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새누리당 공천 갈등이 최고위에 이어 공관위까지 옮겨 붙었다.

공천 갈등의 후폭풍으로 17일 새누리당은 하루종일 '아수라장' 같았다. 김무성 대표가 전날 비박계 현역 의원들의 무더기 공천 탈락에 반발, 공천심사 결과 인준에 제동을 걸고 나서자 이날은 최고위와 공관위의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반격에 나선 모양새였다.

어쨌건 김무성 대표는 이대로 더 밀리면 정치생명이 끝이라는 위기감에서 나온 발언 이후의 새누리당 모습이다.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롯해 서청원 이인제 김태호 최고위원 등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이날 김무성 대표를 빼고 최고위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여당 지도부가 두동강이 났다.

이날 오후 개최된 공관위도 회의 시작 30여분만에 외부위원들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와 파행을 빚었다. 한마디로 '이수라장' 그 자체였다.

발단은 주호영 의원의 컷오프에 대한 '재의' 문제 때문.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무성 대표측 공관위원인 황진하 사무총장과 홍문표 부총장은 전날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발표한 주 의원에 대한 '재의 반려' 결정에 대해 "공관위 차원에서 투표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제동을 걸었다.

두 사람은 그러면서 "주호영 의원의 경우 불교계가 전부 들고 일어났다"며 "재의가 필요하다"고 주 의원 구제를 강력 주장했다.

그러자 이한구 위원장은 "이미 어제 다 결론이 났는데 무슨 소리냐"며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질새라 황 총장과 홍 부총장도 언성을 높이며 이 위원장에게 맞섰다.

그러자 외부 공관위원들이 "지난번에 분명히 김무성 대표가 공관위의 독립성을 보장하며 공천 문제에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고 해놓고선 왜 약속을 어기는 것이냐"며 전날 김 대표의 공천 비판 기자회견을 문제삼으면서 이 위원장에 가세했다.

외부 공관위원들은 "김 대표가 공관위의 독립성을 침예한 데 대해 공식 사과해야 한다"며 "사과가 있기전에는 더이상 공관위 활동을 할 수 없다"고 회의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 위원장 역시 외부 위원들과 함께 당사를 떠나 이날 회의는 더이상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친박계 최고위원들도 김 대표의 공천 비판 기자회견에 공식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친박계 최고위원들과 외부 공관위원들이 연대 행동에 나선 셈이다.

한 외부위원은 공관위 파행 직후 "황진하, 홍문표 두 공관위원이 김무성 대표에게 외부 공관위원들의 발언 내용을 실명으로 보고하고 있다"며 "김 대표에게 누가 여기에 반대하고, 누구는 여기에 어떤 입장을 냈는지 실명으로 상세하게 보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건 뭐 사찰도 아니고, 하도 기가막혀서 우리 외부공관위원들끼리 회의장에 도청장치가 있는게 아니냐고 의심할 정도"라고 김 대표측을 성토했다.

황진하 사무총장은 "외부 위원들이 김무성 대표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자기들은 수용할 수 없다면서 회의 진행을 거부했다"면서 "그래서 오늘 경선결과 발표도 하고 비례대표 논의도 해야 하니 나중에 다시 그 문제(김 대표 사과문제)를 다루자고 했더니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외부 공관위원들이) 회의장에서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친박(친박근혜)계가 주도하는 공천관리위원회의 독주에 제동을 건 것은 이대로 가면 정치 생명이 끝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가 이닐 “김 대표와 함께 갈 수 없다”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김 대표는 의원총회 소집으로 정면대응할 태세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대표는 지지기반인 비박계마저 등을 돌리고 있는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당 대표직 사퇴를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천 탈락에 반발해 탈당과 무소속 출마 선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새누리당이 친박 중심의 TK 정당으로 회귀할 경우 차기 대선을 노리고 있는 김 대표가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천에서 탈락한 비박계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등에 잇따라 출연, “‘막장 공천’까지 안 가도록 당 대표가 통제하고 제어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는데 하지 못했다”며 “버스 지나가고 난 뒤 손 흔드는 격”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대표가 정작 ‘상향식’ 원칙을 무시한 공천이 한창 진행 중일 때는 침묵을 지키더니, 비박계에 대한 학살 수준의 공천이 결정되고 나서야 뒤늦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당내에선 김 대표가 국민공천제를 통해 총선에서 승리하고, 이후 내년 대권 행보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기존의 ‘대권 플랜’이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적 생명을 걸겠다고 공언한 상향식 공천이 이한구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공관위의 벽에 막히는 데도 제대로 돌파하지 못하면서 정치적 존재감과 중량감이 크게 떨어진 데다, ‘면피성 이중 플레이 논란’까지 제기되면서 비박계 지지 기반마저 흔들리게 됐기 때문이다.

김 대표 측 역시 “여기서 더 밀리면 끝장”이라는 위기감이 상당한 만큼 향후 김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당 대표직을 던지는 등의 초강수를 둬야 한다는 제언까지 내놓고 있다.

이날 박상병 정치평론가(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김 대표가 이 시점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은 버스가 지난 뒤 손 흔드는 격”이라며 “전날 연 기자간담회도 최소한의 문제제기와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미봉책에 불과했다”고 평가 절하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의 소극적 방식으로는 안 된다. 김 대표가 끝까지 공천위 결정을 의결하지 않는다든지 김 대표 측 공관위원들이 사퇴하는 등의 배수진을 치는 등의 강수를 둬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무성대장'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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