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최근 反롯데 정서로 올 연말 허가가 끝나는 시내 면세점 사업권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현대백화점이 시내 면세점 포기 의사를 밝혀 진위  여부를 놓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9일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은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후 시내면세점 재추진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면세점 사업은 당분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동안 현대백화점은 면세점 사업 확대를 통해 유통업에 성장 동력을 삼겠다고 얘기해 왔다. 이런 가운데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이례적이다.

최근 롯데그룹이 경영권 분쟁으로 올 연말 허가가 끝나는 롯데의 시내 면세점 2곳(소공동 롯데면세점, 신천동 롯데월드면세점)의 사업권을 두고 유통업계들이 발 빠르게 재도전의 기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 특허가 풀리는 롯데 소공점과 롯데월드점의 경우 지난해 기준 각각 2조원, 6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황금알을 낳는 오리'라고 불렸다. 경기침체로 불황의 긴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유통공룡들은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

특히 롯데의 경우 오너 일가의 경영권 다툼으로 '反롯데' 정서가 확산되면서 2곳 모두 재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기존 시내 면세점 진출을 노렸던 현대백화점과 신세계그룹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게 유통계의 시각이었다.

하지만 이날 정 부회장의 발언은 그동안 유지했던 그룹의 기조를 흔들기에 충분했다.

이와 관련, 현대백화점이 완전한 포기를 선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은 의견이다.

그 이유로, 현대백화점그룹이 서울시내 면세점 진출을 위해 설립한 '면세점 합작법인 현대DF'가 현재까지 운영 중인 점이다. 또 그룹 주력사업과의 시너지 효과 등으로 미뤄 100% 포기 선언을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이 그룹 주력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판단 하에 면세점 사업 진출을 노린 만큼 포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잠시 숨고르기 차원이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롯데 기업에 면세점 허가를 내주면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반롯데 정서'가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우선 순위인 현대백화점과 신세계그룹이 경쟁 하에 있는 것은 당연하다"며 "양 측 모두 입찰 참가를 고심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측도 정 부회장의 정확한 생각은 알 수 없으나, 시내 면세점 재추진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아직 시내 면세점과 관련해 향후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것이 없다"며 "정 부회장의 대답도 이와 같은 뜻의 연장선장에 있는 표현이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면세점 자체의 성장뿐만 아니라 백화점, 홈쇼핑 등 그룹 주력사업과의 시너지가 크다는 판단에 따라 사업 진출을 결정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최종 후보지로, 2개 층을 리모델링해 강남권 최대 면세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특히 현대백화점그룹은 면세점 운영으로 얻은 영업이익의 20% 이상을 매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혀 업계를 놀라게 했다. 기부금 비율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면세점 특허기간인 향후 5년간 300억원 가량을 환원하게 될 것으로 추정됐다.

앞서 지난 7월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입찰에서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 합작사인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에 밀려 진출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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