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더불어민주당 4·13총선 비례대표 2번을 배정받은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를 둘러싼 논란이 당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중앙위원회 입장 전 '비례대표 2번 배정이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있다'는 기자들의 물음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일축했다.

이날 중앙위원들은 비례대표 순위 투표를 그룹별로 나누어 진행하는 방식에 반발, 회의를 취소시키고 오는 21일 재소집 하기로 했다.

더민주 지도부는 비례대표 후보군을 A·B·C그룹으로 나눠 후보자 순위를 투표로 결정하는 방식을 채택하려 했지만 일부 중앙위원들이 당에서 전략 지정하는 후보 외에는 '칸막이를 헐고' 투표할 것을 촉구하며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이날 중앙위가 무산됐다.

하지만 이날 당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린 후보들 상당수가 도덕성과 정체성 등에서 흠결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구체적으로는 제자 논문 표절 의혹, 비리 방산업체에서의 자녀 근무로 인한 불명예 퇴진, 더민주 당론과 배치되는 주장 등이다.

더민주가 이날 비례대표 순번 1번으로 확정한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제자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박 교수는 2004년 11월 발간된 한국수학교육학회지 43권4호에 '한국 중국 일본의 학교 수학 용어 비교 연구'라는 논문을 기고했다. 이 논문은 같은 해 6월 같은 대학 교육대학원 수학교육 전공과정 정모씨의 석사학위 논문 '한국 중국 일본의 학교수학 용어 비교·분석 연구'와 구성 및 내용이 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박 교수는 당시 참고문헌에 정씨의 학위논문을 참고했다는 사실을 전혀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표절 시비가 일었다. 박 교수는 "이미 해소된 문제고 소명된 일"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당선안정권인 A그룹 비례대표 후보군에 포함된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은 2012년 자신의 아들이 비리 방산업체에 근무해온 사실이 드러나 부적절한 처신으로 사실상 '불명예 퇴진'한 케이스다.

박 전 총장은 공군 교육사령관을 거쳐 공군참모총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9~2011년 아들이 비리 방산업체에 근무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이 업체는 감사원이 당시 각군 군수사령부 감사에서 중고 부품을 이용하거나 허위로 정비사실을 꾸며 수백억원대 국고를 타낸 것으로 확인한 외주 정비업체들 중 하나였다.

이밖에도 박 전 총장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해·공군 역대 참모총장들과 함께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 지지선언문에 이름을 올리며 상대 당 문재인 후보에 대해 "북한의 대남적화통일전략과 종북좌파적 국가안보정책을 표방하는 것으로 판단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역시 A그룹인 김숙희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지난 2012년 한 인터넷사이트에 '의사들에 우호적인 대통령?'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 "자살로 자신의 과오를 묻어버린 대통령"이란 표현을 써 구설에 올랐다.

이날 ‘B그룹’ 비례대표 후보군으로 발표된 심기준 강원도당위원장은 올해 시민단체가 선정한 4·13 총선 낙천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사였다.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초록투표네트워크,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대책위 등은 심 위원장에 대해 “위법, 부정에서 출발한 설악산케이블카 사업의 주역들이 (20대 총선에서) 국회로 진출하려는 흐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설악산국립공원 난개발 위해 거짓말 일삼는 심 위원장을 낙천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심 위원장이 2015년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조건부 승인한)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를 앞두고 ‘설악산 케이블카 추진이 더민주 당론으로 채택되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바 있다”며, “도당 위원장으로서 당론에 대한 거짓말을 공공연히 하는 행태는 명백한 해당 행위이자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심 위원장은 “설악산케이블카 사업이 강원도의 오래된 3대 현안 중에 하나”로서 “강원도당 차원에서 환경 보전 문제도 있지만 그쪽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 등을 따져서 관철을 시켜야 되겠다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의 경우 야당 정체성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환은행을 인수했다가 매각한 해외기업 ‘론스타’의 ‘먹튀’ 논란에 대해 당론으로서 강하게 비판해오던 야당과 달리, 최 교수는 2011년 한 일간지 기고 글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위험을 감당하고 투자한 외국자본에 대해 ‘먹튀’ 논란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그는 이 글에서 “론스타는 배당을 받고 지분을 매각하고 하나은행과 체결한 계약대로 수익을 챙긴다고 해도 그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굳이 ‘먹튀’ 논란으로 한국이 외국자본에 비우호적이라는 인상을 주어 우리의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리는 우를 범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비례대표 신청 접수도 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김숙희 서울시 의사회 회장은 전날 당 비대위 측이 접촉해 영입을 제안했고, 이튿날인 이날 당선 안정권인 ‘A그룹’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야당이 항상 당선 가능권에 배치했던 장애인이나 청년 등 사회 취약계층을 대표하는 인물이 없어보인다는 점도 지적을 받고 있다.

청년 비례대표 후보들은 경선과정에서의 불공정성 논란으로 후순위 그룹에 배치됐다. 여성 청년 후보인 정은혜 부대변인은 B그룹, 남성 청년 후보인 장경태 서울시당 대변인은 C그룹이다.

한편, 더민주가 앞서 경기 안산상록을에 단수공천한 김철민 후보도 논문표절 의혹에 휩싸여 논란이 예상된다.

김 후보는 지난 2006~2008년 한양대 산업경영디자인대학원 경영학 석사과정을 거쳤다. 문제가 된 논문은 '신용협동조합의 고객가치명제가 고객만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로 절반가량이 다른 4~5개 논문을 표절한 것이란 주장이 나와 한양대 측이 예비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한편 김종인 대표는 일부 비례대표 후보자들에 대해 논문 표절 등 도덕성과 정체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서 "결과를 보고 내게 이야기를 하라"고 일축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