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이 주말을 기해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이라는 당국의 예상과 달리 다수와 접촉한 감염자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말을 확산이냐, 진정이냐의 고비로 점쳤던 보건당국은 이제 오는 24일께를 다시 고비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 이후에도 메르스 사태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4차 감염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다시 이들에게 노출된 사람 중에서 추가적으로 환자가 나올 소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이 지난 주말을 메르스 고비로 여겨 추가 감염자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삼성서울병원에서의 방역 실패로 새로운 슈퍼전파자가 등장했다.

메르스 증상이 발현한 뒤에도 9일이나 근무했던 삼성서울병원의 구급차 이송요원 137번 환자(55)가 뒤늦게 발견된 데 더해 의사로 진료를 계속했던 138번 환자(37)도 나왔다.

또 대전대청병원에 파견 근무했던 IT업체 직원 143번 환자(31)는 13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기 전 부산의 병원과 식당 등에서 700여명과 접촉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 10일 사망한 76번 환자(75, 여)가 요양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 건국대학교 병원 등을 전전했던 사실이 뒤늦게 파악돼 추가 감염 우려가 제기됐다. 결국 이 환자에게 노출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이 4명이나 발생하기도 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은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메르스 브리핑에서 "우리가 판단할 때 지난달 삼성서울병원에서 노출된 사람들의 잠복기가 지난주로 끝났기 때문에 메르스확산세가 꺾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잘 알다시피 추가적으로 이송요원이 관리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여기에 대청병원에서 근무했던 정보기술(IT) 요원도 좋은강안병원 등 부산 지역 병원에서 노출돼 추가 감염이 우려되고 있다"고 실토했다.

문제는 4차 감염자가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추가된 환자 5명 가운데 147번째(46), 148번째(39), 150번째 환자(44)는 4차 감염자로 추정된다.

앞서 지난 12일과 14일 각각 확진판정을 받은 민간구급대 운전자와 이 차량 동승자 역시 4차 감염자로 파악된다. 4차 감염자가 나오게 되면 또다시 그들에게 노출된 사람들 가운데서 2주간 메르스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손준성 강동경희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차 감염자 발생이 끝난다 하더라도 4차 감염자가 나오고 있는 게 문제"라며 "3차 감염자로 인한 4차 감염자의 잠복기는 또 2주"라고 말했다.
 
더욱 우려되고 있는 부분은 잠복기가 지난 후에 발병한 환자들도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146번째 환자의 경우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에서 노출이 됐지만 13일 증상이 발현됐다. 정은경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현장점검반장은 "잠복기가 평균 2~14일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발병일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서 잠복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메르스의 최대 잠복기가 2주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연구논문에 따르면 최초 발병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여성 감염자가 격리조치된 후 이렇다 할 증상은 없었지만 6주 동안 메르스 양성반응을 보였다.

6주 동안 바이러스가 계속 유지된 만큼 잠복기가 2주보다 더 길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잠복기 기준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이에 근거를 둔 것이다. 

한국·세계보건기구(WHO) 합동평가단 역시 앞으로 수주간 산발적으로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한국의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제 메르스의 변화무쌍한 발병 양상에 맞추어 보다 탄력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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