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이번 북남 긴급 접촉을 통해 남조선 당국은 근거 없는 사건을 만들어 가지고 일방적으로 벌어지는 사태들을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일방적인 행동으로 상대 측을 자극하는 행동을 벌이는 경우 정세만 긴장시키고 군사적 충돌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심각한 교훈을 찾게 되었을 것이다

"남북 고위급 접촉 대표였던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25일 조선중앙TV에 출연해 남북 고위급 접촉 경위와 타결 내용을 밝히며 한 말이다.

이번 고위급 접촉에 참석한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지뢰 폭발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지 단 하루만에 말을 바꿨다.

이날 황병서의 발언은 북한의 지뢰 도발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남북 공동보도문에서 유감을 표명한 것과 배치된다. 이 때문에 합의 내용을 놓고 북이 딴소리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황병서의 이날 발언은 북한 주민들의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한 대내(對內) 선전용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통일연구실장은 "북한은 그동안 지뢰 도발을 '남조선의 조작'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에 주민들을 대상으로 갑자기 말을 뒤집기 어렵다"며 "전형적인 대내 선전용"이라고 했다. 북한은 21일 평양에서 외신기자들까지 불러놓고 "남측이 제시한 포격도발 증거는 허위"라고 주장했었다.

황병서는 '근거 없는 사건'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지뢰 도발을 우회적으로 부인하면서도 이번 접촉 결과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남북 합의에 대해 "우리는 이번에 공동의 노력으로 북남 관계 개선의 새로운 분위기가 마련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남측 당국이 이번 북남 고위급 긴급 접촉에서 이룩된 합의 정신을 진지한 자세로 대하고 그 이행에 적극 나섬으로써 북남 관계 발전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이번 북남 고위급 긴급 접촉에서 이룩된 합의는 북남 사이의 군사적 대결과 충돌을 막고 긴장을 완화하며 북남 관계를 개선하려는 우리 군대와 인민의 원칙적인 투쟁과 성의 있는 노력의 결과"라고 말했다. 황병서는 이어 "전쟁 접경으로 치닫고 있는 나라의 긴장한 정세를 완화하고 북남 관계를 개선하는 데서 원칙적 문제들을 진지하게 협의했다"며 6개 항의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한편 한 대북전문가는 "황의 이날 발언은 갑자기 도발 인정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으로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한 내부 단속용 선전전의 일환으로 이번 공동보도문 발표 내용을 희석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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