여 여권실세들이 성완종의 전화를 무시할 수 있었을까?

오히려 먼저 만나자고 하여 설득했을 것이다. 소통의 부재는 그 화(禍)가 어디까지 미칠지 아무도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는 원칙과 신뢰를 존중하는 것이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박근혜 후보는 기초지자체 정당공천배제를 분명히 공약했다. 작년 지방선거서 야당도 기초지자체 정당공천배제를 찬성하는데 새누리당이 먼저 정당공천을 하며 약속을 깨버렸다. 아직까지 박대통령은 이에 대해 국민적 사과 한마디 없다.

그토록 본인이 소중히 여기는 신뢰에 금이 갔다. 여기에 국민이나 야권은 고사하고 여당 대표와도 소통이 되지 않는다면 보통문제가 아니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다음에 또 대통령에 출마할 것도 아니다. 인기에 연연할 필요도 없다. 대선공약, 지킬 수 없는 것은 지킬 수 없는 이유를 소상히 설명하고 국민적 이해를 구하면 된다.

공무원연금을 비롯해 개혁해야할 국정과제가 있다면 국민과 국회에 소상히 설명하고, 공청회등을 통해 국민적 동의를 얻어 개혁하면 된다. 소통은 힘이 센 사람이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야 가능하다.

야당인 새정치연합은 정부와 집권당의 개혁과제에 대해 일일이 합의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개혁과제에 대해 문제점과 반대의견을 정확히 제시하고 ‘국회의원 자유투표’에 맡기면 된다. 야당의 역할은 반대세력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이다. 당론으로 반대하면 ‘발목 잡는다’는 소리만 듣는다.

어설픈 합의는 공(功)은 집권당에, 과(過)는 동반 책임지는 꼴이 된다. 잘해야 본전이다.

이번 공무원연금개혁 합의과정에서도 어설픈 합의로 새정치연합은 얻는 것도 없이 비난만 같이 듣게 됐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