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복 사고 돌고래호 실종자 수색
[김홍배 기자]낚시어선 돌고래호(9.77t·해남 선적) 전복사고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작업이 8일 새벽까지 이어졌지만 만 이틀 가까이 실종자 추가 발견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8일 제주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지난 7일 밤부터 8일 새벽까지 야간 시간대에도 해경 경비함정 25척과 해군 함정 7척, 관공선 3척, 항공기 4대 등이 실종자 수색에 동원됐다"고 밝혔다.

육상에서는 실종자가 해안으로 표류해 올 가능성에 대비해 지역 실정에 밝은 주민과 군·경 등을 투입해 수색하고 있다.

7일 해경이 현재까지 10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된 낚시어선 돌고래호(전남·9.77t) 전복 사고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한 가운데 사고를 둘러싼 여러가지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최초로 돌고래호 사고를 신고한 돌고래1호 선장 정모(41)씨가 왜 신고 까지 약 1시간이나 걸렸고 해경은 정씨의 신고를 받고도 수색 결정까지 20여 분을 지연했는 가는 사고 이후 계속 제기되는 의문이다.

해경의 지금까지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5일 오후 7시~7시25분 사이 추자도 신양항을 출발해 오후 10시 전남 해남군 북평면 남성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돌고래호는 오후 7시39분께 추자 예초리에서 500m 정도 떨어진 해상에서 마지막으로 위치가 확인된 후 연락이 끊겼다.

돌고래호와 같은 시간에 출발한 돌고래1호 선장이 오후 8시 기상 악화로 추자항에 회항한 전후로 돌고래호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해 실패, 약 1시간 뒤인 오후 8시40분께 추자해양경비안전센터에 신고했고 추자안전센터는 오후 9시3분께 해경 상황실에 보고했다.

정씨는 오후 8시10분 추자도 해경 출장소에 입항 신고를 하면서 "돌고래호와 전화가 안 된다"는 말을 하기는 했다. 해경은 이를 공식적인 신고나 수배 요청으로는 판단하지 않았다.

이평현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장은 "해상에서 평상시에도 전화가 잘 끊기고 '배가 안 보인다'고 가볍게 얘기한 수준이었다"며 이때 돌고래호 수색을 시작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정씨는 돌고래호와 계속 연락이 되지 않아 오후 8시25분 추자 출장소에 돌고래호의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를 통한 항적을 알려달라고 요청해 확인 결과 오후 7시39분부터 장치가 꺼져있었다.

출장소가 추자안전센터에 이를 보고하자 센터는 오후 8시39분 승선객 명부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려 유일하게 A씨와 통화에 성공해 "배가 잘 가고 있다"는 답을 들었다.

이 본부장은 "A씨는 명부에만 있지 실제로는 돌고래호에 타지 않았다"며 "승선객 명부에 기재됐는데 타지 않은 사실이 밝혀지면 친분이 있는 돌고래호 선장에게 해가 될까 우려해 거짓말 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8시45분 A씨가 추자센터에 전화해 승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고백했고 센터는 다른 명부에 있는 다른 승선객들에게 통화를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이어 돌고래1호 선장 정씨도 오후 8시50분 추자출장소를 다시 찾아 "A씨가 돌고래호에 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자 출장소는 민간구조선에 수배를 요청하는 동시에 오후 9시3분 해경센터에 상황을 보고했다.

다음으로 돌고래호의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가 꺼졌는데도 해경이 실시간으로 알지 못했는지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V-PASS 신호가 멈춘 오후 7시39분에 사고를 알았다면 수색까지 1시간 이상을 단축할 수 있었다.

해경은 V-PASS 자체가 구조나 응급 신호를 위한 게 아니고 일종의'하이패스'처럼 선박의 항구 통과를 더 쉽게 하는 장치일뿐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V-PASS에 달린 응급 단추를 누르거나 안테나를 때어내면 구조 신호를 보내는 기능이 있기는 한데 돌고래호에서는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고 해경은 설명했다.

이평현 본부장은 "V-PASS는 오작동률이 높은 데다가 돌고래호에 달린 것은 선박이 침몰 또는 기운다고 해서 구조 신호를 자동으로 보내지 않는다"며 "꺼졌다고 해서 해경 상황실에 경보음이 울리는 기능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사고 원인에 대한 수사도 난항이 예상된다.

돌고래1호가 회항한 이유는 기상악화였다. 생존자 중 한 명은 언론에 "출항 20분만에 뭔가에 쾅하고 충돌했다" "배가 양식장 밧줄에 걸린 것 같았는데 너울이 배를 덮쳤다" 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돌고래1호는 돌고래호의 절반인 5t 정도로 작은 배여서 단순한 비교가 힘들고 당시 해상은 풍랑특보가 내려지지 않았다.

이 본부장은 "돌고래호 밑부분에는 무언가와 충돌한 흔적이 없고 스크류도 깨끗했다"며 "마지막으로 신호가 끊긴 장소에는 양식장도 없다"고 전했다.

선장이 숨져 생존자 3명의 진술 이외에는 사고 원인을 규명할 만한 증거도 부족하다. 이 본부장은 "돌고래호에는 블랙박스도 없고 인양해도 큰 기대를 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경위의 가장 기초라고 할 '시간'을 제대로 파악 못 해 해경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사고 직후 해경이 공개한 돌고래1호 선장 정씨가 추자센터에 처음 신고한 시간은 오후 8시40분이었으나 7일 공개한 정씨의 신고 경위를 보면 오후 8시39분에는 "배가 잘 가고 있다"고 말한 A씨와 통화해 안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출항 시간도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오후7시'에서 오후 7시25분'으로 달라진다.

이 본부장은 "시간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사람마다 기억하고 있는 시간이 다 달라 애로점이 있다"고 토로했다.

V-PASS 상 돌고래호의 마지막 위치는 추자 예초리 북동쪽 500m 해상인데 통신이 끊겨 약 11시간 뒤 선박과 생존자가 발견된 곳은 4.5㎞ 정도 떨어진 해상이어서 사고 장소도 불확실하다.

한편 돌고래호 승선 인원은 21명으로 잠정 집계됐고, 이 가운데 7일 오전 현재까지 10명이 숨지고 3명이 구조됐다. 나머지 8명은 실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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