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상위권 수출주·조선주, 영업이익↓· 주가↓

 
[이미영 기자]어닝시즌 이후 국내 증시는 물론 경제도 휘청거렸다.

국내 기업들의 도미노식 '어닝 쇼크'(실적 충격)가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은 것. 믿었던 대기업들마저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한 탓에 그 타격은 더 컸다.

엔화·유로화 약세, 그리스 사태,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중국의 성장 둔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가뭄 등 수많은 대내외 악재들로 고전하던 한국 경제는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된 뒤 치명타를 입은 모습이다.

경제의 바로미터인 증시를 통해 한국경제의 불안감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7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2분기 실적 발표가 진행된 뒤 국내 증시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어닝시즌 시작 직전인 7월6일 종가 기준 2053.93이었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 7일 2010.23까지 떨어졌다. 2000선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기간 동안 국내 증시의 큰손인 외국인 투자자들은 2조174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기관 역시 1조1486억원을 순매도했다.

증시와 한국 경제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대기업 특히 수출 기업들의 추락이다.

현재 한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은 약 54%다. 수출길이 막히면 자금도 마르기 마련인데 올 2분기에 전자, 자동차, 건설, 철강 등 국내 대표 수출주들은 바닥을 쳤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6조89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3% 감소했다. LG전자는 2441억원으로 59.74%나 떨어졌다. 이들 모두 매출의 핵심인 IT모바일(IM) 부문에서 판매 부진을 겪었다.

미래에셋증권 도현우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인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16%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스마트폰 분야에서 특별한 모멘텀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3분기 영업이익도 전 분기 대비 감소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자동차 업계는 엔저 현상에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차는 2분기 영업이익이 1조7509억원으로 전년 대비 16.11% 떨어졌고 기아차도 6507억원으로 영업이익이 15.46%나 줄었다.

KDB대우증권 박영호 연구원은 "엔화·유로화 약세, 선진권 판매 호조, 평균판매단가(ASP) ·제품믹스 개선 등의 요인으로 일본, 미국, 유럽 주요 완성차업체 대부분 2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며 "반면 현대, 기아차는 환율여건 부진, 이머징 마켓 성장률 둔화, 경쟁비용 증가(매출할인) 등으로 인해 글로벌 업체 중 유일하게 전년 동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중국에서의 글로벌 브랜드 판매 부진과 가격인하에 따른 판매마진 악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이머징 마켓 비중이 높고 구모델 위주의 글로벌 판매가 부진한 한국 업체들의 상대적 이익모멘텀 열위는 올해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설, 철강 업체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두산건설(-66.05%), 현대건설(-9.04%), 포스코(-18.21%) 등은 모두 전년에 비해 2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하나대투증권 채상욱 연구원은 "2분기 실적시즌을 통해 해외건설 부문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상하는 모습"이라며 "특히 수주산업 전체의 원가율 조정이 분식으로 인식되는 등 센티먼트가 냉각됐다"고 건설업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LIG투자증권 김윤상 연구원은 "글로벌 철강산업은 지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 구간에 진입했다"며 "이러한 업황 하에서는 의미 있는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선업계는 대규모 적자 사태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

대우조선해양은 2분기에만 3조318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도 각각 1조5481억원, 1710억원이 적자를 기록했다. '빅3' 조선사의 2분기 영업손실액은 무려 4조7500억원에 달한다.

HMC투자증권 강동진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은 조선·해양 분야의 전반적인 원가 상승분을 일시에 반영했기 때문"이라며 "향후 회계법인 정밀심사로 추가적인 손실이 발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이투자증권 최광식 연구원은 "추가 투입, 재작업, 낮은 생산성 등 삼성중공업이 털어놓은 문제들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당분간은 드릴쉽, 액화천연가스생산설비(FLNG) 부문에서도 이익을 창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정보제공업체인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2분기 잠정 실적 발표를 마친 137개 기업 가운데 절반이 넘는 76곳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상승했다. 이는 곧 최근 코스닥의 하락세는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대기업들의 실적 부진 때문이라는 풀이를 가능케 한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실적을 발표한 지난달 7일 124만원이었지만 이달 7일 현재 113만6000원으로 8.3% 감소했다.

시가총액 3위 현대차, 11위 현대모비스, 13위 기아차, 14위 POSCO, 39위 현대중공업, 40위 현대제철 등의 주가도 실적을 발표한 뒤 모두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 힘든 상황이지만 수출주들의 앞날 역시 녹록지 않다. 수출 경쟁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엔화 약세가 고착화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미국 달러대비 엔화가치는 2011년 9월 이래 63.9% 절하된 반면 원화가치는 1.8% 절상됐다.

국제금융센터 김권식 연구원은 "환율 효과가 양국의 기업이윤 격차로 연결되고 기업이윤 축적이 연구·개발(R&D) 등 비가격 경쟁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엔화 약세에 따른 우리나라 기업의 가격, 비가격 경쟁력 약화 여지에 유의해야 한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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