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농심이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농심 기업문화의 최대 특징 중 하나는 단연 ‘한우물 경영’이다. 지난 50여년 간 라면을 앞세운 스낵 전문업체로 업계 정상을 지켜왔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은 언론에 뜸하다 못해 전혀 노출을 꺼리는 '은둔 경영인' 중 한 사람이다.

신춘호 회장은 사업시작전인 지난 60년대 초 라면사업을 결심하고 일본에 있던 맏형 신격호 총괄회장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한국과 일본의 사정은 여러 모로 다르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집어치워라"였다.

맏형의 반대로 오기가 생긴 신춘호 회장은 숱한 설움과 역경을 딛고 라면과 스낵의 1위 기업으로 농심을 키웠다.

이 같은 이유 등으로 형제들간 소원한 관계라는 것은 이미 재계에 널리 알려진 얘기다. 실제로 롯데의 신 촐괄회장이 1999년 신 회장의 고희 잔치에 참석하지 않았다.

신춘호 회장은 고희를 맞아 "철학을 가진 쟁이는 행복하다"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펴냈다. 이 책에는 그가 친형인 신 총괄회장과 같이 일하다 갈라선 과정과 평소의 경영철학이 담겨 있다.

특히 자신에 관해서는 "내 직업은 장사꾼"이라면서 "평생 라면을 만들어왔으니 라면쟁이요, 또 스낵도 만들어 왔으니 스낵쟁이라고 스스로 부르기를 좋아한다"고 썼다.

농심은 지난 1965년 설립한 롯데공업사에서 태동했다. 롯데공업사로 출발했던 농심은 자체 연구소를 만들어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라면 개발을 시작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신 회장의 뜻에 따라 세계 70여개국에 적합한 제품을 개발해 한국의 맛을 전파하고 있다.

소비자의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해 농심은 다양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했다. 세분화된 시장에서 농심은 라면과 스낵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넘버원 브랜드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라면하면 농심, 스낵하면 농심이라고 인식할 정도로 농심의 브랜드 인지도가 상당히 높다.

60년대(1965년) 농업위주의 경제구조에서 농심은 라면업계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 들었다. 같은 해 9월 '롯데라면'을 출시했다. 롯데라면은 당시 유행하던 닭고기 육수를 사용했다. 이후 농심은 라면의 재료로 소고기에 집중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닭고기보다 소고기를 좋아하는데 소고기국의 깊은 맛을 라면으로 구현해보자' 농심은 1970년 10월 소고기 국물을 재료로 한 '소고기라면'을 출시했다. '해피 소고기라면'은 선발 경쟁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당시 소고기 라면의 출시로 농심의 연간 매출은 20억원에서 37억원으로 뛰었다. 시장점유율도 10%대에서 22.7%로 급증했다.

70년대 들어서면서 국내 라면시장은 성장기에 접어든다. 농심은 1970년 국내 최초로 짜장면을 인스턴트화해서 제품을 출시했다. 이는 짜파게티의 시초로 국내 첫 인스턴트 짜장라면이라는 데에 의의가 있다.

75년도에는 농심의 히트작 '농심라면'이 출시됐다. 삼양라면에 이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제품이 바로 '농심 라면'이다. 농심라면은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광고 카피로 화제가 됐다. 당시 새마을 운동 등 급격한 경제적인 변화로 농촌과 고향을 그리워하는 시기였는데 이 농심라면이 그러한 국민들의 정서를 잘 파고들었다.

1983년 이전까지 평균 30% 수준에 머물던 농심의 시장점유율은 안성탕면의 인기를 바탕으로 1984년에 40.15%를 기록했으며 1985년에는 42.2%로 뛰어올랐다. 1985년 3월을 기해 농심이 마침내 국내 라면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이후 농심은 1986년에 농심 최고의 히트작인 신라면을 출시하면서 1987년 시장 점유율을 46.3%로 끌어올렸다. 1988년에 53.8%, 1989년에 58%로 숨 가쁜 시장점유율로 상승행진을 거듭하며 명실공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두주자의 위치를 굳혔다.

이런 농심의 노력은 라면에 있어서는 소고기라면, 자장라면인 짜파게티, 사발형태의 용기면인 육개장사발면, 우동형태의 라면인 너구리, 탕면시대를 개척한 안성탕면, 매운맛의 대명사로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신라면, 생생한 면발의 라면 생생우동 등 그동안 경쟁사에 앞서 개발한 새로운 유형의 신제품으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90년대는 라면제품이 다양화되고 라면업체들의 해외진출로 전체 라면시장이 도약하는 시기였다. 농심은 오징어짬뽕(92), 생생우동(95), 신라면컵 및 신라면큰사발(97) 등 인기제품들을 출시해 업계 1위 자리를 확실히 굳혔다. 라면은 97년 IMF 외환위기를 맞아 서민들의 생활에 더욱 깊숙이 자리잡았고, 경기침체에 한국 라면시장은 오히려 더 성장했다.

농심은 96년 처음으로 중국 상해에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98년 중국 청도, 2000년 중국 심양에 생산기지를 건설하며 본격적인 해외진출길에 나섰다. 특히 신라면은 한국을 대표하는 한류제품으로 성장해 현재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농심은 올해 반세기 제면 노하우를 담은 3㎜ 굵은 면발 제품인 우육탕면과 짜왕을 출시해 굵은 면발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며 "특히 짜왕은 출시 직후 시장의 절대 강자 신라면에 이어 두 달 연속 2위에 오르며 라면명가 농심의 저력을 증명하며, 50년을 넘어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韓 라면'의 세계화 리드...中서 역대 최고 실적

농심은 내수부진에 몸살을 앓고 있지만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려 성과를 내고 있다. 정부의 각종 규제와 강도 높은 가격인상 억제에 '선택과 집중'한 전략이 통한 셈이다.

27일 농심에 따르면 2000년 들어 라면은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더했다.

농심은 2005년 미국 LA에 생산시설을 확보해 현지 시장뿐 만 아니라 인근 국가에 대한 수출에도 나섰다. 농심은 2003년 라면업계 최초로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뤘다.

농심은 지구의 지붕인 스위스 융프라우에서 지구 최남단 도시인 칠레 푼타아레나스까지 전세계 100여개 국에 라면을 수출하고 있다.

또 이 시기 라면시장은 고급화, 건강지향적으로 변모했다. 농심은 이에따라 라면의 미래를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면에 있다고 판단, 2007년 부산 녹산공단에 '녹산공장'을 건립했다.

농심은 한국의 전통 면류를 산업화한다는 모토 아래 천연 식재료 그대로의 풍미를 살리는 건조공법인 '시브이디(Z-cvd)', 이탈리아 파스타 제조기술을 응용한 '네스팅(Nesting)' 공법 등 첨단 기술로 '둥지냉면', '후루룩국수', '후루룩칼국수', 등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선보였다.

2010년을 넘어서면서 농심은 한국라면의 세계화를 추진했다. 2012년 여수엑스포를 맞아 농심은 신라면블랙컵, 메밀온소바, 즉석곰탕 등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용기면을 개발해 이목을 끌었다. 2011년 출시된 신라면블랙은 세계 30여 국에서 신라면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으며 식품한류의 주역으로 자리잡았다.

또 2013년 농심이 미국 월마트와 직거래 계약을 성사시키며 미국 전역 3600여 곳의 월마트 매장에 라면을 직접 공급했다. 유럽에서도 영국 모리슨, 스위스 미그로스 등 메이저 유통업체와 잇따른 판매계약을 맺으면서 글로벌 행보를 더욱 활발히 했다.

특히 농심은 중국시장에서 최고 실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1억8000만 달러(한화 약 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 대비 28% 성장했다. 이는 농심 해외사업 매출액인 4억9000만 달러(한화 약 5500억원)의 37%에 해당한다.

농심은 지난해 초부터 '해를 따라 서쪽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공격적으로 중국시장 공략에 나섰다.

기존 북경과 상해 중심의 동부 연안 대도시에서 서안, 성도, 중경 등 서부내륙지역의 신(新)시장 개척에 주력했다. 이를 통해 농심은 지난해 이들 서부내륙시장에서 특약점(농심 제품을 취급하는 중간도매상) 수를 2배 이상 늘리고, 매출도 2배 이상 신장시켰다.

중국에서 농심의 신천지 개발은 온·오프 시장을 가리지 않았다. 농심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타오바오)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사업에서도 성과를 냈다. 진출 1년 만에 125%의 성장률을 보이며 안착에 성공했다.

여기에 별에서 온 그대 등 한류 드라마 열풍은 중국시장에서 한국 대표라면 '신라면'의 인기를 부추겼다. 농심은 상해 와이탄 신라면 옥외광고, TV광고, 버스 및 지하철 광고와 함께 최근 일반인 대상의 신라면 모델 선발대회 등을 개최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주력했다.

농심의 중국시장 공략은 올해 더욱 가속화된다. 농심은 지난해 말 중국사업부문을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격상시키고, 중국전략팀을 신설하는 등 중국시장 공략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농심은 96년 처음으로 중국 상해에 생산공장을 준공했고, 98년 중국 청도, 2000년 중국 심양에 생산기지를 건설하며 본격적인 해외진출길에 나섰다. 특히 신라면은 한국을 대표하는 한류제품으로 성장해 현재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올해 성장잠재력이 높은 화동지역(소주, 항주, 남경 등)내 판매조직을 강화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사천성, 귀주성, 호북성, 호남성 등 서남부 지역으로도 판매망을 넓혀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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