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 질린 증시…긴 호흡으로 가야 이긴다

시장이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미 금리인상의 쓰나미가 몰려오지 않을까, 중국 경제가 결딴나지 않을까 좌불안석이다. 작은 돈을 쥐고 있는 개미들부터, 큰 돈을 갖고 있는 외국인들까지 서둘러 짐을 챙겨 국내 시장을 떠나고 있다.

발을 빼는 건 좋다. 문제는 갈 곳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1%대 초저금리 상태에서 개미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봐야 만족스러울 리 없다. 외국인들이 신흥국 중 펀더멘탈이 가장 양호한 국내 시장에서 내빼봐야 글로벌 경기하강이 뚜렷해지는 국면에서 안심할 만한 곳을 찾기가 만만치 않다.

오히려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 않는가. 판이 크게 흔들릴 때, 앞이 보이지 않을 때 더 큰 반전 코드가,
더 막대한 수익률이 도사리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하루하루의 움직임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호흡을 길게 가져가고, 투자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한마디로 공포를 누르고, 냉철한 머리로 투자전략을 가다듬어야 한다. 길은 거기에 있다.

◇ 벌어둔 수익 다 털어먹었는데…이제 어디로?

국내에 투자하는 금융상품들이 연초 벌어둔 수익률을 모두 반납하며 손해 구간을 코앞에 두고 있다.

올해 상반기 2200선(4월 24일 2189.54)을 향해 달리던 코스피 지수는 세달 만에 13.8% 가량 빠지면서 1886.04포인트까지 밀렸기 때문이다. 장밋빛 기대를 품고 주식시장에 발을 담근 투자자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 지수는 미국 금리인상과 증국 경기둔화 우려라는 대외 변수에 출렁이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실제 코스피지수는 최근 10거래일 가운데 사흘(8월 21일, 24일, 26일)이나 2% 넘게 급등락했다.

변동성 장세에 현기증을 느낀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면서 주식시장 거래대금이 급감한 상태다.

또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외국계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추가 조정 가능성이 열려 있다.

◇ 주식 거래대금 뚝 '발 빼는 개미들'

저금리의 장기화에 적금 통장을 깨 주식시장에 기웃거리던 투자자금은 또다시 갈 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실제 대내외 불확실성과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개인 투자자의 증시 참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9월 들어 4거래일 동안 유가증권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4조77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7월 6조7912억원, 8월 5조7973억원에 비하면 단기간에 크게 줄어든 것이다. 거래량도 3억2932만주로 지난 7월 5억8140만주, 8월 4조1844만주에 비해 크게 줄었다.

7월 말 8조원을 넘어섰던 신용융자잔액 역시 증시 폭락에 감소하고 있다. 7월 27일 8조582억원이었던 신용융자잔액은 지난 2일 기준 6조4585억원으로 한 달 사이 1조5000억원가량 줄었다.

고객예탁금은 늘어났다. 2일 기준 고객예탁금은 22조1219억원으로 지난달 초 20조2141억원에 비해 2조원 가까이 늘었다.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단기성 금융투자상품 자금도 늘고 있는 추세다.

고객예탁금이나 단기성 금융상품에 돈이 몰린다는 것은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이 그만큼 많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대외 변수에 불안한 韓 증시 '풍전등화 '

국내 주식시장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은 외국인의 거침없는 매도세다. 지난 5일부터 이어진 외국인의 매도세는 22일째 이어졌다. 지난 4일까지 외국인들이 팔아서 현금화한 자금은 4조4100억원에 이른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매도세가 단기간에 매수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국 뿐만 아니라 신흥국 전반에 걸쳐 발을 빼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 6월부터 이달 현재까지 대만, 인도, 중국, 홍콩,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트 등 아시아권 7개국에서 이달 현재까지 150억7500만달러 어치를 팔아치웠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오자 통화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신흥국 자산을 정리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국내 증시의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 증시도 위태로운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5000선을 넘어섰던 상하이종합지수는 두달 사이에 30% 넘게 빠져 3000선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게다가 오는 8일에는 수출입 동향, 9일에는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굵직한 경제지표 발표를 앞두고 있어 추가 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동부증권 박인금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강력한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내주 발표될 수출입 동향, 산업생산 등 지표들이 좋지 않게 나오면 추가로 조정을 받을 수 있다. 재차 3000선이 붕괴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배당주·가치주, 변동성 장세에 인기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배당주와 가치주에 대한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실제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으로 배당주펀드 수익률은 연초 대비 4.87%로 일반 주식형 펀드 수익률 0.37%를 상회하고 있다.

배당과 관련한 대표 지수인 코스피 배당성장 50지수는 연초 이후 지난 3일 기준으로 18% 가량 상승하며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 -0.1%를 크게 웃돌고 있다.

배당주 펀드로의 자금유입도 활발해지고 있다. 배당주 펀드로의 자금유입은 코스피가 하락세를 나타냈던 6월 이후 3개월 연속 지속되고 있다. 6월부터 8월까지 배당주 펀드로 1902억원이 순유입됐다.

KDB대우증권 노아람 연구원 "추세적인 저금리 기조와 주주환원에 대한 요구확대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배당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성장주에 밀려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가치주 펀드도 하반기 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가치주 펀드로 1조원이 넘게 유출됐지만, 지난 6월부터 순유입으로 전환했다. 최근 3개월 동안 약 4000억원이 순유입됐다.

중국발 충격이 덜 미치는 해외 펀드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특히 유럽, 일본 등 선진국 펀드의 수익률이 선방하면서 돈이 몰리고 있다. 해외 펀드 수익률이 연초대비 대부분 '마이너스' 상태이지만 러시아펀드(8.28%), 유럽펀드(7.64%), 일본펀드(7.54%), 인도펀드(3.49%) 정도만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제 투자자들로선 자금을 뺄 것인가, 묻어두고 기다릴 것인가, 종목이나 전장을 바꿀 것인가, 선택과 타이밍의 문제만 남아 있다.

해외로 눈 돌려야…'유럽·일본펀드' 선방

올해 글로벌 주식시장이 강달러에 따른 원자재 값 하락 등으로 충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시장별로 해외 펀드 성과가 엇갈리고 있다.

해외펀드 투자자들은 새로운 투자처를 물색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신흥국 펀드에서는 자금이 유출되는 반면 선진국 펀드에서는 자금이 유입되며 포트폴리오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7일 펀드평가회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으로 대부분의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연초대비 '마이너스'로 내려앉았다. 중국(-9.95%), 동남아(-9.56%), 글로벌신흥국(-10.51%), 브라질(-28.31%) 등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유럽(7.64%), 일본(7.52%), 러시아(6.82%), 인도(3.49%) 펀드 정도만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펀드 자금도 유럽, 일본, 미국 등 선진국 증시로 몰리고 있다. 지난 8월 유럽(594억원), 북미(137억원), 일본(1083억원) 등에 펀드 자금이 유입된 반면 중국(-765억원), 인도(-77%), 동남아(-16억원) 등 신흥국 증시에서는 자금이 유출됐다.

◇ 중국 펀드 투자자들 충격 '3개월 -31.35%'

올해 중국 관련 펀드 투자자들은 그야말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상반기 천정부지로 치솟으로 지난 6월 12일 5166.35를 기록했지만 두달 만에 40% 가량 폭락하며 3160.17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중국에서는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했는데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자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대륙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지난해 11월 부터 중국 본토 주식시장에서 국내 투자자들도 직접 주식을 살 수 있게 되면서 국내 후강퉁 투자자들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투자자들이 상반기 중 가장 많이 산 종목인 중국국제여행사의 현 주가는 5만4490원으로 6월 고점(7만8400원) 대비 30% 가량 떨어졌다.

또 중국남방항공의 경우 현 주가는 8180원으로 6월 고점(1만6740원) 대비 반토막이 난 상태다. 시가총액 1위 페트로차이나도 6월 고점 1만5360원 대비 45% 가량 떨어진 8750원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에 간접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국내에 설정된 중국 주식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15.11%, 3개월 수익률은 -31.35%에 달한다.

중국 대표 펀드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한BNPP봉쥬르차이나2'의 1개월 수익률은 -13.05%,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1' 1개월 수익률은 -15.89%를 기록하고 있다.

◇ 유럽·일본·러시아 펀드 '수익률 선방'

전세계 증시가 충격에 빠진 것에 비하면 유럽 펀드 수익률은 선방하고 있다. 유럽펀드는 해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 연초 대비 가장 양호한 7.64%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우선 유럽 금융시장은 추가 양적완화로 경기가 회복 될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 4일 양적완화의 유연성을 강조하면서 필요하면 추가 부양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1.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IMF는 보고서를 통해 "유로존은 내수 증가와 유가 하락 등에 힘입어 회복세가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본 펀드도 중국발 충격을 덜 받고 있는 양상이다. 일본펀드는 연초 대비 7.52%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 연초 닛케이225지수가 1만6000선대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지난 3일 현재 1만8180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경제 정책에 따라 지난해 막대한 돈을 풀어왔고,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며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해졌다. 이는 일본 경제의 호전을 불러왔다.

대신증권 문남중 연구원은 "선진국 경기는 신흥국 대비 양호한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강화해 갈 가능성이 큰 유럽, 일본 중심의 선진국 위험자산 선호를 높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러시아 RTS 지수는 연초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와 유가하락 직격탄으로 디폴트 위기까지 몰리면서 740선까지 떨어졌으나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나면서 현재 790선까지 회복한 상태다. 덕분에 러시아 펀드도 연초 이후 수익율이 6.82%로 선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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