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들이 대형 국책공사 입찰에서 '사다리 타기', '뽑기' 등의 방식으로 낙찰자를 정하는 담합을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의 담합 규모는 1700억원대로 12개 업체가 담합에 가담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에 부과된 과징금이 관련 매출액의 2% 수준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청주시 음식물탈리액 에너지화시설 설치사업 등 정부가 발주한 6건 입찰에서 담합을 벌인 12개 업체에 과징금 총 34억7100만원을 부과했다고 16일 밝혔다.

벽산엔지니어링(주), 효성엔지니어링(주), 삼부토건(주), ㈜휴먼텍코리아 4곳은 2010년 12월 한국환경공단이 공고한 청주시 음식물탈리액 에너지화시설 설치사업 입찰에 앞서 투찰가격을 합의했다.

이들은 가격경쟁으로 인한 저가입찰을 방지하기 위해 설계부문에서만 경쟁하고, 투찰가격은 사다리 타기 방식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그 결과, 설계점수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벽산엔지니어링이 투찰률 98.60%(174억6200만원)로 낙찰사로 선정됐다.

한국환경공단이 2010년 12월 공고한 이천시 마장공공하수도시설 설치사업 입찰에서는 금호산업(주), 동부건설(주), 삼부토건(주) 3곳이 담합을 벌였다. 동부건설 주도로 이뤄진 이번 담합에서 금호산업은 들러리로 참여했고, 삼부토건은 투찰가격을 95% 수준으로 맞추기로 동부건설과 합의했다.

입찰에서 금호산업은 형식적인 설계도를 제출했고, 동부건설과 삼부토건은 뽑기를 통해 결정된 투찰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그 결과, 동부건설이 공사 예정가 대비 97.10%(522억2800만원)의 높은 투찰률로 낙찰됐다.

한국환경공단이 2010년 6월 공고한 옹진군 하수도정비사업 1단계 공사 입찰에 참여한 (주)삼호와 코오롱워터앤에너지(주)는 삼호가 경쟁 없이 낙찰받을 수 있도록 투찰가격(투찰률)을 사전에 합의했다. 최저가 낙찰제인 이번 입찰에서 코오롱워터앤에너지㈜가 98.90%, ㈜삼호가 98.50%로 투찰해 삼호가 낙찰됐다.

한국환경공단이 2010년 8월 공고한 새만금유역 합류식하수도월류수(CSOs) 및 초기우수처리시설 설치사업(2권역) 입찰에서는 고려개발(주)와 한라산업개발(주)이 담합했다. 이번 건 역시 저가입찰을 막기 위해 서로 투찰가격을 짜고 입찰에 참여해 고려개발이 98.80%(449억6800만원)의 높은 투찰률로 공사를 따냈다.

한국환경공단이 2010년 7월 공고한 양산시 바이오가스화시설 설치사업 입찰은 벽산엔지니어링(주)와 한라산업개발(주)이, 9월 공고한 무주⋅진안군 광역전처리시설 설치공사 입찰에서는 효성엔지니어링과 (주)서희건설이 들러리를 서고 설계보상비를 대가로 지불하는 답합을 벌였다.

공정위는 2013년 7월 파산한 휴먼텍코리아와 기업회생절차 중인 동부건설을 제외한 10개 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업체별로는 2건씩 담합에 가담한 한라(8억4700만원), 벽산(6억3100만원)의 과징금이 가장 컸다.

공정거래법상 담합 행위에 대한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과징금은 담합 관련 매출액의 2% 수준에 불과했다. 여기에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까지 적용되면 실제로는 1%대의 과징금을 부과한 셈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업체의 재무상태 등을 고려해 적합한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며 "입찰담합 관행에 대한 주의를 또 다시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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