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보건당국이 밤사이 발생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자들 가운데 상당수의 감염경로를 확인하지 못해 초 긴장상태에 빠졌다.

병원내 감염의 경우 쉽게 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미확인 감염경로는 혹여 지역사회로부터 전파된 것 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11일 전날 메르스 검사결과 양성으로 확인된 14명의 추가 사례를 발표했다.

9명 중 8명은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에서 노출됐고, 1명은 지난달 27~29일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서 15번째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나머지 5명은 아직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당국의 관리망 밖에서 환자가 발생한 셈이다.

당국의 허술한 방역체계로 접촉자를 미처 추적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당국이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지역 감염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환자와 접촉한 의심자를 걸러 내 격리하는 현 방역체계로는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

이들은 30대 남성 1명, 50대 여성 1명, 60대 여성 1명, 70대 남성 2명 등이다. 당국의 늑장대응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검사 결과가 심야에 통보돼 현재 질병관리본부가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현재 국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14명이 추가돼 총 122명으로 늘었다.

추가된 환자 중 8명은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는 임신부(39·여)도 포함돼 있다. 국내 첫 임신부 감염 사례다.

이로써 '2차 유행'의 온상이된 삼성서울병원에서 바이러스를 옮은 환자는 총 55명으로 불어났다.

감염자 수는 임신부를 포함해 14명이 늘어 총 122명(남 70명·여 52명)이 됐다.

추가 환자 중 8명은 14번(35) 환자가 내원했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5월27~29일 사이에 노출됐던 사람들이다. 109번(39·여), 110번(57·여), 111번(43·여), 112번(63), 113번(64), 114번(46), 115번(77·여), 116번(56·여) 환자다.

특히 109번 환자는 이 달 중순 출산을 앞둔 만삭 임신부다.

보건당국의 재검 끝에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국내에서 임신부가 메르스에 감염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신부의 감염 사례는 해외에서도 드문 일이다.

이 임신부는 지난달 27일 급체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내원한 부모님을 만나러 갔다가 14번 환자와 접촉해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보건당국은 보고 있다.

지난 9일 삼성서울병원 자체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으나,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2차 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와 질병관리본부에서 재검을 진행했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같이 있었던 임신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미 지난 8일 확진 판정을 받아 국가지정 격리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복지부는 "임신부의 상태는 현재 안정적인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일반 환자와 다른 합병증 등 위험성에 대한 근거는 명확치 않으나 치료에 보다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메르스는 직접적인 치료약이 없어 나타나는 증상을 치료하는 대증요법을 쓴다. 현재 메르스 치료에 사용되는 인터페론, 리바비린 등의 항바이러스제는 임신부에게 투여하기 어려워 치료에 난항이 예상된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임신부를 만성질환자와 면역저하자, 고령자 등과 함께 메르스 감염 주의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

또한 117번(25·여) 환자는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의료진으로, 5월27~29일 15번(35) 환자와의 접촉이 있었다. 이로써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서 발생한 환자 수는 총 4명이 됐다.

나머지 5명에 대해서는 검사 결과가 심야에 통보돼 현재 보건당국이 역학조사를 벌이는 중이다.

확진자 중 추가로 숨진 사람은 없었다. 현재 사망자는 총 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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