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네비도 처방 한번 뿐이라는 박태환 주장과 다른 증언이 나왔다.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돼 선수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수영선수 박태환(26)이 금지약물이 포함된 네비도를 투약한 T병원 김모 원장과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해당 병원 간호사가 "박태환에게 네비도를 두 차례 주사했다"고 주장했다.

T병원에 근무 중인 간호사 차모씨는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강병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피고인 김모 병원장의 네 번째 공판에 변호사측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차씨는 "2013년 12월과 2014년 7월 박태환에게 네비도를 주사했다"면서 "2013년에는 주사를 했는지 확실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내가 일일보고에 남겼으니 (주사를 놓았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차씨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입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차씨는 박태환의 모든 주사 처방을 담당했다.

그는 병원 일일보고가 스마트폰 메신저인 카카오톡 단체채팅을 활용하기 때문에 진료기록부에 해당 기록이 누락되더라도 일일보고에는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일일보고는 퇴근에 앞서 기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내용도 덧붙였다.

차씨는 "네비도는 한 달에 몇 차례 정도만 주사한다. 다른 환자와 헷갈릴 가능성은 전혀 없다"면서 "(일일보고가) 100% 확실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내가 하지 않은 행위를 했다고 적지는 않는다"고 진술했다.

또한 차씨는 "진료기록부에는 네비도 2회와 성장호르몬 4회, 비타민제 15회를 박태환에게 주사했다고 나와 있는데 사실인가"라는 변호인측의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차씨의 증언은 "네비도 처방은 2014년 7월 한 번 뿐이다. 성장호르몬은 맞은 적이 없다"는 박태환의 주장과 상반된다. 박태환은 지난 달 세 번째 공판에 직접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히며 처방에 앞서 주의사항 조차 듣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주장에 "네비도 주사의 특성상 감기 주사와는 다르고 많이 아프다. 주사를 놓기 전 반드시 설명을 한다"는 차씨는 "테스토스테론이라고 말씀을 드리면 환자들이 잘 모르시니 남성 호르몬이라고 설명을 한다. 아플 것이라는 이야기도 꼭 한다"고 반박했다.

"주사 전 간호사가 '도핑에는 무관하고 몸에 좋은 주사이니 맞아도 된다'고 했다"는 박태환의 진술에 대해서도 고개를 저었다.

그는 "간호사가 어떻게 환자에게 도핑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맞으라고 할 수가 있겠느냐. 좋은 주사라고 맞으라고 한 것도 이해가 안 된다.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측은 입수한 박태환 진료기록부 3개의 발행일자와 내용이 각기 다른 점을 문제 삼았다.

이에 차씨는 "진료기록부에 적힌 날짜가 수시로 변하는 것은 우리도 잘 모르겠다. 확인을 해봤는데 시스템의 문제인 것 같다"고 답했다. "신빙성이 크게 떨어져 진료기록부를 믿을 수 있겠느냐"는 검찰측 주장에는 답변하지 못했다.

주사 처방 당시 네비도가 금지약물에 해당되는지 인지했느냐는 질문에 차씨는 몰랐다고 진술했다.

차씨는 "설명서에 '도핑 양성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고 쓰여 있는 것은 최근에 봤다"면서 "만약 내가 그걸 봤더라도 박 선수에게 '이런 문구가 쓰여 있는데 주사를 해도 괜찮느냐'고 물을 수는 없다. (박태환과 의사) 두 분이 결정했기에 간호사가 물어볼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2014년 7월 네비도 투약이 진료기록부에서 누락된 것을 두고는 "혼자 일해서 너무 바빴고 당시 결혼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진료 기록부보다는 일일보고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해당 내용을 일일보고에 올리고 추후 진료기록부를 수정했다"고 해명했다.

이날 공판에는 박태환에게 T병원을 소개시켜준 컨설턴트 안모씨도 검사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2012년 11월 박태환을 처음 만났다는 안씨는 박태환과 상의 후 김 원장에게 후원을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안씨는 "정맥주사나 엉덩이에 맞는 주사 모두 비타민제인 줄 알았다. 원장님이 엉덩이에 비타민제를 맞을 수도 있다고 했다"면서 "두 주사 모두 비타민 주사이고 도핑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고 답했다.

김 원장의 5차 공판은 다음 달 22일 오전 11시30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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