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연이은 위안화 평가 절하에 12일 원·달러 환율이 1190원대로 치솟으며 외환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180.5원에 출발한 뒤 전일(1179.1원)보다 11.7원 오른 1190.8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1190원대를 돌파한 것은 지난 2011년 10월6일(1191.3원) 이후 약 3년10개월 만이다. 장중 고점은 1192.8원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은 중국이 전날에 이어 이날 추가로 위안화 가치를 대폭 낮추자 달러 대비 원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6.3306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전날 고시환율인 6.2298위안에 비해 1.62% 하락한 수치다. 중국은 전날 사상 최대폭인 1.86%의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한 데 이어 이틀째 절하에 나서면서 위안화는 3.51%의 절하폭을 보였다.

이에따라 시장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지면서 1200원대 돌파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평가절하로 중국에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과 원자재를 수출하는 신흥국의 통화가치 하락 위험이 더욱 높아졌다"며 "원화도 약세 흐름이 강화되면서 이르면 3분기 내에 환율이 1200원대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유나 동부증권 연구원도 "향후 진행되는 위안화 약세 분위기는 아시아 통화전쟁에 대한 우려로 확대될 수 있다"며 "달러 강세가 아닌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 약세만으로도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특히 중국의 추가 위안화 절하로 국제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이자 세계적인 환율전쟁이 초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일단 외환 당국은 위안화 절하의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긍적적인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따라 당분간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보다 중국의 위안화 절하가 추가로 이어질지, 실물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등 상황을 지켜보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대해 모니터링해 나갈 전망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장관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외환 시장을 중심으로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위안화가 갑자기 늘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게 사실"이라면서도 "중국 위안화 절하는 수출 경쟁력 강화의 목적도 있기 때문에 중국의 수출이 늘게 되면 오히려 우리 수출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이날 오전 위안화 평가 절하에 따른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긴급 회의를 가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평가절하 추세가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지만 당분간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주시할 것"이라며 "다른 외환시장은 어떻게 반응했는지, 외국인 투자자금 동향이 어떻게 되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3일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중국의 연이은 위안화 절하와 관련한 금융시장 동향에 대해 폭넓은 논의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김문일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 절하한 점이 양적완화 확대에 나선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8월 금통위에서는 추가 금리인하 여부 등 논쟁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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