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온 측정하는 서울의료원
[김홍배 기자]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가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는 10일 오후 서울시가 시 산하 서울의료원을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서울 중랑구 신내동에 위치한 서울의료원은 전국 공공병원 가운데 시설이나 의료진 질에서 최상급으로 평가되고 있다.

메르스 전문병동이 마련된 이곳에는 현재 단일 병원 중 가장 많은 8명의 메르스 확진환자가 입원해 있다.
오후 2시30분께 서울의료원에 도착하자 건물 정문 앞 100㎡(30평) 남짓한 공간에 자리잡은 3개의 몽골 텐트와 컨테이너 사무실 2동이 눈에 띄었다.

메르스 선별진료 접수처와 진료대기실, 검사대기실 그리고 선별진료실이 진료단계에 따라 'ㄷ'자 형태로 늘어서 있었다.

이곳에는 14명의 의료인력이 상주하면서 메르스를 의심해 의료원을 찾는 이들에 대한 검진을 벌인다.

평소같으면 하루 2000여명이 넘는 외래환자들이 찾는 곳이라는데 이날 오후만큼은 한산할 만큼 오가는 사람이 적었다.

대신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20여곳의 국내 언론사 기자 외에도 AFP, 알자지라, CNN, 게티이미지 등 해외 언론사 소속 기자 10여명이 유례없이 빠른 전염력을 보이는 질병과 싸우는 의료진, 그리고 환자들을 취재하기 위해 서울의료원을 찾았다.

김민기 서울의료원장은 본관 뒤편에 따로 마련된 메르스 전문 병동을 찾기 전에 "이곳에서 5번째 메르스 환자가 치료를 받은 뒤 건강하게 퇴원했다"고 말했다.

한명도 빠짐없이 마스크를 쓴 기자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김 원장에 따르면 밤새 10개의 병실을 새로 마련해 현재 15개의 완전 밀폐된 병실이 준비됐다. 전날 3명이 새로 입원해 있데도 아직 7개 병실이 여유가 있다. 김 원장은 환자들이 더 몰려들 경우, 최대 23개까지 병실을 늘릴 수 있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이날 서울의료원이 환자 이송을 거부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정반대다. 각 병원서 여러 병원에서 전원(병원을 옮기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송거부는)개인 의사입장에서 자의적 판단에 따라 메르스 환자와 일반환자가 마구 섞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서울의료원 본관 왼편으로 난 공원길을 따라 100m를 내려가자 장례식장 주차장 옆에 마련된 메르스 전문 병동이 나타났다.

3층 규모의 이 건물 안에서 8명의 메르스 환자가 입원해 있다고 했다.

▲ 체온 측정하는 서울의료원
예상보다 많은 취재진이 몰리면서 기자들은 부득이하게 3개 조로 나뉘어 건물로 진입했다. "안전하다"는 김 원장의 말이 있었지만 세정제로 손을 꼼꼼하게 소독하고 마스크를 조여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자 바로 환자 모니터실이 나왔다.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니터실에 설치된 CCTV로 4개 병실을 동시에 체크했다. CCTV 왼쪽으로 혈압, 심전도 등 생체리듬을 체크하는 장치가 놓여있었다.

모니터실 정면은 방음·방탄 유리벽으로 돼 있었다. 두께 2cm 가량의 유리벽 너머 2~3m 앞에 입원실이 위치했다. 입원실 앞에는 2중의 안전유리문이 또 있는데 의료진이 그 문을 열고 환자의 상태를 살폈다. 건너편의 어떤 소리도 이쪽으로 들리지 않았다.

성별을 구분할 수 없는 의료진은 환자대응용 레벨-D 개인보호구(보호복, 고글, 장갑, N-95마스크, 덧신)를 한 채 분주히 움직였다. TV에 흔히 나오는 반도체 공장의 근로자 같은 형상이었다.

레벨-D 개인보호구를 하고 있으면 완전군장을 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 외부환경과 완전 밀폐된데다 호흡기만 10kg에 이르기 때문에 평균 1시간 동안 메르스 환자를 돌보다보면 온몸은 파김치가 된다고 한다.

김 원장이 입원실과 모니터실 사이에 연결된 인터폰으로 통화를 하자 바삐 움직이는 의료인이 젊은 여성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

김 원장은 "직원들은 2주째 주말도 없이 일하고 있다. 저도 어제 새벽 2시에 퇴근했다"며 "환자들의 상태를 잘 살피기 위해 24시간 동안 조를 짜서 근무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CCTV상으로는 환자들의 정확한 상태를 가늠할 수 없었다.

다만 환자 1명이 산소마스크를 쓴 채 누워서 미동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음소리를 들을 수 없고, 수척한 얼굴을 대면할 수는 없었지만 불규칙한 심전도 그래프를 보면 그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15분 남짓한 시간을 둘러볼 뒤 기자들이 전문병동을 나오자 김 원장은 메르스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김 원장은 "오늘 처음 병동을 공개한 것은 메르스 치료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집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 원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안전한 치료시설임을 자부한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를 직접 치료하고 있는 최재필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실장은 "현재 인터페론, 라바비린, 칼레트라(단백질 효소억제제) 3가지를 쓰는데 임상효과 샘플이 적어 현재는 사망률에 따라 칼레트라를 집중 투약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실장은 "환자들이 처음에는 생존여부가 불투명해 불안하다는 얘기를 많이 했지만 이제는 가족걱정을 많이 한다. 또 언제 퇴원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고 말했다.

그는 "두려운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알지 못해서 확산된 측면이 있다"며 "전쟁터에서 몸으로 부딪히는 마음으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많은 격려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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